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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상의 기록 Feb 12. 2024

꽈당 관악산

만화처럼 자빠지다.

처음 올라본 관악산 연주대

1. 대학교를 졸업하고 신림동에서 8년을 살았었다. 그때는 가까운 관악산을 한 번도 가지 않았었는데.. 경기도민이 되고 나서야 광역버스를 타고 멀리까지 와서 관악산을 올랐다. 연휴 마지막날. 열심히 먹었던 죄책감을 덜기 위해 많은 사람이 관악산을 오르고 있었다.

호카 데이하이크에서 만난 몇 분 들과 함께 올랐는데.. 다들 체력들이 좋아서 사당역에서 올라간 지 2시간 만에 정상 연주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상하게 혼자서 산행할 때는 한 번도 등산하다가 넘어진 적이 없는데 꼭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산행을 가면 이상하게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꽈당 넘어지고 만다. 오늘도 어김없이 두발이 번쩍 들릴 정도로 만화처럼 넘어졌다. 다행히도 옷으로 가득 찬 가방이 쿠션 역할을 해서 다치지는 않았는데... 이번에는 벗어나려 했던 꽈당의 오명은 결국 나의 캐릭터가 되었다.  

연주대 정상에 올라 내가 스탠리 보온병에 챙겨 온 핫초콜릿과 다른 분이 싸 온 생라면, 도너츠 등을 나눠먹고 서울대 쪽으로 하산했다.

관악산 정상에서 먹었던 생라면과 핫초코

장블랑제리에서 빵을 사간다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나는 먼저 집으로 가는 광역버스를 타기 위해 강남역으로 향했다.  나와 삶의 궤적이 전혀 다른 사람들과 각자의 취향과 생각을 산행하는 4시간 남짓 동안 나누는 이 모임 이름을 우리는 야호 산악회라고 이름 짓고 다음번 산행을 약속했고 오늘 거하게 자빠진 나는 그 모임에서 앞으로 꽈당 팀장님으로 불리게 되겠지..


2. 팀원이 선물해 준 해창막걸리 12도를 처갓집에서 싸 온 전과 함께 드디어 마셨다. 다른 막걸리에서 경험해 보기 힘든 걸쭉함. 맛있어서 한잔 한잔 마시다 보니 기분 좋은 취기가 확 올랐다.  관악산 산행과 해창막걸리 12도.. 이제 내일이면 다시 현실로 복귀해야 하는 나에게 주는 기분 좋은 선물이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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