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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상의 기록 Feb 11. 2024

주말의 테이크 아웃 커피

행동의 카페인

주말 아침이면 늘 와이프가 일어나기 전에 커피를 사온다.

1.  주말이면 카페가 문 여는 시간에 맞춰서 늘 테이크 아웃 커피를 사 온다. 나는 아메리카노, 와이프는 바닐라 라떼, 겨울이면 핫으로 여름이면 아이스로 바뀌는 거 말고는 메뉴는 거의 고정이다.  주말 아침 커피를 사러 가는 과정 자체가 잠을 깨는 시간이다. 바로 집 앞에 있는 가까운 카페라도 씻고, 옷을 갈아입고, 에어팟을 챙기고, 바깥바람을 쐬는 귀찮음이 게으름에 늘어질 수밖에 없는 주말 아침 자체에 잠을 깨우는 행동의 카페인이 된다.  


커피를 사 와서 딸아이 점심을 챙겨 먹이고 나면 느지막이 일어난 와이프가 자연스럽게 커피를 챙긴다. (나는 극 아침형 인간, 와이프는 극 심야형 인간) 주말 아침 테이크 아웃으로 사가는 커피는 각성에 주목적이 있어서 주로 저가형 커피 체인점을 이용하게 되는데, 자주 이용하는 카페는 <더 벤티>로 여기 얼음이 커피빈처럼 작은 얼음을 쓰는 것이 좋아서 자주 사서 마셨는데 아쉽게도 매장안쪽은 어두워서 테이크 아웃이 아닌 매장에서 오랫동안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저가형 카페가 아닌 햇볕이 잘 들어오고 분위기가 좋은 개인 카페로 일부러 찾아가는 편이다.


그리고 아무리 모든 환경이 좋더라도, 멜론 TOP 100 같은 음악을 틀어놓는 카페는 다음번에는 거르게 된다. 카페에서 작업을 하게 되는 경우, 커피 자체를 즐기는 것이. 20%, 공간 자체를 활용하는 것이 80% 정도가 되는데, 그 공간에 대한 카페 주인의 취향이 멜론 TOP 100 같은 취향이라면 나머지는 평가할 것도 없다고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런 사장이 원두는 제대로 고를까?’, ’ 인테리어는 자기 취향이 아닌 인테리어 업체의 공장식 포트폴리오가 아닐까?‘하는 편협한 의심 따위가 자꾸 들어서 그 다음번에는 우선순위에서 거르게 된다.  (물론 테이크아웃으로 사는 저가형 커피는 이런 평가에서 제외)  이렇기 때문에 무언가 오래 작업할 일이 생기면 맘에 드는 카페 찾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그나마 우리 동네는 여러 유형의 카페가 많아서 이런 걱정을 안 하는 게 다행이다. 그런데 이렇게 매일 브런치에 글쓰기가 오랫동안 카페에서 머물러야 하는 일로 되어버렸으니.. 앞으로 주말 아침마다 취향에 맞는 카페를 찾아가야 할 일이 생겼네..


2. 어제 러시아산 킹크랩을 먹었더니 2015년 늦가을 부다페스트로 가는 길에 레이오버로 반나절 머물렀던 모스크바에서의 기억이 생각났다. 장기근속이었나… 우수사원이었나 아무튼 그때 회사에서 하나투어 여행상품권 200만 원을 받았었는데… 아이를 낳고 나면 몇 년간은 해외여행을 못 갈 거 같아서 와이프 임신 6개월일 때 우리는 부다페스트로 여행을 결정하고 모스크바를 경유하게 되었다. 레이오버로 하룻밤을 모스크바에서 보내게 되었는데, 그때 갔었던 붉은 광장의 크렘린 궁, 끊임없이 깊고 소리마저 거칠었던 모스크바의 지하철,  맛이 없었던 굼 백화점의 음식들. 다시는 가기 힘들었다면 그때 좀 더 둘러볼 걸 하는 아쉬움이 9년이 지난 후 러시아산 킹크랩을 먹으며 떠오르게 되다니.. 참 뜬금없구나.


구글 포토에 잠들어 있던 2015년 10월 모스크바에서의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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