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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상의 기록 Feb 16. 2024

쓰리가이즈의 파이브가이즈 탐방기

이것이 죄악의 맛이로구나

욕심을 한껏 부린 파이브가이즈 베이컨 치즈버거 에브리띵


1. 매년 우리 회사 시무식에서는 팀별 영상을 찍어 어워드를 개최하고, 투표를 통해 1위~3위까지 회사에서 회식비를 지원해 준다. 올해 투혼의 연기를 불싸지른 우리 팀은 2위를 했고, 상금으로 20만 원을 받아 내 돈 내고 가기는 아까운 곳 두 곳을 정해 가기로 했다. 첫 번째는 마키노차야, 두 번째는 오늘 방문한 파이브가이즈다.

근무지가 시골에 있어 최신 트렌드가 가득한 강남까지 나올 일은 별로 없는데.. 40대 쓰리가이즈 우리 팀 모두 마침 강남에서 영상 촬영이 있어 온 김에 파이브가이즈에 방문할 수가 있었다.

먼저 한번 다녀온 직원의 가이드에 따라 베이컨 치즈버거에 기본 토핑과 소스만 넣은 올더웨이, 모든 토핑과 모든 소스를 넣은 에브리띵을 골라서 주문했는데.. 체중관리 때문에 평소 점심으로 귀리셰이크, 양배추, 바나나 따위만 먹어온 나는 파이브가이즈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이성을 잃은 나머지 모든 토핑과 소스를 넣은 에브리띵을 선택하고야 말았다.  (그래도 양심이 있어서, 음료는 밀크셰이크는 선택하지 않고 제로콜라를 골랐다)

모든 것을 때려 넣은 저 죄악의 조합을 보라.

한입 크게 베어 물자 손과 입 주위에 기름이 가득 묻었다. 모든 재료에서 터져 나오는 각자 존재감 가득한 풍미가 이미 일반적인 햄버거의 범주를 벗어났다. "이것이 나의 탐욕의 맛이로구나"  바싹하게 구워진 베이컨 칩, 적당히 녹은 치즈와 육즙 가득한 패티, 베어물 때마다 터져 나오는 소스. 일반적인 기준으로는 분명히 맛있는 버거였지만 나에겐 너무 힘겨운 도전이었다. '딱 기본만 있는 올더웨이로 시킬걸'하는 후회는 두 입정도 먹었을 때 들었다. 베이컨 치즈버거 3개, 오레오 베이컨 밀크셰이크, 피넛버터밀크셰이크, 탄산음료, 후렌치 프라이 2개까지  9만 원 가까운 돈을 지불하고서야 시골쥐 쓰리가이즈는 잠시나마 천조국에 다녀올 수 있었다.   

겉껍질을 까면 신기하게 속껍질까지 까지는 파이브가이즈 시그니처 땅콩

욕심을 가득 부렸던 파이브가이즈의 치즈베이컨 버거 에브리띵은 내게 죄책감만 가득 안겨주고 다시는 만날 일없는 옛 애인처럼 떠나갔다. 그나마 조금 아쉬운 건 옛 애인이 키우던 귀여운 강아지 같은 파이브가이즈 땅콩이랄까? 짭조름하고 빠삭한 땅콩은 나중에 맥주를 마실 때 분명히 생각날 존재감 높은 녀석이었다. 아침 10시에 어플로 예약하고 매장에 도착해서 10분은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파이브가이즈버거.  40대 쓰리가이즈의 결론은 '맛있다. 내 돈 내고 사 먹지만 않으면...'으로 통일되었다.


2. 죄악의 버거를 먹고 속죄하기 위해  원래는 차를 타고 갔어야 할 논현동 미팅을 1시간을 걸어서 다녀왔다. 15년 동안 밤과 낮, 아침과 새벽 수없이 다녔던 그 당시 회사에서 학동사거리 쪽으로 내려가는 골목.. 딱 5년 만에 다시 걸어서 지나가게 되었다. 수많은 고민과 스트레스로 즐겁고도 괴로웠던 그 시절.  겨울의 끝자락과 봄의 초입,  기억과 만감이 교차하는 오후의 시간이 되었다.


단상의 기록 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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