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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상의 기록 Feb 17. 2024

광화문서림은 광화문에 없습니다

수원 파장동에 있는 작은 독립서점

광화문서림은 내 오랜 학교 선배님이 운영하는 독립서점이다.

1. 회사에서 매달마다 한 권의 책을 정하고 신청자를 모아 책을 읽고 소감을 나누는 프로젝트를 1년째 진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다음날이면 도착하는 교보문교에서 주문을 했다가.. 갑자기 수원 파장동에서 독립서점을 운영하시는 선배가 떠올랐다. '굳이 나까지 대형서점 좋은 일 시켜줄 필요 없지..'라는 생각이 들어 그 이후부터는 꾸준히 선배님이 운영하는 <광화문 서림>에서 책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대학교 1학년때부터 27년간 1년에 한 번씩 장례식이나 결혼식 혹은 동아리 행사에서 매년 뵙게 되는 선배님을 이제 한 달에 한 번씩 뵙게 되었다. 매달 중순, 책이 정해지면 나는 카톡으로 선배에게 책을 주문해 놓는다. '책 입고되었어요'라는 카톡 문자를 받으면 그 주 토요일은 광교산 등산이 결정되는 날이다. 3시간 정도의 등산을 마치고 기진맥진한 몸으로 <광화문 서림>에 방문해 선배님과 이러저러한 사는 이야기를 짧게 나누고 12권의 묵직한 책 꾸러미를 건네받아 차에 싣고 집으로 향하게 되는 한 달에 한번 있는 이 일정이 어느 순간 나에게 중요한 루틴이 되었다.  
 

<광화문 서림>은 단순한 서점이 아니라, 가끔 작은 공연의 무대가 되기도 하고, 열띤 토론의 장이 되기도 하였다가. 마을 공동체의 커뮤니티가 되기도 하는 공간이다. (오늘은 마침 대학 동문들의 밴드연습이 있었다) 독립서점이라는 공간 매개체를 통해 지역기반의 다양한 활동을 펼쳐나가는 것은 어쩌면 내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었던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씩 <광화문 서림>을 방문할 때마다 이런 것, 저런 것 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머릿속에 가득 떠오르기도 한다.

  
더 나은 삶의 방향을 이야기하고 다양한 활동을 시도하는 이러한 지역 공동체를 기반으로 하는 독립서점들이 전국 동네 구석구석 더 많아져야 하는데 아쉽게도 작은 서점이라는 한계 때문에 경영난에 시달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마케터인 나는 가끔씩 '요렇게 조렇게 하면 뭔가 잘될 것 같은데...' 하는 혼자만의 상상에 자주 빠지곤 한다. 아마도 실제로 독립서점을 운영하며 마주해야 하는 현실은 나와 상상과 예상과 많이 다르겠지?  쉽지 않은 길을 꿋꿋이 걸어가고 있는 수원 파장동의 <광화문 서림> 주인이자 나의 오랜 선배님 언제나 존경스럽습니다!



광화문 서림 : https://blog.naver.com/jseayoung6799


2. 얼마 전부터 자주 듣는 비비의 <밤양갱> 사실 비비의 음악을 제대로 들은 건 이 노래가 거의 처음인데 그 이유는 장기하가 작곡/작사를 해서이다. 장기하는 산울림 김창환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한글로만 이루어진 가사에 또 전달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노래할 때 발음도 또박또박하는 걸로 유명하다. 그런 장기하의 곡이라니.. 관심을 가지고 들어보니 산울림의 노래처럼 어른을 위한 동요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떠나는 길에 니가 내게 말했지
'너는 바라는 게 너무나 많아
잠깐이라도 널 안 바라보면

머리에 불이 나버린다니까'

나는 흐르려는 눈물을 참고

하려던 얘길 어렵게 누르고

'그래 미안해'라는 한 마디로

너랑 나눈 날들 마무리했었지

달디달고 달디달고 달디단 밤양갱 밤양갱

내가 먹고 싶었던 건 달디단 밤양갱 밤양갱이야


비비 -밤양갱 뮤직비디오

단상의 기록 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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