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를 보고
1. 원래 호러나 오컬트 장르는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그래서 파묘를 연출한 장재현 감독의 전작, <검은 사재들>이나 <사바하>는 당연히 안 봤는데 <파묘>는 평들도 너무 좋고, 먼저 보고 온 사람들이 무서운 장면들도 많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오늘 아침 일찍 조조로 봤다. 우리나라 오컬트 영화 중에서는 <곡성>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곡성은 봤다) <파묘>도 참 재미있고, 인상 깊게 봤다.
풍수사 상덕 <최민식>, 장의사 영근 <유해진>, 젊은 무당 화림 <김고은>, 봉길 <이도현>의 캐릭터 조합도 신선하고, 몸과 얼굴에 금강경을 써놓은 비주얼도 이 영화에 눈길이 가게 만드는 영리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다만 아쉬운 건 감독이 담으려 한 주제의식을 전체적인 스토리상에 반영하려다 보니 초반의 기괴하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후반부로 갈수록 다소 약해지고 스릴러스럽게 변하는 건 말고는, 전반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특히 MZ 무당을 연기한 김고은은 정말 연기에 미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새로운 캐릭터를 잘 표현해 냈다. 이 영화가 흥행이 잘돼서 나중엔 MZ 무당 화림과 봉길의 스핀오프작이 나오면 어떨까 생각했다. 막 안중근 의사 빙의해서 친일파 악귀들 찾아다니는.. 나중에는 친일파 악귀가 환생해서 막 대통령하고.. 뭐 그런 스토리? (찾아보니, 극 중 주연 캐릭터 이름이 다 실제 독립운동가에서 따왔다고..)
그나저나 다시 한번 느꼈지만, <곡성>이 오컬트 영화에서는 여전히 최고인 걸로... 장재현 감독은 대부분의 오컬트 팬들의 바람대로 제대로 된 <퇴마록> 영화화의 적임자가 되면 좋겠다. (예전 퇴마록 영화는 음...)
아직 보지 못한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를 이번 기회에 챙겨봐야겠다.
2. 2월 말이 되었는데 여전히 눈발이 날리는 주말을 보내고 있다. 그래 내일 아예 폭설이 내려서 눈꽃산행이나 혼자 동네 뒷산으로 다녀오면 좋겠구만.
단상의 기록 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