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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상의 기록 Feb 25. 2024

눈이 부시게, 봄눈이 피다.

봄눈꽃 뒷산행

주말이면 다 녹을줄 알았던 뒷산에 눈이 다시 가득 왔다.

동네 걸어서 갈 수 있는 산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 것인지를.. 작년 여름,  처음으로 등산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절대 몰랐다. 주말 아침, 멀리 보이는 뒷산 정상에 눈꽃이 가득 핀 것을 보고 바로 산에 갈 채비를 하고 아침 7시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금요일까지만 해도 봄기운에 나무 위 쌓은 눈들이 녹아내리기 시작해서 사실 약간 기대했던 주말 설산은 포기했었는데.. 오늘 아침 이렇게 선물처럼 동네 뒷산에 하얗게 눈꽃이 가득 필 줄이야.  인적 드문 이른 아침, 등산로 뽀득뽀득 눈 밟는 소리때문에 걸음마를 처음 배운 아이처럼 한 발자국 내딛을 때마다 신이 났다.

471m 높이인 뒷산 정상까지 쉬지 않고 올라가면 40분 정도가 걸리는데, 오늘은 중간중간 가만히 서서 하얗게 눈이 가득 내린 설산풍경을 구경하느라 1시간 넘게 걸렸다. 의도하지는 않았는데 마침 드라마 <눈이 부시게> 엔딩 테마곡과 김혜자 선생님의 나레이션이 이어폰 속으로 들려왔다. 어찌나 음악과 풍경이 하나 되어 아름다웠는지.. 그 순간만큼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았다.  작년 7월부터 지금까지 30번은 넘게 산에 오른 것 같은데.. 오늘이 제일 기억에 남는 산행이었다. 고맙다, 봄눈아

눈이 부시게 엔딩 나레이션씬

눈이 부시게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낮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 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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