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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상의 기록 Feb 29. 2024

노회찬 상을 받은 내 후배 성욱이

보이저호가 생각나는 나의 후배 부부

제5회 노회찬상 수상소감을 이야기하는 소성욱, 김용민 부부


제5회 노회찬상 '특별상'을 수상하게 된 소성욱‧김용민 부부는 "저희는 성소수자 인권 활동가이자, 또 서로의 가족이자 부부로서 1년 전 바로 오늘 동성배우자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는 승리를 거머쥐고, 또 계속 성소수자 권리증진을 위해 싸우고 있는 성소수자 당사자들"이라며 "이 승리의 길을 '노회찬상'이 더 폭넓게 넓혀주는 것 같아 감사하다. 더 넓혀진 길에서, 우리나라 법과 제도가 성소수자 시민들과 성소수자 가족들의 권리를 꼭 제대로 보장할 수 있도록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라고 했다.


얼마 전 포털 뉴스에 제5회 노회찬상 뉴스가 뜨길래 기사를 유심히 보다가 반가운 이름을 발견했다. 
내 대학 동아리 후배 성욱이, 성욱이는 대학 때부터 성소수자임을 용기 있게 커밍아웃하고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위해 열심히 활동했던 후배로 우리 동아리는 성욱이로 인해 그전까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활동의 범위를 더 넓어갔었던 기억이 난다. 성욱이가 현역일 때, 나는 한참 전에 졸업한 동문 선배였지만, 꾸준히 동아리를 지켜주고 있는 현역들이 항상 고마워서 학교를 떠나도, 항상 현역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미련 많은 선배여서 이러저러한 활동에 지원을 해주기도 하고, 자주 후배들을 보려고 노력했기에 성욱이는 같이 학교를 다니지 않았지만, 기억에 많이 남는 후배였다. 당시 커밍아웃을 하고 너무나 힘들어했던 성욱이에게 작은 도움도 주지 못했던 못난 선배가 되지 않았나 하는 미안함이 아직까지 마음속에 늘 남아있었다.
 

몇 년이 지나 성욱이가 반가운 소식을 전해줬다 "형 저 결혼해요" 수많은 결혼식을 가봤지만, 성욱이 결혼식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형이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갈게 그때 보자 성욱아!"라고 약속을 하고 결혼식 당일이 되자,  나는 당시 5살이었던 딸아이의 손을 잡고 결혼식이 예정되었던 여성회관으로 향했다. 


이보다 아름다운 결혼식이 있을까? 모든 사람들의 마치 자기의 결혼인양 너무나 행복해하고, 두 신랑이 입장할 때 여기저기서 감격의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나 또한 그러했고... 

그날, 두 사람보다 더 아름답고 용기 있었던 사람은 두 사람의 어머니였다. 성욱이 어머님의 축사가 시작되었을 때 잠시 뒤를 둘러보았다. 감격과 환희의 행복한 모습으로 성욱이의 어머님을 모두가 바라보았던 그날의 기억은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 결혼식의 한 장면이 되었다.  


그때 당시 결혼식 풍경을 잘 담은 성욱이 부부의 혼인평등연대 기고문 


가끔씩 여러 뉴스를 통해 접하는 성욱이 부부의 삶의 궤적을 바라보면 저 멀리 우주로 항해 중인 보이저호가 생각난다. 편견과 혐오로 가득 찬 어둠 속을 뚫고 아무도 가보지 못한 우주 속을 날아가는 궤적 자체가 역사가 되는 보이저호.  그런 성욱이가 내가 정말 좋아했던 정치인, 노회찬상을 받았다니 얼마나 자랑스럽던지.. 

여기저기 성욱이가 내 오랜 후배라고 자랑하고 싶었다.  여기 브런치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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