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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상의 기록 Mar 10. 2024

엠마스톤이라는 피조물의 재창조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가여운 것들

엠마스톤 연기인생의 전환점이 될 <가여운 것들>

개봉을 기다리던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영화 <가여운 것들>을 봤다. 아니 이 영화는 엠마스톤의 영화라고 해야 한다. (실제로 엠마스톤은 이 영화의 제작자이기도 하다) 성인의 몸에 아기의 뇌를 이식한 벨라(엠마스톤)가 여성 스스로의 욕망의 주체성을 스스로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영화로 요르고스 란티모스 특유의 기괴한 연출과 온몸을 불사 지른 엠마스톤의 연기를 너무나 인상 깊게 보았다. (올해 오스카가 여우주연상 안 주면 난리 날 정도로 엠마스톤은 굉장히 충격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마치 라스폰트리에의 히로인 샬롯갱스부르에 버금갈 정도랄까..)

팀버튼 영화 <비틀쥬스>, <크리스마스의 악몽>, <프랑켄 위니> 등에서 나올 법한 프릭적인 요소들로 가득한 초반의 씬은 해도 되는 것들과 하면 안 되는 것들의 이분법적 행동의 제약을 받았던 벨라의 상황을 흑백연출과 왜곡된 렌즈로 보여주다가 벨라가 다양한 군상의 수컷들에게 벗어나 마침내 스스로의 욕망을 주체적으로 깨닫는 과정에서의 세상은 기괴하지만 아름답고 몽환적인 총천연색 판타지로 변화한다.

자신의 행동에 후회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피조물, 오로지 자신의 호기심과 욕망에 도달해 나가다 마침내 남성에 의존하지 않는 벨라 스스로의 주체성을 가지게 되는 과정은 여성 해방운동의 역사를 상징하기도 한다.

예전 라라랜드의 춤추고 노래하던 배우, 엠마스톤이 아니라 이 영화를 위해 다시 창조된 진짜 피조물이 된 것처럼 압도적인 연기를 보여준 엠마스톤은 이제는 배우이상의 다른 존재로 다시 태어났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렇게 영화 전반적으로 강렬한 경험을 안겨준 영화는 대런 애러노프스키의 <마더!>와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전작 <킬링디어> 이후로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엠마스톤과 요르고스 란티모스가 다시 합을 맞춘 다음 영화가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의 리메이크작이라고 하던데..이건 원작도 원작이고, 배우나 감독 모두 기대를 안할수가 없는 작품이 되었다. 정말 어떻게 만들어질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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