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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상의 기록 Apr 11. 2024

정의당의 몰락을 보며

시대정신을 잊으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22대 총선 0석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녹색정의당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의당은 0석이라는 낙제점을 받고 안타깝게도 역사 속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당의 얼굴을 담당한 심상정은 오늘 정계은퇴까지 선언하게 되었다. 


왜 정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대중의 선택을 받지 못하게 된 걸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정의당 몰락의 원인은 본인들의 위치를 철저히 착각하는 데 있다고 본다. 거대 양당 구조에서 이른바 캐스팅보트를 쥐고 본인들의 관철하려 하는 정치적 과제들을 협상의 무기로 삼는 것이 정의당 몰락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정치적 선택은 이른바 소수 정당만의 생존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모든 정치적 현안에 있어서 이러한 스탠스로 거대한 시대정신을 거스르는 선택(예를 들어 검찰권력의 견제를 위한 민주당 주도의 과제등)을 하게 될 때는 분명 반작용의 결과를 본인들이 떠안게 된다는 점을 정의당은 망각했던 것 같다. 


특히 평소 민주당 지지자들을 진실을 알지 못하는 우매한 민중들로 바라보며 계몽의 대상으로만 여기다가 정작 선거철만 되면 이들에게 지역구 단일화를 무기로 쓰면서, 한국 정치세력 중 정의당의 필요 포지셔닝을 강조하며 민주당 지자자들에게 이른바 표를 나눠주기를 바라는 모습에서 많은 사람들은 이제 정의당의 쓸모는 더 이상 없다고 판단하게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비례 1번이었던 류호정의 탈당과 선택에 대해 정의당은 어떻게 대응했는가? 진보세력이 고민했어야 할 모든 의제를 페미니즘 중심의 소용돌이로 만들어버린 장혜영은 또 어떠했는가? 심상정은 당내 본인의 정치적 장악력을 강화하기 위해 안타깝게도 성숙되지 않는 세력들에게 당의 얼굴과 또 칼을 쥐어주고야 말았다는 점에서 이번 정계은퇴는 본인 스스로 초래한 결과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더 이상 우매한 대중이 아니다. 당이 주도하는 대로 생각하고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전혀 조직되지 않아도 스스로 학습하며, 정치적 전략을 세우고 그 판단에 따른 적극적인 행동을 스스로 만들어나간다. 이러한 과정에서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인물을 발굴하고 응원하며,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시대정신에 부합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아무리 정치적 거물이라고 해도 한 번에 날려버리는 것도 서슴없이 하는 것이 민주시민들의 모습이다. 정의당은 안타깝게도 이러한 민주시민들의 수준을 무시했거나 아님 아예 몰랐던 것 같다.  


2008년 3월 16일 진보신당 창당대회

한때 노회찬과 심상정이 함께 했던 가장 빛나던 시절의 진보신당(정의당의 전신) 당원이었는데... 그때는 진보신당 당원이라는 것이 너무나 자랑스러워서 한때 트워터 필모에도 적어놓기도 했었다. 그때의 빛나던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을까?  왜 이렇게 사람들은 정의당의 몰락을 기다려왔을까? 또 그토록 대단했던 심상정은 왜 이렇게 까지 되었을까? 민주시민들의 정치적 도구로서 자신들의 위치를 생각하지 않고 반대로 사람들을 자신들의 정치적 세력화의 도구로만 생각했던 (선거 때만 표주는 사람으로) 착각했던 오만함이 이러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아무튼 이번 총선 결과로 만들어진 정의당의 몰락과 심상정의 은퇴는 시원하고도 씁쓸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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