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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하 Nov 09. 2020

참 예쁜 우리말을 읽는 즐거움

순우리말 읽기


"머리가 지꺼분해서 잘랐어요."

"네, 지꺼분하다구요? 그게 무슨 뜻이에요?"



지꺼분하다가 무슨 말인가, 당췌!


검색창에 쳐본다. 엇! 실제로 존재하는 표준어였다. 세상 모든 말을 다 알리 없지만 이렇게 새파랗게 모르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처음 만난 말이나 평소 쓰지 않은 말을 들을 때 마음 속에 무언가 올라온다. 긍정적인 감정인데... 지적인 쾌감인 것 같다. 몰랐던 낱말, 예쁜 낱말, 모호했던 상황이나 감정을 너무나 알맞게 표현한 문장을 만나면 마음 안에 솟구쳐 오르는 감정은, 역시 쾌감이다.



'지꺼분하다'는 것은 '물건 따위가 지저분하게 흩어져 어수선하다'와 '눈이 깨끗하지 못하고 흐릿하다'라는 뜻을 가진 순우리말이었다. 머리가 덥수룩하다는 뉘앙스로 지꺼분하다를 쓴듯하다. 말한 당사자의 지역 사투리인가 싶었는데 순우리말 표준어였다.



낱말을 검색하다 '한글사랑관' 사이트까지 도달했는데, 또 여기서 너무나 보기도 듣기도 좋은 순우리말을 알게 되었다.



http://www.cbec.go.kr/hangeul/sub.php?menukey=223

충청북도교육문화원 한글사랑관 사이트




그래서 여기서 줍줍한 예쁜 순우리말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낮곁


한낮부터 해 지기까지의 시간을 둘로 나누었을 때 그 전반부. 우리의 전통사회에서 하루 동안의 시간샘법은, 낮에는 해가 지나는 길을 따르고, 밤에는 별자리의 놓인 모양에 따랐다. 정오 무렵부터 오후 3시경까지의 반나절을 '낮곁'이라 한다. 낮곁은 해가 가장 높이 떠 있는 시간이다. 세상의 만물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간이며, 하루 중 가장 더울 무렵이기도 하다.



어느 시간대건 각각의 매력이 분명한다. 새벽은 태동의 기운이 느껴져서 좋고, 아침은 출발이라 설렌다. 낮은 기온이 따듯해서 부드럽고, 저녁은 분주하고 왁자지껄해서 기운이 난다. 밤은 차갑고 어두움의 적막함이 좋다.


낮곁. 지금처럼 겨울이 가까워 오는 날에 낮곁의 따듯한 햇빛이 있어서 좋다.




싸라기별


싸라기처럼 아주 잘게 보이는 별. 잔별. 싸라기는 '쌀의 부스러기'를 말한다. 보통 '부스러기'는 작고 하찮은 것을 이르지만, 우리의 전통 정서에서 싸라기는 단순한 부스러기가 아니다. 쌀은 귀중한 식량이다. 그러니 쌀 한 톨뿐만 아니라 그 부스러기도 함부로 버릴 수 없다. 매우 귀한 물건을 '금싸라기'에 빗대는 것처럼, 싸라기는 '자잘하지만 매우 귀한 것'을 뜻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조상들은 무수히 흩어져 보이는 작은 별들을 단순히 잔별이라고 하지 않고 싸라기별이라고 부른 것이다. 이를 줄여서 '싸락별'이라고도 한다.
예) 저 하늘에 무수히 빛나는 싸라기별을 보아라. 그 가운데 이름을 가진 별이 몇이나 될까?



한 번에 강하게 빛나는 별보다 여러 개의 별이 모여서 총총히 빛나는 모양새가 좋다.




메숲


'산에 나무가 우거진 숲'을 말합니다.
'메숲지다'는, 산에 나무가 울창하다는 뜻입니다.
예) 메숲에서 새들이 지저귄다.



나무가 많은 산도 역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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