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가장 큰 장벽은 무엇일까.
나의 장벽은 여러 개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곳간이 바짝 말라 있다는 점일 것이다. 쓸만한 거리의 밑천이 없다고 생각하니 당췌 써야할 거리가 없다. 그나마 나올 만한 언덕이라면 책 리뷰였다. 책과 감상을 적당히 버무려 독서 감상문을 작성하며 글 하나 글 두 개를 써올렸다. 책을 읽으면 쓸거리가 생긴다기 보다는 책 변두리에서의 몇 마디를 보탤 수 있을 정도의 리뷰를 작성하곤 했던 것 같다. 결국 책이 주인공이고 나와 나의 생각은 조연 중에서도 주연의 건너건너 아는 사이 정도의 배역이랄까.
여러 권의 책을 동시다발적으로 읽고, 한 권을 다 읽으면 다시 또 다른 책으로 분주하게 움직인다. 이런 과정이 지적 욕구의 충족은 되겠으나, 개성 있는 나다운 생각을 만들 여유는 주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마치 꿩 대신 닭으로 만족하려는, 뭐라도 하고 있다는 자기만족 정도였달까. 결코 많은 책을 읽었다고 글쓰기가 느는 것도 아니고 생각이 퍽 깊어지거나 개성이 뚜렷하지는 건 아니다. 책을 읽으며 ‘나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지가 중요하다.
주연으로서 활약을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책이 건네주는 번쩍이는 깨달음을 내 것으로 재생산하여 펼쳐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하여 책이나 문구들이 내 생각을 뒷받침하는 역할이 되는 그림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을 읽으면서 숨을 고르고 상상하고 느끼는 여유가 필요한 법이다. 더불어 이 책을 읽으면서도 저 책을 또 다른 생각을 연결시키는 능력도 발휘해야 한다. 항상 글감을 잡으려는 매의 눈도 필요하고 말이다. 언젠가 활용할 문장을 차곡차곡 확보해두는 것도 좋다.
책을 읽지 않으면 글이 빈약할 수 있지만, 책을 많이 읽는다고 글이 풍부해지는 것은 아니다. 책이 건네주는 반짝임을 놓치지 않고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기민함이 필요한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