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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하 Nov 10. 2020

내가 꼽는 시트콤 프렌즈 에피소드 BEST 3

프렌즈와 함께 하는 저녁



90년대를 휩쓸었던 시트콤 프렌즈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유효하다. 대부분 엄격하거나 침울하거나 무덤덤한 날들 가운데, 프렌즈 속 친구들만은 재밌고 가볍고 밝기 때문에 그들을 보는 일은 편안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여전히 프렌즈를 보고 또 보고 있다.



후다닥 집에 들어가 저녁도 휘리릭 차린 뒤 노트북을 켜고, 프렌즈를 켠다. 프.렌.즈!

저녁 식사는 프렌즈와 함께 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보고 또 보고 보고 보고를 반복해서 어떤 장면인지도 거의 외울 정도가 되었다.



프렌즈는 한편 한편 완성도가 높다. 어떤 일이 벌어지고 매듭짓는 과정이 엉성하지 않고 하나의 신이 다른 신과 연결되는 것도 재미있다. 전체 시즌 10까지 제작됐으며, 올해 초 다시 뭉쳐 영화 제작을 한다는 소문이 기정 사실처럼 들려왔으나 코로나로 무기한 연기된 것 같다. 파릇파릇함과 엉뚱함으로 재미를 주었던 인물들이 지금은 꽤나 지긋하게 나이를 먹어서 제작될 영화가 어떤 느낌일지 상상이 쉽게 안 되는데, 그들은 답을 찾을 것이다.


프렌즈의 여러 에피소드 중에서, 나의 개취로 BEST 세 편을 꼽아보았다. 대체로 재미있지만, 그래도 피식 웃음이 새어나오는 에피소드를 몇 개 소개해 본다.





MY SANDWICH!




SEASON 5 EPISODE

로스는 에밀리와의 결혼에 실패하고 멘탈이 흔들흔들하다. 유일하게 위안이 되는 것은 샌드위치였으나, 누군가가 직장 내 냉장고에 넣어둔 샌드위치를 먹었다. '똑똑/누구세요/로스의 샌드위치입니다'와 비스므리한 쪽지를 샌드위치에 붙여놨음에도 샌드위치가 없어져 분개한 로스에게 오랜 거리생활 경험자인 피비가 강렬한 멘트를 알려준다. 앞으로 샌드위치든 뭐든 나를 건드리지 않도록 강렬하게 메모를 적어놓으니, 박물관에서 로스는 '멘톨mental_정신이 이상한'로 통한다.


상사가 로스에게 다가와 요새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묻자, 샌드위치로 인해 벌어진 일임을 웃으며 털어놓았는데.... OH! 샌드위치를 먹은 건, 바로 상사였던 것..! 다시 멘탈이 흔들이는 로스에게 내 방으로 가면 쓰레기통에 남은 샌드위치가 있을 것이라며 말하니... 더더욱 주체할 수 없는 로스의 모습!





YOU THREW MY SANDWICH AWAY! MY SANDWICH!

고성으로 울려 퍼지는 로스의 외침에 박물관 밖 비둘기떼가 펄럭이며 날아간다. 나의 유일한 낙이었던 샌드위치를 먹다니! 울분에 찬 로스의 고함이 다시 봐도 웃음이 나온다.






I'm FINE!




SEASON 10 EPISODE
로스와 레이첼의 관계는 도통 잘 알 수 없긴 한데, 시즌 10에서 조이와 레이첼이 바베이도스에서 서로의 맘을 확인하고 사귀게 된다. 로스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으려 했는데 번번이 무산되었던 것. 미처 말하기도 전에 조이와 레이첼의 키스 장면을 봐 버린 로스!  I'M TOTALLY FINE! 새되어 갈라진 목소리로 파인을 외치는 로스는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는다. 조이와 레이첼의 키스 장면을 보고 한동안 말도 못 꺼낸 로스는 파인을 남발하지만 낫파인한 로스...!

 




그리고 전혀 괜찮지 않은 로스의 나사 빠진 모습들이 다음 화에 이어 펼쳐진다.


나는 프렌즈 캐릭터 중에 로스를 가장 좋아한다. 고생물학을 전공한 우스갯소리로 공룡쟁이인 로스는, 이성적 매력은 흘러 넘치진 않지만 사려깊고 다정한 인물이다. 결혼의 안정감을 좋아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결혼과 이혼을 세 번이나 하는 - 나이 서른 초반에 말이다 - 굉장한 에피소드를 갖고 있다.





Joey's BLUE LIP



SEASON 10 EPISODE

이 에피소드는 프렌즈 팬이라면 모두 알 만하고, 모두가 좋아할 만한데, 그게 매우 강렬했기 때문이다.


광고 회사로 이직한 챈들러는 조이에게 자신의 아이디어가 많이 반영된 광고를 진행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조이는 그럼 나를 모델로 쓰라고 하지만, 챈들러는 전문 지식을 가진 교수 역할이기에 맞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계속 잘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조이는, 자신의 광고 테이프를 전해주며 이걸 보고 판단해 달라고 전한다. 챈들러는 적합하지 않은 배역을 추천하면 상관이 본인을 유능하지 않다고 여길까봐 회사에 테이프를 전달했지만, 아무래도 안 될 것 같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조이에게 말한다. 그러니 챈들러는 조이에게 거짓말을 한 셈.



조이 : 너는 봤어?

챈들러 : 응, 봤지. 미안해. 회사에서 아무래도 배역과 어울리지 않다고 하네.

조이 : 너는 정말 본 거 맞지? 테이프를 봤다면 네가 나에게 아무 말도 안 할리 없어! 넌 나한테 거짓말을 한 거야.



그러다가 봤다고 계속 우기는 챈들러에게 그 테이프를 보여주는데.... 어마어마한 광경이 나온다.

바로 일본에서만 송출된 남성용 챕스틱 광고로, 일본 맛이 흠뻑 반영돼 있는데... 바로 파란색 립스틱 CF!







띠리리리리리리 요란한 bgm에 일본 여성들이 여러겹으로 포개어져 등장해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정장을 잘 차려 입은 조이가 파란색 립스틱을 바르고 입술을 비빈 뒤 만족스런 웃음을 짓는다.


"Lipstick For Man, 사이고(일본어로 '최고다'라는 뜻)!"라는 마지막 대사.


분명 챈들러가 보았다면, 농담을 해야만 직성에 풀리는 챈들러가 내내 이야기 했을 게 분명한 것.

광고를 보고 챈들러가 말한다.


"he's CHAMEL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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