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누리기와 책임지기
내가 홀대해 온 것
홀대란 '소홀히 대접하다'라는 뜻이다. 소중하며 고유한 존재라는 믿음으로 살고 있지만, 누구보다도 자신을 소홀하게 대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굉장히 중요한 영역에서 자신을 중심에 세우지 않을 때도 있다. 자신의 의지에 반하는 침입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일들이 자신을 갉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기도 한다. 심지어 스스로를 가스라이팅하는 경우도 있다. 누군가의 말로 자신에게 그러한 프레임을 씌우는 것이거나, 어떠해야 한다는 당위성 측면에서 쪼는 등 여러 형태가 될 것이다. 그런 최면이 상당 기간 오래 지속하는 경우도 있고, 영영 끝내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다.
내가 홀대한 것들을 생각해본다.
나의 시간, 나라는 존재의 고유성
상대를 배려하려 노력하며 잃은 나의 중요성
사랑하기 위한 혹은 사랑받기 위한 시도
무심하게 어쩌면 회피로 일관했던 것들
내가 누구인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이겠지만, 귀납적 탐색으로 서서히 조금씩 나는 나를 알아가고 있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를 생각했기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소홀히 다뤄왔던 것 같았다. 조심스럽고 신중했으며 뒷일을 생각하는 습관들이 서서히 버겁고 무거워진다는 사실에 직면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책임져야 할 것
그동안 놓친 것만을 생각해 온 것 같다. 갖지 못한 것에 전전긍긍하니 반대로 내가 누려온 것과 누릴 수 있는 것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내가 갖고 있는 것의 재조명이 필요했다.
누구든 스스로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 선택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의 나는 결국 선택의 산물이다. 나는 지금의 나를 선택했다. 그에 대한 책임으로서 감수할 것들도 누리는 것과 동일한 무게로 갖고 가야 한다. 어느 정도의 외로움과 고독감. 자유와 편안함이라는 것이 있다면, 외로움도 절대 가볍지 않게 나와 함께 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애쓰지 않기, 힘빼기
그대로의 내 존재로 살아가고 싶다. 그럼으로써 놓친 것들에 대해 애쓰지 않고,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도록 살아가고 싶다. 왜 그리 복잡하게 생각하느냐고 스스로를 꾸짖지 않고, 내가 누리는 것에 감사해 하고 그럼으로써 놓아버린 것을 감수하는 것. 그래서 결론은 지금 내가 누릴 수 있는 것, 감사할 것에 집중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