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연습으로 집순이 벗어나기

멀리 멀리 유랑하기

by 나하


초보 운전자로서 주말마다 이곳저곳 운전 연습을 다니고 있다. 주행과 주차에 익숙해져야 정말 필요할 때 자신있게 갈 수 있기 때문에, 겁내지 않고 도전하고 있다. 보통은 주말 하루 정도 연습 하곤 했는데, 이번 주에는 꽤 대범한 일정으로 연 이틀을 움직였다.



* 토요일 : 하남 스타필드

* 일요일 : 광명에 있는 지인의 집



하남 스타필드는 헤이리의 반대 방향으로도 가보자는 생각으로 결정했다. 주차가 무료라는 엄청난 메리트를 갖고 있는 데다, 커피도 팔고 구경할 것도 있어서 꽤 괜찮다. 차를 대놓고 한 바퀴 돌면서 목폴라, 파자마와 실리콘 수세미 등 깨알 같은 소비도 했다. 그러고는 커피 한 잔을 텀블러에 담아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갈 때 듣지 못한 노래도 세팅하고, 네비로 집을 찍고는 깊은 심호흡을 하고 출발했다.


차를 사고, 보험비를 내고, 주기적으로 차를 돌보아 주고, 기름을 넣는 등 차를 관리할 때는 돈과 품이 분명히 든다. '돈을 모으려면 차를 없애라!'라고 주식 전문가 존리는 말했지만, 차가 생기고 나니 너무나 자유롭게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어서 날개가 달린 것마냥 기분이 좋았다. 혼자서는 근교의 쇼핑몰이나 수목원도 엄두도 못 냈고, 집 주변만 뱅뱅 맴돌았다. 행동 반경이 굉장히 좁았다. 그러나 이제는 집에서 한껏 멀어져도 차가 있다는 안도로 회귀 본능이 가라 앉는다.


일요일에는 지인의 집에 방문했다. 대중교통을 두 개나 이용해야 해서, 가게 된다면 차로 방문해야겠다 마음 먹은 곳이었다. 일요일이라 그리 밀리지 않을 거라는 내 예감엔 먹구름이 꼈다. 교통 체증이라는 게 바로 이런 것이로구나 싶게 꽉 막혀 있었다. 약속 시간을 초과할 것 같은 불안은 현실이 됐고, 차가 멈출 때마다 기다리는 이들에게 '미안해요, 차가 밀려요, 조금 늦어요, 먼저들 드세요.'라고 메세지를 보냈다. 잘 도착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겨울은 해가 빨리 졌고, 어둠 속에서의 운전은 긴장이 되었다. 사람이, 오토바이가, 자동차가 불쑥 튀어나올 것 같은 불안감과 네비를 계속 힐끔거리며 앞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이로써 주차 연습, 저녁 운전, 자유로 타기, 시내 운전 등 다양하게 연습해본 셈이 되었다. 10시간 연수 후에 도로의 무법자를 면하기 위해 연습에 매진 중이다. 물론 아직 네비 보기도, 차선 변경도 익숙하지 않은 데다 급출발 급제동도 심심찮게 하고 있다. 부드럽게 밟는다고 해봤지만 자꾸 거친 느낌이 나는 주행이라, 좀더 잘해야지 그리고 안전하게 천천히 주변 살피며 다녀야지 다짐한다. 방심하지 말라고 계속 되내이면서.






나는 집순이다. '집이 좋아 집에서 사노라매'라기 보다 귀차니즘과 게으름도 크고, 주변에 벌어지는 일을 호기심 있게 주시하는 타입은 아닌지라 그냥 집에 머무는 편을 택한다. 차가 생기고 나니 집순이인 내가 좀 더 멀리 멀리 반경을 넓혀가는 것 같다. 내 생각도, 감정도 보다 넓어졌으면 좋겠는 마음은 비약일까. 늘상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거나, 지하철로 다섯 정거장 이내의 곳만을 다니던 나였다. 집에서 나가는 것만으로도 (아무래도 집이 언덕에 위치해 있다보니) 벌써 진이 빠져 버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감정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그러니 멀리 갈 엄두도 못 내고, 매일 갔던 곳만 주구장창 가다 보니 흥미도 금세 사그라든다.


그런데 차가 생기고 나서 운전 연습 겸 갔던 곳이 파주, 하남이었다. 혼자서는 전혀 가볼 수 없던 곳을 간 것이다. 가끔 방 안에서 창밖으로 바깥을 바라보면 멍해질 때가 있다. 가만히 앉아서 무얼 하고 있는지 갑갑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어디로든 나가고 싶은데 갈 곳이 없다는 가련한 처지가 된다. 갈 곳이 없다니... 이제는 그런 맘이 들 때면 교외의 숲이든, 미술관이든 갈 여력이 될 것 같아 마음이 설렌다. 이제는 낯선 곳으로 가서 새로운 감각을 느껴볼 수 있을 것만 같다. 그곳에 내가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연습은 멈추지 않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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