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2
곧, 크리스마스와 2020년의 끝이 다가온다. 여러모로 기대감 떨어지는 연말은 울적한 기분이 되기 쉽지만, 다소 무거웠던 회사일이 종료되었다는 사실에 기운이 나기 시작한다. 한동안 어둠의 장막 속에서 허우적 거리다가 조금씩 빛의 기운 속으로 걸음을 옮기는 내 모습을 지켜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연말이 되기 전에, 나름대로 즐겁게 보내기 위한 계획을 세워보려고 한다. 역시나 거창하지 않은 일상적인 일일 테지만 그래도 남은 몇 개의 연차와 엄마의 회갑 휴가도 있기 때문에 좀더 여유를 갖고 연말을 보냈으면 좋겠다.
1. READING BOOKS
부끄럽지만 최근에 읽은 책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활자무식자로 살고 있다. 과연 네가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탐닉하는 자가 맞느냐는 물음에 괜하게 발끝만 내려다 볼 정도로. 아, 최근 읽었던 책이 경제 관련 서적이었던 것 같다. 풍족하지 않은 현재로 인해 미래가 궁핍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으로 읽긴 읽었지만, 아무래도 실전은 또 다른 영역이어서 여전히 금융문맹으로 살고 있다. (요약까지 하며 두 번이나 읽었는데 어째서 금융문맹으로 남아 있는지 내 머리를 원망했다.)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팬이다. 그의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일 정도로 완벽하게 매료된 팬은 아니지만, 그에 대한 관심도 많고, 애정 지수도 아직 거뜬하기에 팬이 아니라고 말하기는 좀 곤란하다. 그가 걸어온 길, 그의 성실함, 달리기와 재즈를 좋아하는 작가의 면모 모두 그저 동경 어린 시선을 품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그의 최신작이 11월에 나왔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알았다. 그의 꾸준한 작품 활동이 경외롭고, 이미 할아버지 나이로 잔뜩 접어든 작가가 젊은 독자들에게도 여전히 신선함으로 다가온다는 것도 놀랍다.
무라카미의 최신작인 '일인칭 시점'이라는 책을 인터넷 서점에서 부리나케 주문했다. 황정은의 '연년세세'와 김완의 '죽은 자의 집 청소'까지. 빨리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을 보고 싶은 마음에 이것저것 주섬주섬 장바구니에 담아 주문해 버렸다. 나의 연말이 길지 않음에, 하루 빨리 무라카미 하루키를 만나고 싶었다.
가능하다면, 굉장히 찐한 사랑 소설이나 매우 서글프고 우중충한 이별 소설도 찾아 읽고 싶다. 광폭한 사랑의 감정이 요동치는 바다에 뛰어 들어 둥둥 떠다니기를 바란다. 찌릿찌릿한 감정과 서로를 강렬하게 원하는 그 모든 과정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 여전히 내 감정도 건재함을 대리 체험같이 해보고 싶달까.
2. WRITING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좀더 내 감정을 솔직하게 늘여 쓸 수 있어 너무나도 반가웠다. 이곳은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줄 사람들이 있는 곳이었고, 나도 그들의 글을 읽는 것이 즐거웠기 때문이다. 화려하게 꾸며낸 것들이 걷어진 그야말로 산문의 공간이 참 안락한 느낌을 준다.
평범한 집순이에다 코로나로 인해 더욱이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 쥐어짜도 글감이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요즘의 나의 감정이 침울하다 보니 그런 징징거림으로 공간을 메우는 짓도 맥 빠지는 일이기도 하고. 그래서 책도 읽고, 영상도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일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의미있는 글을 써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척박한 내 감정과 일상에 활기를 불러 넣고, 리듬감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내 어깨를 흔들면서 ‘정신차려!’라고 말해주고 싶은 느낌. 그 일환이 채우는 일이고, 그것을 나의 말로 적어내는 일일 것이다. 글쓰기도 성실하게 해보고 싶다.
연말까지 일주일에 두 편 정도, 그러니까 한 네 편의 글을 완성하고 싶다.
3. CLEAN & SIMPLE ROOM
청소와 정리는 어째서인지 착착 달라붙는 습관이 안 된다. 게으름과 귀차니즘으로 범벅된 인간이라 그러한지, 쌓아두고 포개두고 겹쳐두고 외면한다. 그렇다고 물건 하나하나 쟁여두는 타입도 아닌데, 왜 정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니... 청소와 정리의 빈도가 빈번하지 않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아, 그랬구나! (실은 이제서야 알았다. 히힛!)
평상시 퇴근하면 늘어지기 바빠서 누울 수 있는 따듯한 공간만 있다면 주변이 답답한 더미로 가득차 있어도 충분히 외면 가능했다. 지금도 여전히 그런 마음은 변함 없지만, 눈으로 보이는 환경이 정돈된다면 내 마음도 정돈된다고 믿기에 꼭 청소와 정리도 하고 싶다. (얼마나 정리를 안 하면 이걸 연말 다짐으로 넣는 게냐!)
4. PLAN AHEAD
2020년이 저물고 2021년이 다가 온다. 엄청난 희망이나 기대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주 젊을 때보다는 나의 시간을 좀더 소중하게 쓸 요량이다. 예전보다 빨리 지나가는 일주일, 한 달, 분기... 방향 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보노라면 눈물이 솟구쳐 주저앉고 싶을 때도 참 많다.
2021년은 어떤 나로 살아야 할까. 따듯하게 사랑할 줄 알며, 고마움도 느끼고, 편견 없이 믿음을 갖고 사람을 대하며, 작은 일에 분개하지 않고, 일희일비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부캐(부 캐릭터) 만드는 일에도 힘을 쏟고 싶다. ‘본캐도 아쉬운데, 부캐라니’라고 웃었지만, 스스로의 부족한 면모를 스스로에서 채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배우고 익히면 때때로 즐겁지 아니한가’
결국, 앞으로는 시간을 귀하게 쓰고/좀더 따듯한 사함이 되는 것/부캐를 만들기 위한 자기계발을 해보아야 겠다. 구체적인 플랜은... 연말까지 생각하기!
좋은 기억만 담아가는 2020년이기를 간절히 바라고, 2021년 이맘때쯤 수고했다고 박수쳐줄 수 있는 한 해 되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