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파이
요새 많이 걷고 있다. 걷기는 굉장히 손쉬운 운동이면서 감정 정화에 확실히 좋다. 오늘같은 영하의 겨울 날씨에 하는 산책은 더더욱 머리를 쨍하게 해서, 춥지만 한 번 나가보기를 추천드리고 싶다. (물론 귀마개나 모자를 필히 지참하시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귀끝이 빨개지거나 평상시 내 귀가 잘 붙어 있구나를 실감나게 느낄 수 있을지도.) 아주 춥긴 해도 걷다 보면 체온이 올라가면서 은근히 열이 올라서 추운 바깥 온도에 적응이 된다.
걷다 보니 이래저래 생각을 한다. 깊이 있는 생각은 아니고, 막연하고 불분명한 생각들이 단편적으로 쪼개져서 떠오르고 사그라든다. 한 가지 생각을 고집스럽게 이어나가고 싶지만, 평상시 내 습관을 보면 이거 했다 저거 했다 너저분한 스타일이라 생각도 그런 면모를 보이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떠오른 생각이 매듭지지 않고 표류하다 떠나곤 했다. (흠.. 이것도 새해에 점검해 봐야 할 사항이군. 글쓰기의 최대 장점은 자꾸 나를 보게 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글의 주제 '내가 행복하려면,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야 한다'라는 생각도 걷기를 통해 나온 생각이다. 생각의 촉발은 아마도 산책하면서 지나친 사람들의 웃음 소리였을 것이다. 연인이든, 가족이든 다정한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문득 든 생각이었고, 좀 더 발전적으로는 '죽은 자의 집 청소(김완)'라는 책을 보고 생각이 정리되었다.
예전에는 웃는 타인들의 모습에 시무룩해지곤 했다. 무엇이 즐거워 웃고 있을까. 그런데 그들이 즐겁고 행복해야 나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의 파이가 커져야, 행복을 담는 그릇이 넓어져야 나도 웃을 수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파이가 커져야 다양한 것들이 소생할 수 있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웃고, 즐겁고, 밝고, 맑아야만 그 감정들이 반사되고 융합되어 전파될 수 있는 게 맞지 않을까.
'죽은 자의 집청소'는 누군가의 고독하고 절망스러운 삶의 종결을 청소하는 분이 쓴 글이다. 이런 죽음엔 저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것이다. 그걸 누군들 알겠는가. 다만, (나 역시 잘 모르겠지만 그저 막연하게) 행복의 기운이 넘실거린다면 많은 사람들이 조금은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타인의 불행에 안도하기 보다 많은 기쁨 속에서 나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기를 바란다. 소수의 사람이 누리는 것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삶 속에서 행복을 끄집어 내어 다들 웃을 수 있다면, 행복의 파이가 커진다면, 나 당신 우리도 모두 즐거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그러니, 많이 행복해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