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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하 Jan 02. 2021

내가 행복하려면,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야 한다

행복의 파이


요새 많이 걷고 있다. 걷기는 굉장히 손쉬운 운동이면서 감정 정화에 확실히 좋다. 오늘같은 영하의 겨울 날씨에 하는 산책은 더더욱 머리를 쨍하게 해서, 춥지만 한 번 나가보기를 추천드리고 싶다. (물론 귀마개나 모자를 필히 지참하시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귀끝이 빨개지거나 평상시 내 귀가 잘 붙어 있구나를 실감나게 느낄 수 있을지도.) 아주 춥긴 해도 걷다 보면 체온이 올라가면서 은근히 열이 올라서 추운 바깥 온도에 적응이 된다.


해가 빨리 지니 저녁 산책도 한밤 같네요


걷다 보니 이래저래 생각을 한다. 깊이 있는 생각은 아니고, 막연하고 불분명한 생각들이 단편적으로 쪼개져서 떠오르고 사그라든다. 한 가지 생각을 고집스럽게 이어나가고 싶지만, 평상시 내 습관을 보면 이거 했다 저거 했다 너저분한 스타일이라 생각도 그런 면모를 보이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떠오른 생각이 매듭지지 않고 표류하다 떠나곤 했다. (흠.. 이것도 새해에 점검해 봐야 할 사항이군. 글쓰기의 최대 장점은 자꾸 나를 보게 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글의 주제 '내가 행복하려면,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야 한다'라는 생각도 걷기를 통해 나온 생각이다. 생각의 촉발은 아마도 산책하면서 지나친 사람들의 웃음 소리였을 것이다. 연인이든, 가족이든 다정한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문득 든 생각이었고, 좀 더 발전적으로는 '죽은 자의 집 청소(김완)'라는 책을 보고 생각이 정리되었다.


예전에는 웃는 타인들의 모습에 시무룩해지곤 했다. 무엇이 즐거워 웃고 있을까. 그런데 그들이 즐겁고 행복해야 나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의 파이가 커져야, 행복을 담는 그릇이 넓어져야 나도 웃을 수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파이가 커져야 다양한 것들이 소생할 수 있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웃고, 즐겁고, 밝고, 맑아야만 그 감정들이 반사되고 융합되어 전파될 수 있는 게 맞지 않을까.


'죽은 자의 집청소'는 누군가의 고독하고 절망스러운 삶의 종결을 청소하는 분이 쓴 글이다. 이런 죽음엔 저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것이다. 그걸 누군들 알겠는가. 다만, (나 역시 잘 모르겠지만 그저 막연하게) 행복의 기운이 넘실거린다면 많은 사람들이 조금은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타인의 불행에 안도하기 보다 많은 기쁨 속에서 나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기를 바란다. 소수의 사람이 누리는 것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삶 속에서 행복을 끄집어 내어 다들 웃을 수 있다면, 행복의 파이가 커진다면, 나 당신 우리도 모두 즐거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그러니, 많이 행복해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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