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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하 Jan 17. 2021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빌 설리번

나는, 당신은 누구인가!


이 책은 나의 성격, 신념, 중독, 기분, 정신 등을 나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의과대학 교수인 저자가 과학적으로 풀어낸 책이다. 인문학 차원에서 인간을 바라보는 그간의 많은 책과는 시각이 달라 신박하면서도, 나란 사람이 DNA나 미생물의 지령에 움직이는 혹은 예속된 존재일 뿐인가 묘한 마음이 들었다.


집중하지 못하거나, 간단히 브로콜리를 싫어하는 성향, 중독에 더 쉽게 빠지는 이유 등은 유전자와 연결되어 있을 수 있다. 비만이나 우울증 등에도 의지 박약이 아닌 유전자 안에서 무언가 부족할 수도 있는 것이다. DNA와 그 배열, 장내 미생물총이 우리의 감정, 신념 등에 큰 영향을 끼친다. 물론 후성유전학이라고 해서, 환경에 따라 내부 구조가 바뀌고 그게 또 유전될 수도 있다.



우리는 DNA에 의해 구축되어,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수많은 숨겨진 힘의
영향 아래 살아가는 생존 기계다.



저자는 무엇이 우릴 작동시키는지 탐구하면서, 그와 동시에 이러한 특성을 앎으로 인해 인간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음과 같은 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우리가 고칼로리를 갈망하는 이유

운동이 딱히 당기지 않는 이유

우리가 위험한 일에 빠지는 이유

기분은 어떻게 생기는가

소화관이 기분에 미치는 영향

뇌가 문제점을 가진 이유

 

원래도 뇌가 생각보다 명석하지 않음은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도 뇌의 요상한 부분(289~291p.)을 짚고 있다.


뇌는 자기도취에 빠져있는 일종의 프리마돈나다.
자기에게 관심을 쏟기를 요구하고, 스스로를 사랑하고,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다.
새로 입력되는 감각적 데이터를 처리하는 대신 패턴을 찾아 무언가를 가정하려 한다. 반대되는 명확한 증거를 제시해도 자기가 세운 가정에 더 매달린다.
이야기를 빈틈없이 종결하려고 하는 욕구가 너무 강해서 당신의 지식에 빈틈이 존재하면 스스로 이야기를 지어내서라도 간극을 메우려 한다.
자기가 실제보다 일을 더 잘한다고 믿는다.


꽤 솔깃하고 궁금한 내용을 알기 쉽게 설명한 데다 저자가 개그 욕심도 있어서(에필로그에서 자신의 이런저런 말을 솎아내 준 로리에게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과학서지만 술술 읽힌다. 더불어 수많은 실험을 예로 들어 설득력을 높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줄곧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가 떠올랐다. 세상 무수한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DNA와 그 배열의 차이, 그 사람이 먹는 것과 교류한 것에서 차곡차곡 쌓은 미생물들, 살아가면서 변화한 전부다. 나역시 그렇고, 사람들 모두도 그런 것이다. 행동과 말, 표정 너머의 무언가가 그 사람을 만들고 있는데, 이해가 가능할까.


그렇지만, 이런 구조이기에 이해의 폭을 넓힐 수도 있다. 하나의 차원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닌 그 사람의 조상에서 물려 받은 것들까지 보기 때문에. 더불어 ‘저 사람이 괴팍하게 구는 것은 저 사람의 장내 미생물이 날뛰어서 그런 건가 보다’ 뭐 이런 차원까지도 이해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오랜만에 가벼운 과학서를 읽으며 나와 타인을 다채롭게 바라보게 되었고, 추가적으로는 실험실에서 생쥐들이 인간 행동의 원인과 치료의 가능성을 찾기 위해 꽤 엄청나게 이용되고 있구나란 사실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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