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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하 Jan 17. 2021

사랑수업/윤홍균

사랑이라서 배워야 한다


'자존감 수업'으로 유명한 정신과 의사인 윤홍균 작가의 두 번째 책, '사랑수업'. 외국어, 자격증, 수능, 취업 공부에 엄청난 열을 올리면서도 정작 사랑을 공부해본 적이 있었던가. 오히려 사랑은 범위도 넓고, 변수도 많고, 엄청난 감정의 격동을 자아내는 쉽지 않은 분야이기에, 경험을 통한 시행착오뿐 아니라 밑줄 긋고 반추하는 책상 공부도 겸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사랑이 버겁다고 느낀다면, 아마 뭔가 문제가 있다면, 한 번쯤 가볍게 읽어 봐도 좋을 책이다. 굉장한 심리학 용어를 쓰면서 현학적으로 푼 책이 아닌, 사랑을 함에 있어서 가졌음직한 생각들을 쉽게 풀어 놓았다. 실천적인 차원에서 이별 오답노트라든가, 감정을 긍정적으로 해소하는 방법 측면도 제시하고 있다. 실제 연애와 결혼 생활에 대단한 묘약이라기 보다는, 사랑의 요건과 의미를 이해하고 감정을 돌보는 시간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나는 늘 좀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바랐고, 성숙한 사랑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나조차도 왜 그랬는지 모르는 실망스런 행동으로 일을 그르쳐 왔기에, 사랑이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님을 처절하게 깨달았다. 사랑을 공부한다고? 단순히 연애의 달인이 되라는 것이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 애정을 나누고 함께 하기 위해 자신과 관계를 보는 눈을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원치 않은 결과에 후회하지 않을 수 있고, 나의 소중한 사람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수업'의 여러 부분을 발췌해 보았다. 알면서도 지나쳤던 부분, 모호했는데 설명을 들으니 알겠는 부분들이 있을 거라 생각된다.  


사랑의 기본 축 : 소중하게 여기기(마음가짐), 이해해주기(정신, 심리 활동), 도와주기(행동)

1) 소중하게 여기기
존재 자체를 귀하게 여기고 집중하는 것. 만약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고 그 사람과의 사랑을 오래 이어가고 싶다면, 그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겠다는 다짐부터 해야 한다.

2) 이해해주기
'이해'는 공감을 포함하는 강력한 힘이다. 이해하는 동안 뇌는 달아오른 감정 중추인 변연계를 진정시키고 이성 중추인 전두엽을 활동하게 한다. 이를 통해 격해진 마음이 차분해지고 서로를 받아들이게 된다. 그래서 이해는 용서이기도 하고, 동시에 뇌가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사랑을 뜻한다.
이해는 지식의 양과 비례한다. 누군가를 이해하려면 그 사람에 관한 지식을 최대한 많이 가지면 된다. 상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면 사소한 일에도 오해와 편견이 생기게 마련이다

3) 역할에 맞게 도와주기
많은 사람들이 좋은 의도를 갖고도 사랑에 실패하는 건 '도와주기'의 방향을 잘못 잡기 때문이다. 상대가 원하는 것이 아닌 내가 원하는 것을 해주려고 하거나 도와주는 연습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도 그렇다.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면 소중하게 여기고, 이해도 해주고,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응당 이런 행동을 할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거나 편해진다는 이유로, 소홀하게 대하고 타인에게는 베풀었던 이해심이 옹졸해지기도 한다. 상대가 주는 사랑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순간, 이러한 것들을 인지하지 못하고 멋대로 행동하기도 한다. 나 아닌 존재가 나를 사랑해주고 나도 그 사람을 사랑한다면, 상대에게 최선의 예의를 갖춰야 한다.


자존감이 낮은 상태로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나는 팀플레이 정신을 떠올리라고 조언하고 싶다.

나는 한 명이 아니다. 세상엔 세 명의 '나'가 있다. 바로 '내가 생각하는 나, 남이 생각하는 나, 본연의 나'다. 이 세 명의 모습은 비슷할 수도 있지만 대개 다르다. 따라서 사랑하는 두 사람이 팀을 이뤘으면 그 팀에는 여섯 명이 있는 셈이다.

자존감이 낮은 것은 '본연의 나'보다 '내가 생각하는 나'가 열등하고 못난 경우다. 이렇게 내 안의 팀원들 간에 우열 관계가 생기면 외부의 누구를 만나든 좋은 팀을 이룰 수 없다. 내부에서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팀은 외부 자극에 취약해지고, 작은 공격에도 동맹이 깨진다.

타인을 사랑하려면 최선을 다해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신을 사랑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면, 일단 자신을 비하하는 것부터 멈추기를 바란다. 그리고 누군가 나를 좋게 평가해주면 그런 매력도 있다고 인정해주자.


자존감이 낮은 연애는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저자는 우리에게는 '한 명'의 나가 아닌 '세 명'의 나가 있다고 말한다. 상대와 사랑을 하기 전에 내 안의 '세 명'의 나가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한다. 즉, 내가 나를 싫어하면 벌써 내부에서 균열이 생기므로, 내가 나를 사랑해야만 상대와의 사랑에 문제 발생이 최소화 된다는 것이다.  


이별 오답노트 만들기

1. 속도 : 내가 너무 서두르진 않았나? 혹은 너무 여유를 부리다가 일을 망쳤나? 앞으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2. 방향 : 내가 좀 일방적이었나? 상대가 보내는 신호나 표정을 애써 무시하지는 않았나? 앞으로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3. 매너 : 너무 빨리 말을 놓았나? 무례하게 느낄만한 습관이 있지는 않았을까? 말이 너무 많았나? 앞으로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4. 미래에 대한 생각 : 결혼관이 너무 달랐나? 타이밍이 안 맞았던 걸까? 앞으로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5. 방법 : 이 책에서 말한 사랑의 세 가지 축(소중히 여기기, 이해하기, 도와주기)에 비추어 나는 사랑을 제대로 수행한 걸까? 앞으로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6. 기타 : 옷차림, 헤어스타일, 표정, 유머 감각, 말투 등 앞으로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사랑을 쓰려거든 연필로 쓰세요. 쓰다가 틀리면 지우개로 깨끗이 지워야 하니까' 노래가 갑자기 생각난다. 굳이 연애 서적을 읽을 거라면 시적인 가사가 압권인 옛날 트로트나, 대중가요의 가사를 보는 것도 방법일 거란 생각이 든다. 어쨌든, 사랑은 연필로 쓸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쉽지 않다. 볼펜으로 꾹꾹 눌러 거의 한 페이지 분량을 다 썼을 때 틀렸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화이트로 살짝만 지워서 다시 살릴 수도 있지만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강을 건넌 것과 같아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눈물이 콸콸 쏟아지는 이별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 이별 후 눈물을 쓰윽 닦아 내고, 이별 오답노트를 적어보자. 학생들만 오답노트를 적는 것이 아니다. 다시금 오답을 쓰지 않도록 점검하자.


감정 조절하기

우리 생활을 네 가지 구성 요소(사건, 생각, 감정, 행동)로 구분한 것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이미 벌어진 사건은 어쩔 수 없지만 그 사건으로 유발된 생각을 바꾸면 연결된 감정이 달라지고, 감정이 달라지면 행동도 변한다는 게 이 이론의 핵심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한 가지 생각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대안을 떠올리는 습관을 들였다. 그러자 후회와 자책을 반복하는 빈도도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인생에서 어떤 사건을 겪는지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건에 반응하는 나의 생각이었다. 똑같은 일을 겪어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감정이 달라지고, 이후 태도와 행동이 달라지며, 인생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벌어진 일을 사건/생각/감정/행동으로 나누어 분석하는 이성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이미 엎은 물이라든가 벌이진 일은 돌릴 수 없다. 그렇다면 그 사건에 대해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할 수는 있다. 그 태도가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이다. 되도록 보다 건강한 방법으로 그 사건을 바라보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사회가 진화하면서 인류의 뇌는 나쁜 일을 굳이 강렬하게 기억할 필요가 없어졌다. 좋아진 영양 덕분에 기억력도 좋아져 중요한 사건들은 자연스럽게 기억에 남길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생명을 위협할 맹수를 만날 일도 없고 독초에 노출될 일도 거의 없다. 다만 아직 우리의 뇌 속에는 '나쁜 일을 온몸으로 기억하는 본능'이 계륵처럼 남아서 우리를 힘들게 한다.


그러나 인간의 뇌는 나쁜 일을 더 잘 기억하는 습성이 남아 있다고 한다.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질문을 통해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무덤덤하게 반응하는 법을 익혀보자.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세 가지 반응과 혼잣말을 준비하는 것이다.

첫째, 어떤 일이 생기면 '좋은 일인가?'라고 자신에게 묻는다. 좋은 일은 좋은 일로 받아들여야 한다. 어차피 좋은 감정은 3일 내에 사라질 테니 누릴 수 있을 때 마음껏 누리자.  

둘째, 만약 좋은 일이 아니라면 '그럴 수 있는 일인가?'라고 물어본다. 누가 나를 비난하고 다닌다든지, 승진 대상에서 배제됐다든지, 헤어지자는 말을 들었다면 분명 좋은 일은 아니다. 하지만 있을 수는 있는 일이다. 그게 나라는 사실은 무척 씁쓸하겠지만 어차피 절대 내겐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확신할 일도 아니었다. 이때는 "그럴 수도 있지"라고 중얼거려보자. '왜 나에게 이런 일이!'라고 화를 낼 때보다 한결 여유가 생길 것이다.

셋째, 살다 보면 일어나면 안 될 일도 종종 일어난다. 가족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거나 큰돈을 잃거나 믿었던 사람이 배신하는 일 등이 그렇다. 좋은 일은 당연히 아니고,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받아들이기도 힘들다. 이런 일을 '별의 별 일'이라고 부르자. 별의별 일이 닥치면 분노나 허탈함이 몰려오기 전에 이렇게 반응해야 한다. "세상에 참 별일도 다 있네!" "아, 정말 상상도 못 한 일이야!"라고. 그러면 부정적인 생각으로 이어지지 않고 뇌를 진정시킬 수 있다.

이미 벌어진 일은 아무리 돌이켜봐도 바꿀 수 없다. 충격은 불가피하겠지만 그 감정을 부정적인 생각과 연결할 필요는 없다. 즉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느냐고 원망하거나 망했다고 좌절하기 전에, 느낌표로 끝나는 문장을 먼저 사용하기를 권한다. 그래야 자기 감정에 공감해줄 수 있고, 뛰쳐나오려는 미숙한 방어기제도 막을 수 있다. 새로운 생각으로 감정의 물꼬를 돌리는 일이다.


내게 벌어진 힘든 사건에 대해 '무덤덤'하게 반응하고 해소하는 방법을 익히는 세 가지 방법이다. 정신과에서도 별다른 처방은 없는 것 같다. 다만, 몰아서 터지지 않도록 그때 그때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것이 중요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벌어진 일의 정도에 따라 이성의 끈을 꽉 잡고 그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그게 아니라면 감정이 요동치기 전에 나를 진정시키기 위한 다독임을 발동하라고 한다. 'WHY ME?'하고 하늘이든 땅이든 어디든 소리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나를 위해서 그 사건에 대한 나의 감정, 생각, 행동을 성숙하게 덤덤하게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다만, 울음을 쏟아낸 후 종착지에서 감정을 추스릴 때 생각해 봄직할 것 같다.



사랑이 쉬웠다면,  세상에 이별없고, 수많은 대중가요와 드라마도 나올  없었을 것이다. 사랑은 본디 어려운 것이 당연하고, 영원한 거라 믿었던 것의 단절도 그럴만한 일인 것이다. 다만, 사랑의 속성을 이해하고 후회하지 않을 사랑을 하기 위해 노력할 수는 있다. 소중한 누군가를 쉽게 놓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사랑 공부가 필요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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