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국립현대미술관 목우공방 108 나무숟가락
최근에 전시에 다녀왔다. 여러 주제로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뭐니뭐니 해도 나무숟가락 전시에 맘을 빼앗겨 버렸다. 소담하고 정성스럽고 따듯한 나무의 질감을 고스란히 담은 나무 숟가락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식기 용도로서의 숟가락보다는 나무 질감을 고스란히 살린 숟가락의 모습을 한 작품이랄까.
해당 전시의 이름은 '목우공방 108 나무숟가락'이다. 양혜규라는 사람이 기획한 전시로, 자신의 어머니의 지인인 김목수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김우희 목수의 숟가락 108개를 특징별로 모아 전시한 것이다. 양혜규의 전시 안에 한 켠에 마련된 '전시 안의 전시'인 것.
숟가락이라는 물건이 가지는 상징성에 끌렸다.
먹고 사는 삶과 긴밀하게 연결되는 함축적 상징성이 가슴에 와 닿았다.
- 전시 문구 中 -
수많은 숟가락이 서사를 갖고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벌레가 먹은 나무라 구멍이 뚫려 있는 숟가락, 비녀 뒤쪽이 오목하게 패인 숟가락 겸 비녀... 그러나 너무 깨알같고 귀여운, 이 숟가락만큼 마음과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없었다.
바로
반지 숟가락!
그리고 반지 숟가락은 이렇게 말한다. "밥은 먹여줄게!"
일명 프로포즈용 숟가락 아닌가. 사랑하는 상대 약지 손가락에 알맞은 사이즈로 구멍을 내어 예쁘게 포장한 다음, "밥은 먹여줄게! 나랑 같이 앞으로 평생 밥 먹자!"라고 박력있게 말하는 것이다. 숟가락을 보는 순간 따듯하고 포근해서 풉하며 예쁜 미소가 지어질 것 같다. 너무나 순수하고 진실해서 나오는 순박한 웃음은, 지금 이 순간은 다른 누구보다 행복하다는 감정의 충만을 느끼게 한다.
'밥은 먹여줄게!'는 여러 의미를 내포한다.
1. 배는 굶지 않게 해주겠다, 일종의 너를 책임지겠다는 단단한 고백이다.
2. 밥을 먹는 일은 좋아하는 사람이랑 해야 소화도 잘 되므로, 너랑 평생 같이 밥을 먹는 숭고한 일을 하고 싶다.
3. 투박한 말 속에 사랑의 진솔한 감정을 가리고 있다.
여러 의미를 쥐어 짜 보았지만, 반지 숟가락을 보는 순간, 결혼에 대한 행복감, 사랑의 순수함이 차올라서 기분이 좋아졌다. 같이 즐겁게 밥을 먹으며 서로에게 밥을 먹여줄 만큼의 책임감을 갖고 함께 서로를 견인하는 결혼을 그려낼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