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여름 손님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뜨거운 열기, 목덜미를 흐르는 땀, 금방이라도 구리빛이 될 것만 같은 햇빛, 지중해 바다, 영롱한 에머랄드 빛 바다와 새빨간 수영복...
여름. 덥고 끈적하지만 그 색감만큼은 밝고 맑고 눈이 부시다. 특히나 이국의 여름은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볼록하게 부풀어 오른다. 바닷속 물고기가 뭍에서 팔딱거리는 것 같다. 시간의 초침과 분침이 반대로 엄청나게 빨라져 과거로 광속 주행하여 순식간에 풋풋한 젊음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영화로 먼저 본 ‘call me by your name’. 시간과 장소와 분위기, 사건이 너무나 완벽하게 맞아 떨어져 매료되기 충분했다. 이탈리아의 여름과 아름다운 두 남자의 등장. 시각적으로 황홀하다. 뭐 다른 게 필요할까.
엘리오와 올리버. 2층으로 된 오래된 저택에서 17살의 소년과 24살의 대학원생이 만난 그해 여름.
영화를 먼저 보고 소설을 읽었다. 초반에 잘 안 읽혀서 미뤄뒀던 걸 다시 꺼냈다. 읽다 보니 영화보다 더 야릇해서(!) 몰입해 버렸다. 더욱이 엘리오의 감정이 너무나도 섬세하게 묘사돼 있어서 멈출 수 없이 내리 읽었다. 사랑하는 대상을 바라보고 그리고 기다리고 용기를 내보는 일들이 너무나도 절절했다. 그저 흥미로만 볼 수 없는 지점일 것 같다.
남자와 남자가 사랑한다는 소재가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지만, 성별 관계 없이 사랑에 더욱 방점이 찍혀 있다. 두 존재가 서로를 바라보고 그리워하는 마음, 특히나 엘리오가 올리버의 감정을 살피고 알아봐 주기를 바라는 모든 것들이 정말 섬세하게 표현돼 있다. 엘리오가 어린 마음에 풋내기 사랑으로 올리버를 탐닉했던 것도, 올리버가 완벽에 가까운 남자였기 때문도 아니었을 것이다. 사랑이 틔어질 수밖에 없는, 본능에 가까운 것 아니었을까. 그가 내가 되고, 내가 그가 되는 일. 내 이름으로 그를 부르는 일.
네 이름으로 나를 불러줘.
내 이름으로 너를 부를게.
태어나 처음 해본 일이었다. 그를 내 이름으로 부르는 순간 나는 그 전에, 어쩌면 그 후에도 타인과 공유한 적 없는 영역으로 들어갔다. - 167p.
오랜만에 사랑의 감정이 휘몰아드는 초여름이었다. 그저 덥기만 한 여름이 설레고 기대되는 건 순전히 이 소설 때문이다. 여름의 열기는 차분한 겨울의 포근함과는 분명 다르다. 거세고 강렬하고 뜨겁다. 여름과 같은 사랑을 기대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