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것과 의미 있는 것은 다르다
12가지 인생의 법칙(12 RULES FOR LIFE)
AN ANTIDOTE TO CHAOS 혼돈의 해독제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목록에 있었으며 작가의 유명세로 인해 선택한 책이었다. 제목이 꽤 거창한 편이라, 자기계발서를 무척이나 좋아하지 않는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약간의 거북한 감정까지 불러 일으키는 제목이다. 나는 자기계발서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은 사람인데, 내가 자기계발서 카테고리에 있는 책을 읽는다면 그건 알고 있는 것들을 다시금 일깨우기 위함이다. 이 책도 클린한 삶의 질서를 좇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으로 시작했다.
이 책은 성경을 많이 인용한 책이다. 단순히 우리 생활의 개조를 목적으로 일상 사례를 끌어오는 것이 아니라, 성경과 역사 등 사회 구조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려는 책이다. 기독교인도 아니고 그리스 로마 신화에도 관심 없는 나로서는 성경에 문외한이긴 해서 이 책을 통해서 조금은 알 수 있어서 긍정적인 측면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성경과 또 역사, 정치 등의 인용과 12가지 법칙의 연결고리 부분이 견고하여 설득력이 높았다고는 말하기가 어려웠다. 물론 그저 그런 일상적인 것들(심리학 실험, 주변 사람들 사례,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의 재인용)로 의미를 찾지 않은 면은 분명 좋았지만, 1~12까지의 법칙으로 구성한 챕터를 들여다 보면, 해당 주제와 인용된 설명이 딱 들여 맞는걸까도 잘 모르겠다. 조던 피터슨은 책보다는 강연이 (분명하진 않지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가 말하는 12가지 인생의 법칙은 다음과 같다.
법칙 1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
법칙 2 당신 자신을 도와줘야 할 사람처럼 대하라
법칙 3 당신에게 최고의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만 만나라
법칙 4 당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오직 어제의 당신하고만 비교하라
법칙 5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싶다면 처벌을 망설이거나 피하지 말라
법칙 6 세상을 탓하기 전에 방부터 정리하라
법칙 7 쉬운 길이 아니라 의미 있는 길을 선택하라
법칙 8 언제나 진실만을 말하라,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말라
법칙 9 다른 사람이 말할 때는 당신이 꼭 알아야 할 것을 들려줄 사람이라고 생각하라
법칙 10 분명하고 정확하게 말하라
법칙 11 아이들이 스케이트보드를 탈 때 방해하지 말고 내버려 두어라
법칙 12 길에서 고양이와 마주치면 쓰다듬어 주어라
그가 이야기 하는 방향은 니체를 떠올리게 한다. 인생은 분명 힘들고 한계도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 나가야 하며 그것도 가열차게 살라고 말하고 있다. 성경에서 아담과 하와의 선악과, 원죄 등으로 인간 세상은 어려움으로 출발한다. 그렇지만 나태와 태만, 위축, 수동 등이 아닌 튀어 오르는 삶의 방향성으로 움직이라고 말하고 있다.
나 자신을 책임지고 도와줘야 할 사람처럼 대한다는 것은, 나에게 진정으로 좋은 것이 무엇인지 찾는다는 뜻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좋은 것'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 또한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것'도 좋은 것이 아니다. (...) 당신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아라. 더 나은 사람이 되어라. 목표를 정하고 그곳을 향한 길을 걸어라. 19세기 독일의 위대한 철학자 니체는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 삶의 의미를 아는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다."라고 하지 않았는가. - [법칙 2] 당신 자신을 도와줘야 할 사람처럼 대하라 102~104.
누군가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거부한다면, 그 이유는 그 길이 어렵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어려운 것을 하기 싫어한다.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막상 해보면 어렵지 않을 수 있다. - [법칙3] 당신에게 최고의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만 만나라 126p.
합리성(Rational Faculty)은 자체의 고유한 능력과 그 능력으로 만들어 낸 것을 미화하고 싶은 유혹을 받는다. (...) 다시 말해 합리성이 모르는 것은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한다. 그리고 삶의 한계에 대해 개개인의 용기 있는 도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부정한다. (...) 우리를 구해주는 것은 인간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다. 또한 가능한 자아실현을 위해 현재의 자아를 희생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다.
현재 알고 있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모르는 것과 친해져야 한다.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자세히 관찰해야 한다. 남의 눈을 가린 티끌을 나무라기 전에 당신의 눈을 가린 들보를 걷어 내야 한다. - [법칙8] 언제나 진실만을 말하라,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말라 314~319p.
그러니까 '좋은 것 ≠ 의미 있는 것'이라는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안락, 평화, 즐거움이겠지만 그런 게 아닌 내 삶에 의미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으라고 말한다. 그렇게 하려면 당연히 불편함을 맞닥 뜨려야 한다. 내가 추구하는 의미 있는 삶이 고개를 들어 우러러 봐야 하는 것이라면 어느 정도는 혹독해 져야 한다. 적어도 그러한 삶을 원한다면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 길이 가보지 않았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지 해보면 할 만한 일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스스로 만든 장벽을 벗어날 때 우리는 한 단계 성장하게 된다.
지금의 나는 안온한가? 만족하는가?
누구나 자신의 삶에 100점 만점으로 만족하지는 못할 것이다. 타인과의 비교, 스스로 판단하는 자신의 가치, 불안, 조바심. 그러다 보면 합리화를 하며 외면하게 되며 내 마음에 안식을 찾으려 한다. 유튜브에서 조던 B. 피터슨의 짧막한 영상을 보았는데, 책임감과 불편을 감수하지 못한 성인을 빗대어 '어른의 몸에 갖힌 유아'라는 표현을 썼다. 물론 대학에 들어가 책임을 유예하며, 그런 대학을 비판하는 시각을 담은 영상이긴 하지만, '나는 어른인가' 자문에 찬물 뒤집어 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가 말하길 25살 정도면 초년생으로 그럴 수 있지라는 반응이지만 30살에도 유아라면 상황은 최악이라는 말을 한다. 내 나이를 세아려 본다.
책임을 감수하고라도 의미있는 삶을 따르는 것이 진정한 어른이겠지. 얼음 같은 찬물을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이’부어야 한다. 어른이 되는 길에 기꺼이 몸을 싣는 일을 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