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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하 Jul 28. 2021

핸드폰으로 전자책을 읽는 일

종이책과 전자책의 상생이 좋다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는 종이책




모름지기 책이라고 하면 종이 한장 한장을 넘기고, 중간에 책갈피로 읽은 만큼을 표시하는 종이책을 떠올릴 것이다. 아주 예전부터 전자책이 등장하면 종이책이 위협 받을 것이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대단한 위협은 아니었던 것 같다. 여전히 서점엔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책을 고르고 있고, 독립서점의 활성화와 다양한 독립 출판물이 등장하고 있다. 모든 것들이 디지털화되는 시대에 책은 그만의 존재감을 발휘하며 또렷히 생존하고 있는 것이다. 종이책을 위협하는 건 오히려 넷플릭스나 유튜브와 같은 영상 매체물이 아닐까. 텍스트라는 것 자체에 도전장을 내미는 너무나도 편안하고 자극적이며 재미난 매체들.


전자책이 등장하면서 전자책용 기기도 생겼지만, 책을 아주 많이 읽지 않은 이상은 태블릿 PC를 구입하여 전자책 앱을 이용하는 경우가 더 흔하지 않을까 싶다. 결국 전자책을 위한 기기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에 어쩐지 좀 부족한 느낌이다. 종이책의 장점을 완벽 구현하기도 어렵고, 여러모로 활용 가능한 태블릿 PC를 대체하기에도 기능이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전자책으로 텍스트를 읽는 행위는 어떨까.




전자책으로 책을 읽다




나는 종이책 위주로 독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실상 전자책 이용 비율이 굉장히 낮은 편에 속한다. 보통은 인터넷 서점을 이용해 새책을 구매해서 본다. 새책을 깔끔하게 보고 중고서점에 팔면 서로 윈윈 전략이라는 생각이 들기에 책 구매에는 돈을 덜 아끼는 편이다. 최근에 읽지 않은 책들이 쌓여 있어 새책 구입을 미뤄두고 있던 찰나, 도서관앱을 통한 전자책 대출이 눈에 띄었다.


몇년 전만해도 도서관 전자책 앱이라고 하면 엄청나게 옛날 책이나 도통 들어본 적도 없는 이상한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아무래도 저작권이나 계약 관계가 있으니 그런 거라 생각하며 그간 잊고 살았는데, 최근에 들어간 본 전자책 앱에는 꽤 괜찮은 책들을 무료로 대출할 수 있었다.


우선은 지역 도서관에 가입이 되어 있어야 하고(어떤 경우 사이트 가입 뿐 아니라 방문을 통해 정회원이 되어야 전자도서관을 사용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해당 앱을 깔고 로그인을 해야 이용 가능하다. 지역 도서관 아이디/비번을 입력하면 된다.




서울교육청 전자도서관 SEE




카테고리 중 문학-한국 문학으로 들어가면 다음과 같은 작품을 대출할 수 있다. 인기 작품은 예약 마저도 할 수 없기도 하다. <부의 추월차선>도 인기 대출 책 중 하나!







서울교육청 도서관 SEE 앱을 이용해본 결과, 의외로 읽을만한 책들이 있어서 좋았다. 7월 동안 해당 전자책 앱을 통해서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안드레 애치먼의 <파인드 미>, 조르주 심농의 <마제스틱 호텔의 지하>, 히가시노 게이고의 <11문자 살인사건>을 읽었다. 모두 빠르게 읽히는 책이어서 신속하게 읽었다.




전자책과 종이책



결과적으로 전자책과 종이책 각각의 편리함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결론을 내리고 싶다.


우선 7월 한달 동안 전자책을 읽어보니, 분명한 장점과 아쉬운 점이 함께 했다. 장점을 나열해 보자면, 무게가 제로라는 것. 출근을 할 때 텀블러에 커피를 테이크아웃 하고 있는데, 텀블러까지만 들어가는 가방의 경우 고민되는 경우가 있다. 가방을 바꿔서 책까지 챙길까. 요즘처럼 날이 더운 날에는 책도 텀블러도 들어가지 않는 간단한 가방을 메고 출근하고 싶어질 때도 많기에, 물리적 실체가 없는 건 확실히 이런 편리함이 있다. 이게 종이책은 넘볼 수 없는 최대 장점이다. 게다가 내 서재에 대출한 여러 책들을 터치 하나만으로 불러서 여러 권 마구 읽어도 되니 참 편리하다.

연결된 장점으로는 읽을 때에도 무게 걱정 없이 핸드폰만 들고 있으면 된다는 것. 눈의 좌우 가동 범위도 짧아서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책과 달리 화면 안에 들어가는 글자 수가 적어서 페이지 수도 빨리 넘어가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무료라는 것도 아주 훌륭한 점 중 하나다. 보통 책 한 권에 만원을 훌쩍 넘기는데, 전자책은 도서관에 가지 않아도 터치 하나로 무료 대출이 완료다.


그럼 이번엔 아쉬운 점 차례. 종이책에 익숙한 사람으로서 책을 읽는 느낌이라기 보다 웹문서를 읽는 것 같아서 가슴 뜨거운 문장을 만났을 때의 감흥이 덜하다. 종이책을 읽을 때는 좋은 문장이 나오면, 감탄하면서 '이래서 책을 읽는 것 아닌가!' 충만한 만족감을 느끼곤 하는데. 그리고 실체가 없으니 읽었는데 안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그러므로 적절히 조화롭게 사용하는 것이 최상의 결과일 것 같다. 전자책은 재밌고 빠르게 읽히는 추리소설류를 읽기에 적합한 것 같다. 직전 읽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11문자 살인사건>도 출퇴근 할 때 지하철에서 몰입해서 읽었다. 그리고 가볍게 외출하고 싶을 때 내 서재에 담아둔 전자책을 열어 읽는 것이지. 가볍고 싶을 때는 전자책이 알맞다.


아늑한 공간에서 책에 푹 빠지고 싶을 때는 종이책 여러 권 쌓아놓고 읽으면 무릉도원. 정지된 공간에 내 몸이 자유로울 때는 종이책을 읽는다. 책 냄새도 맡고 종이 넘기는 소리도 들으면서. 필사를 하고 싶을 때는 노트를 펼쳐서 멋진 문장을 옮겨 적기도 하면서 말이다.


각각의 장점이 너무나 뚜렷하므로, 둘의 공존은 나를 기쁘게 한다. 하반기에도 좋은 책 많이 읽고 즐거움을 느끼는 시간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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