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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하 Aug 04. 2021

여름에 제격인 추리소설 3편

조르주 심농과 히가시노 게이고


너무 더워서 정말 더위를 먹은 것 같아요. 지난 여름은 덜 더웠고, 올해 여름은 그 온도가 극악으로 치달으니 기력이 몰캉해지며 흐들흐들해집니다. 출퇴근에 땀이 줄줄 흐르는 사태 발생! 에어컨 바람은 시원한데 지끈거리고, 밖은 너무 뜨거워서 이래저래 적응이 어려운 여름입니다.



그리하야, 이런 계절에는, 또 이런 더위에는,

무겁고 재미없는 책 대신 빠르게 신나게 읽히는 추리소설류가 제격입니다. 재테크 책은 보면 눈이 감기는데, 추리소설은 더울 때 읽기 정말 딱이에요!

이 여름, 신이나게 읽은 추리소설 세 작품을 소개해 봅니다. 모두 전자책으로 읽었습니다.




마제스틱 호텔의 지하/조르주 심농





조르주 심농은 탐정 매그레 경감 시리즈(작품에 특정 탐정이나 경찰이 등장하는 시리즈를 구성하는 추리미스터리물)로 70편이나 미스테리물을 쓴 부지런한 작가다. 작가 연혁을 읽으니 여러 여성과 결혼도 하고, 지병으로 아주 오래 못 산다는 진단까지 받았지만 정력적으로 굉장히 많은 책을 쓰면서 그보다 더욱 오래 살았다고 한다. 벨기에인이나, 작품 활동은 프랑스에서 한 것 같다.


올 여름 포문을 연 소설이 바로 ‘마제스틱 호텔의 지하’다. 굉장히 스무스하게 읽히고 막힘없이 전개되는데, 헤밍웨이와 알베르트 카뮈가 찬사를 보낼 정도로 서술에 일가견이 있는 대작가라 가능한 바이브였다. ‘마제스틱 호텔의 지하’는 그가 다른 류의 소설을 진지하게 써보고 싶어 중단됐던 매그레 경감 시리즈의 부활을 알리는 작품이라고 한다.


사건 발생 장소는 파리, 마제스틱 호텔의 지하! 살해된 사람은 투숙객인 미국인 부호의 부인. 분주하게 움직이는 호텔의 지하는 직원들이 드나드는 장소다. 그렇다면 범인은 직원일 확률이 높은데, 소설의 첫 시작은 프로스페로 동주의 집에서 시작한다(동주라고 하니, 한국 이름 같은데 그 나라에선 동주라는 성이 있는가 보다). 그도 호텔의 직원으로, 피해자를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이기도 하다.


점점 사건의 내막이 밝혀지는데, 매그레는 짐짓  안다는듯 사건 해결을 어렵지 않게 처리한다. 능글맞으면서도 인간적인 캐릭터다. 원래 탐정은  하나로도 추리의 달인이므로, 사건은 본체를 드러내며 해결의 방향으로 여유롭게 넘어간다.


가볍게 보기 좋은 추리물이다. 분량 면에서도 단숨에 읽기에도 좋으며, 등장인물이 적당히 등장해 헷갈림도 덜하다. 깊이 들어가지 않아서 어느 누구든 쉽게 읽을 수 있다.





11문자 살인사건/히가시노 게이고





히가시노 게이고 역시 부지런한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 이 작품은 그의 다섯 번째 소설로, 초기 작품이라고 한다. 워낙에 많은 작품을 쓰는 작가라 이 책 제목도 처음 들어봤다.


주인공인 추리소설가인 여성의 남자친구가 살해당한다. 사건을 다가가면서 마주한 커다란 사건의 실체! (마치 책 띠지에 적힐 법한 문구 정도로 내용을 건드려 본다.)


추리소설은 읽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되는데, 사건의 해결에 가까워지면 김새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그렇다고 누가 범인이라고 적중해 내는 탐정 능력은 없지만, 밝혀진 상황이 인과관계는 있으나 구미를 당길 정도는 아닌 경우도 많다. 게다가 이런 류의 소설을 쭉 읽어온 독자는 어느 정도의 클리셰는 눈치 채는 편이라 좀더 새롭기를 원하지만, 인간사가 멀리 보면 카테고리로 분류 가능한 앙심이기에 원인도 대체로 비슷할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한 작가가 이렇게 많은 작품을 쓸 수 있다는 것도 대단하고, 패턴이 있어서 오히려 수월한 건가 싶다.


11문자 살인사건은 아주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소설로, 좀 헷갈리다 싶은 숫자로 등장인물들이 나오고(그래서 맨 앞장에 인물과 특징이 정리되어 나온다), 추리할 만한 상황적 요소도 있다. 그러니까 추리소설로서 갖출 건 다 들어가 있달까.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히가시노 게이고






이 소설은 단편 묶음집이다.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로, 그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 같은 휴머니즘 추리물도 쓰며 추리소설의 다양한 변주를 적용하고 있다. 이 소설은 피식 웃음이 나는 추리소설 연계 단편집이다. 추리소설가와 편집자와의 에피소드나 추리소설 독자의 이야기 등 추리소설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가볍게 담고 있다. 쇼트소설의 대가인 호시 신이치 작가가 생각나는데, 일본 특유의 스타일이 묻어나는 기묘한 재미를 주는 소설들이다.


소설 소개에서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 올해의 페이지 터너!'라고 적어 놓았다. 페이지 터너는 처음 듣는 말이라 검색 시작. '연주자가 연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옆에서 악보를 넘겨주는 사람을 뜻하기도 하고, 책장을 넘기기가 바쁠 정도로 흥미진진한 책'을 일컫는다고 한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게 묵직한 추리소설과 다른 재미를 선사하니 궁금해서 얼른 읽고 싶은 책이었긴 했다.


아래 목차를 보면, 다음과 같다.


세금 대책 살인사건

이과계 살인사건

범인 맞추기 소설 살인사건(문제편·해결편)

고령화 사회 살인사건

예고소설 살인사건

장편소설 살인사건

마카제관 살인사건(최종회·마지막 다섯 장)

독서 기계 살인사건


각각 에피소드 상황이 좀 웃긴데, 추리소설가와 추리소설 평론가들의 고충과 소설가와 편집자의 밀당 관계가 담백하게 담겨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추리소설을 쭉쭉 잘 뽑아내는 기계인 줄 알았는데, 추리소설가가 스토리를 쥐어 쫘내는 고충도 담겨 있어서 역시나 쉬운 일은 없는 거로군 했다. 추리소설은 플롯의 짜임새가 굉장히 중요하고, 독자들과의 추리와 겨뤄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정력이 요구되는 것은 확실하지만.


'세금 대책 살인사건'은 추리소설가가 엄청난 세금 폭탄을 맞게 될 상황에서, 세무를 봐주는 친구의 조언에 따라 세금을 면제하기 위한 작업을 하는 이야기다. 바로 소설의 내용을 바꾸는 걸로. 여러 영수증은 자료 조사나 참고 목적으로 구매하고 여행했다는 근거를 대기 위해 현재 연재 중인 소설의 내용에 이것저것 첨가해 나간다. 그러니까 하와이 여행을 자료 조사 목적으로 바꾸기 위해, 등장인물이 하와이로 가는 상황을 만든다. 그러고서는 그곳에서 구입한 쇼핑 목록인 고가의 물품의 이유를 위해, 등장인물은 입고 있던 옷을 쫙쫙 찢거나 벗어던지고 새 옷을 산다. 이쯤 되면 이야기는 길을 잃어 가는데… 아내의 피부과 에스테틱 영수증을 위해서, 등장인물들은 낯선 여자에 이끌려 피부 관리까지 받는다. 큭큭.


'고령화 사회 살인사건'은 그야말로 고령이 되어 버린 추리소설가의 기억력 감퇴로 인해 편집자가 고생한다는 이야기인데, 반전이 있다.

'독서 기계 살인사건'은 가볍긴 하지만, 책을 읽는 행위에 대한 작가의 묵직한 고민이 뒷맛으로 남는 작품이다.



더위 안에서 나 살려라를 위해 페이지 터너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미스테리물이나 SF 소설 보기를 강추하는 바입니다. 특히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은 신선하면서 가벼워서 편하게 읽기 그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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