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사랑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의 후속편 <파인드 미>. 엘리오와 올리바의 여름 햇빛 같은 뜨거운 사랑을 읽어본 독자라면 <파인드 미>까지 정주행 했을 것이다. 엘리오의 시점으로 섬세하게 그려진 사랑의 감정은 비밀스러운데다 격정적이어서 몰입력이 대단했기에, 그들의 그 이후의 이야기가 몹시 궁금했다.
작가의 섬세한 감정 묘사를 경험했기에, 그 후속편은 스토리도 그렇지만 얼만큼의 두근두근한 감정을 선사할까 기대가 되었다. 누군가를 열렬하게 사랑할 때, 그 사람의 말과 행동 하나 하나의 의미를 분석하고 들쑥날쑥한 혼합된 감정들을 표현할 줄 아는 작가니까 말이다.
여러 개의 챕터로 구성된 <파인드 미>. 첫 챕터의 시작은 "왜 우울해요?"로 시작한다. 기차에서 만난 두 남녀의 대화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하는데, 이 남자가 누구일까 이름이 바로 나오지 않아서 올리바? 엘리오? 누구일까. 남자의 나이가 꽤 많은 걸로 나와서 시간이 한참 지난 이야기인가, 후속편이라고 했지만 제대로 된 책 소개를 보지 않아서 기대한 책이 아닌가 물음표를 띄우며 읽기 시작했다. (전자책으로 읽었어요!)
콜바넴을 좋아했다면 반드시 다시 읽을 거라 생각하기에 자세한 내용은 담지 않겠지만, 조금은 아쉬웠다고 말하고 싶다. 그렇지만 엘리오와 올리버는 몸과 마음 모두 이끄는 반쪽인 게 틀림없다는 사실만은 명징하게 남아있다. 보통은 잊게 마련이다. 그게 불수의적이든, 수의적이든 헤어진 후에는 기억하자는 마음보다 잊자고 되내며 살아간다. 그러면서 어떻게든 살아간다. 기우뚱 거리다가 다른 누군가를 만나서 제대로 뚜벅뚜벅 걷기도 하고, 제대로 걷게는 되었지만 마음 속에 구멍은 빈 채로 가기도 한다. 그런데 엘리오도 올리바도 그렇지가 않다. 그들에게는 선형적 시간은 와자작 부서지고, 카를로 로벨리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가 남겨질 뿐.
"내 이름을 불러줘, 너와 나는 분리되지 않은 하나인 거야." 이런 강렬함으로 무장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후에 "나를 찾아요. 나를 찾아줘요."라고 N극과 S극이 서로를 찾듯, 주문처럼 분리된 상태의 합일을 갈망한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든, 거리가 얼마나 떨어졌든.
현실에서는 가능하지 않을지 모르는, 사랑만을 위한 삶. 이 소설을 읽을 때만큼은 찐사랑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솟구친다. 기차에서 낯선 이와 대화하다 저녁 식사에 초대되어 그야말로 사랑의 불꽃이 튀고, 음악 연주회를 보러 가다 나눈 몇 마디 말에 급속도로 이끌리는 일. 나와는 멀다고 느껴지는 상황들을 간접 경험하며 환상적이고 짜릿한 감정을 느껴본다.
번외로 '파인드 미'의 영화화가 추진되려고 했으나, 코로나도 그렇고, 아미 해머도 좀 그래서 촬영이 들어가진 않은 것 같다. 티모시 샬라메를 보고 싶었는데 그건 참 아쉽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