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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하 Sep 03. 2021

추리소설가의 휴머니즘

녹나무의 파수꾼/히가시노 게이고


참을  없는 더위 속에   있는 것이라고는 시간 가는  모르고 읽는 추리물 정도. 그리하야 최근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연달아 보았다. 11문자 살인사건,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과 녹나무의 파수꾼까지 내리  권을 쭉.



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소설가이자, 한국에도 꽤 많은 책이 번역된 성실한 이야기꾼이다. 그의 책을 한 번 정도 읽어본 독자들도 꽤 있지 않을까. 다소 늦게 유명해진 작가다 보니, 유명해진 후에 예전 작품이 번역되어 한국에서 다작을 하는 작가로 인식된 면도 있다고 한다. 꾸준히 신작을 내는 일이란, 온몸을 끌어다 쓰는 굉장한 노동이기에 대단하고도 대단하다.



<녹나무의 파수꾼>은 휴머니즘 낭낭한 따듯한 이야기다. 가족애라는 소재로, 쫀쫀한 구성과 명확한 문장으로 몰입감을 높여 끝까지 읽게 만든다. 추리소설가의 휴머니즘이라니 이색적인 조합인데, 그의 전작인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알고 있다면 따듯함이라는 키워드도 작가를 표현하는 낱말임을 알 수 있다.


<녹나무의 파수꾼>은 말 그대로 녹나무를 지키는 인물이 나오는 이야기다. 누군가 녹나무에 자신의 뜻과 생각 등 모든 것을 기념하면, 유언처럼 후대에 혈족의 누군가에게 그 념이 전달되는, 간단히 말해 녹나무는 메신저 역할을 한다. 신령스런 메신저.


녹나무 파수꾼이 된 20대 청년 레이토, 그리고 그의 배다른 이모인 치우네. 녹나무를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함께 전개된다. 가족 사이에 생기는 오해, 전하지 못한 진심을 그가 죽기 전 녹나무에 담아두면, 그 마음이 가족에게 전달된다. 감상에 치우쳐 독자를 눈물 쏙 빼게 하기 보다 적당한 균형을 유지하며 가족애를 담아내고 있다.



작가는 추리소설의 대가이므로, 탄탄한 플롯과 긴장감 조성을 특출나게 잘 하기 때문에, 굵직한 스토리 라인만 완성된다면 쓰는 것쯤은 가뿐히 해내는 것 같다. 특히나 자극적인 사건이 등장하지 않음에도 비교적 긴 스토리를 지치지 않고 끌고 가는 것은 참 대단한 것 같다. 매끄럽게 흘러가는 구성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악의 요소가 없는 따듯하면서도 탄탄한 이야기.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라면, 오래 전에 제주에서 만난 구실잣밤나무가 생각난다. 카멜리아 힐 안쪽에는 나무를 꼭 껴안고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고 하는 행운목이 있다. 구실잣밤나무. 눈코입을 그려나 몹시 귀여워졌으나 굵직한 아름드리 나무다.






모든 이들의 소원을 다 들어주기엔 신도 나무도 벅찰테니 ‘힘을 주소서’라고, 어떤 일이든 담대하게 꿋꿋해질 수 있기를 빌고 싶다. 활짝 웃기를, 씩씩하기를, 스스로를 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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