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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하 Sep 14. 2021

사랑하는 안드레아/룽잉타이, 안드레아

홍콩 사는 엄마와 독일 사는 아들의 편지



열여덟살의 아들을 이해하고 싶어, 홍콩에 사는 엄마(룽잉타이)가 독일에 사는 아들(안드레아)과 주고 받은 서간문. 다이어리에 적어넣은 읽고 싶은 책이었던 ‘사랑하는 안드레아’. 우연히 만나 읽게 되었다!(운명이나 우연의 힘을 어느 정도는 믿어도 될 것 같은 경험이었다.)



룽잉타이는, 이런 인물이다.


저자 룽잉타이는 대만의 대표적인 지성으로, 폭넓은 지식과 날카로운 시사적 감각, 촌철살인의 명쾌한 문장으로 수많은 독자들을 사로잡은 중화권 최고의 사회문화비평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다.

2012년 5월 대만 문화부가 신설되면서 2014년 12월까지 초대 문화부장을 지냈다. 지금까지 가장 능력있고 따뜻한 장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리고 안드레아는 대만인 어머니 룽잉타이와 독일인 아버지의 첫째 아들. 왜 안드레아는 독일에, 룽잉타이는 홍콩에 살고 있을까 의문을 가진 채 조용히 책을 읽었다. 같이 살지 못하는 이런저런 사정이 있을 수 있겠지. 읽다보니 룽잉타이는 남편과 이혼을 하고 각자의 삶을 사는듯 보이고, 첫째 아들 안드레아는 독일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둘째 아들은 룽잉타이와 홍콩에 살며 국제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내 품의 자식이었던 안드레아가 키 180을 훌쩍 넘은 청년이 되어 더 먼 세계로 가고 있다. “우리 둘이 오가는 편지를 책으로 쓰는 거 어때?”라는 엄마의 제안에 의외로, 순순히, 오케이라는 긍정 답을 한 안드레아. 그렇게 시작된 둘 사이의 이야기.






엄마의 다가감은 떠나온 시간만큼, 물리적 거리만큼 궁금하고 걱정되고 조심스럽다. 동양인 엄마와 유럽인의 사고방식을 가진 아들, 엄마와 자식이라는 거리감. 정치적 참여와 같은 사회적인 사안에 대한 세대와 (서양과 동양의) 세계관 차이가 둘 사이의 대화로 드러난다. 연재 형태로 글이 게시되었는지, 둘 사이의 오간 서간에 대한 독자의 다양한 반응도 제시되어 있다.



사적인 기록을 넘어서는 묵직한 주제도 있지만 그렇다고 웅장하고 지리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엄마와 아들이 시간과 거리를 넘어 좀더 가깝게 만나기 위한 시도. 서로를 이해하면서 멀어지는 시간을 접어내는 노력이 담겨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란 무엇일까. 부모로서, 인생 선배로서 자식에게 건넬  있는 조언이란, 받아들이기에 따라 잔소리일 수도, 시대착오일 수도 있다. 다만, 서로를 이해하는 , 그리고 소홀해지기 쉽기에 더욱 상냥해져야 하는 일만은 놓치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리에서, 마음을 담은 표현이 참 중요하다. 우리는 유한하므로.







서로에게 질문을 건네고 답을 적어 내려간다. 안드레아가 엄마에게 묻는다. “인생에서 가장 번뇌스럽고 후회스러운 한 가지는요? 다시 원점으로 되돌렸으면 하는 일이나 결정이 있나요?”​



룽잉타이가 대답한다.​​

 ​



우연이 그냥 우연으로 끝나는 법이 없어.
우리가 걸어가는 이 길은 반드시
그 다음 길로 이어지지.
결코 되돌아갈 수는 없어.
인생에서의 모든 결정이 결국
중앙선을 넘은 ‘졸’이라는 걸
엄마는 깨달았어.



​​


장기의 ‘졸’은 중앙선을 넘으면 되돌아 갈 수 없다고 한다. 뭐, 가끔은 돌아봐도 괜찮지만 너무는 너무하지. 중앙선을 넘은 졸에게 번뇌는 없는 거야. 그 결정이 어찌 되었건, 연결되고 또 연결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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