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한 죽음의 길_영화 WILD

by 나하



거의 막다른 인생에서의 막다른 선택지. 달리 어쩔 수 없겠지. 그 어떤 동정 혹은 이유, 평가를 그녀에게 붙일 순 없을 것 같다. 그렇게 되었고, 그렇게 종주를 시작했다라고밖에. 인생은 어차피 장기의 ‘졸’인 거잖아. 졸은 앞으로 갈 수밖에 없지.






PCT라고 하는 종주를 시작한 셰릴. 미서부를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트레킹 코스를 걷는다. 캘리포니아, 오레건, 캐나나 국경에 이르며, 셰릴은 ‘신들의 다리’를 밟으며 종착을 알린다. 넓디 넓은 땅이며 깊디 깊은 곳이니 사막과 아직 녹지 않은 눈이 쌓여 있는 구간들을 뚫고 나가야 한다.​



** 미국 3대 트레킹 코스 중 하나인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acific Crest Trail:PCT)은 국유림 25개 국립공원 7개, 총 2659마일(4279km)에 달하는 지옥의 코스라고 한다. **


가는 길 자체가 외지고 험난해서 보통 남자들이 많이 간다고 한다. 그래서 셰릴의 종주에 모두들 놀라며, 중간에 만난 남자는 종주를 멈췄다고도 한다. 그런 곳을 멈추는 기색 없이 가는 이유는, 더이상 잃을 것도 없는, 그녀가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셰릴 스트레이드’라는 여성이 자신의 일을 책으로 냈고, 책이 영화화 된 것이다. PCT 내내 과거의 일들이 밀려오고 돌아가기를 반복한다. 암으로 엄마를 잃고 마치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는듯 엉망으로 산다. 결혼한 상태에서 마약에 손을 대고, 처음 본 사람들과 잠자리를 하고, 임신을 했지만 누구의 아이인지도 모르는 상황까지 치닫는다. 술 취하면 엄마에게 손찌검을 하는 아빠를 피해 그녀, 동생은 엄마와 의지하며 살아왔다. 그런 존재인 엄마의 갑작스런 죽음은, 그녀 자신을 상실하게 만든다.그리고 운명처럼 만난 PCT. 작은 걸로는 재시작이 안 된다는듯, 생존의 갈피를 잡기 위한 극한을 통해 다시금 신호탄을 쏘려는 모습이다.​


삶은 간단하지 않았고, 그녀는 과감하게 시작했고 두려웠고 힘들었지만 주저함은 없었다. 나도 졸의 길을 가야 하니까. 그녀만큼 절박하지 않더라도, 모든 사람들에겐 졸다운 씩씩함이 필요하다.


​​

영화 내내 ‘엘 콘도르 파사’(El Condor Pasa_철새는 날아가고)라는 노래가 깔린다.



달팽이가 되기보다는 참새가 되어야지.

그럴 수만 있다면 그게 좋겠지.

못이 되기 보다는 망치가 되어야지.

그럴 수만 있다면 그게 좋겠지.

멀리 멀리 떠나고 싶어라.

날아가버린 백조처럼.

인간은 땅에 얽매여 가장 슬픈 소리를 내고 있다네,

가장 슬픈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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