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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하 Dec 08. 2021

커피를 마시려고

두 개의 알람을 켜요


깊어가는 겨울, 아침은 어둡다. 자기 전에 알람을 맞추는 것을 잊지 않는다. 두 개의 알람. 왜 하필 두 개람? 첫 번째는 무르익은 잠을 깨우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제 이불 속에서 나올 것을 통보하기 위함이다. 각각의 기능에 충실하며 군더더기 없는 적당한 발란스의 알람.

하나의 알람만으로는 제시간에 오지 않으면 떠나버리는 기차처럼 얄짤없고, 세 개의 알람은 사방이 조용하며 아무도 내딛지 않은 쌓인 눈 위에 흙 묻은 운동화로 요란하게 발바닥 표시를 사방에 짓뭉개놓은 것처럼 정신없다.

이른 아침 눈 뜨는 일도 이 정도면 손쉬운 습관이 될 법도 한데 늘 약간의 도전이다. 특히나 겨울이라면 곱절의 아니 곱곱절의 의지력이 필요하다. 아직 사방은 어둡고, 밖은 너무 추우니까.

드물지만 알람보다 먼저 깨는 날도 있다. 그럴 땐, 게슴츠레한 눈으로 핸드폰을 보며 나의 희비를 확인한다. 아직 충분히 더 자도 되는 시간이면, 안도감과 행복이 밀려와 이불을 목까지 끌어와 잠을 이어간다. 얄굿게도 5분 전에 눈이 떠질 땐, 당황스러움을 느끼며 황급히 눈을 붙인다. 일 분도 낭비할 수 없다는 듯.

두 번째 알람을 끄고 굼뜬 자세를 취하기를 몇 분. 이제 정말 일어날 시간이다. 욕실에 가서 칫솔 위에 치약을 짠다. 이때 눈은 반쯤 감겨 있다. 그리고 스삭스삭 이를 닦는다. 서서히 아주 조금씩 몸이 깨어난다. 머리를 감고 나면 이젠 뒤도 없이 고다. 후진 없는 전진만이 시작된다. 재빠른 손놀림으로 기계적인 치장을 마치고 뒤도 없이 문 밖을 나선다.



하루가 열린다. 열림과 동시에 순삭하는 이 흐름.



아침에 일어나 문 밖을 나서는 이유는, 그 단초는, 커피다. 커피를 마시려고 출근을 합니다. 카페인과 바닐라시럽의 씁쓸하고 달달한 바닐라라떼, 너 하나만을 위한 나의 일하러 가는 길. 많은 생각, 끝을 내야하는 일, 내가 편해지는 방법을 찾는 일 모두 시작은 커피로 한다. 시작을 하면 과정으로 이어지고, 결과가 되므로 그 다음은 그곳의 내 몫이다.

카페인의 굴종된 인간이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고, 출근을 하기 위해 커피로 유인하는 합리화라면 그역시 맞는 말이라.. 그렇지만 스텔라 장도 ‘카페인’이란 노래에서 미루고 미루다 카페인의 힘을 빌린다고 말했거든. 매일을 각성하며 살아야 하니까.​​​​


그래도 정말, 커피덕분에 힘을 내는  진실입니다. 추운 겨울 오들오들하다 따뜻한 커피로 몸을 녹이며 업무로 녹아드는 스스로에게 취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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