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에서 그녀가
전화를 걸었다
울먹거린다
내내 뒤척였다고 달이 흐리다고
듣던 나도 뒤척이긴 마찬가지
어젯밤엔 달도 붉게 물들던데
사진을 보여주며 소원도 물었는데
예전에 문창과를 가고팠던 나도
필력이 모자라 공대를 다녔겠지만
심리학과를 다니려 했던 그녀도
점수가 너무 높아 사대를 갔었지만
과 꼴찌였던 나도 수석을 한 그녀도
사회생활이 더 버겁긴 마찬가지
어젯밤엔 붉은 달도 떴었는데
소원이 뭐냐면서 농담도 했었는데
내가 먼저 아프네요, 라고 말했다
사랑과 죽음은 한통속이라 그렇다고,
죽음보다 두려운 게 있다고도 말한다
헤어지지 않겠어요, 라고 말했다
둘 다 이제는 그만 아프자고 한다
금방 나을 거예요, 라고도 말한다
결코 아프다는 말을 못 한다
바보라서 좋아하는 모양이다
어젯밤엔 붉은 달도 흐렸는데
다신 못 볼 풍경에도 젖었었는데
내가 다시 좋아해요, 라고 말했다
병상의 고통이 헤어짐보단 낫다고
그리 바보처럼 믿는다고도 말한다
그게 더 좋다면서 말을 또 한다
바보라서 더 좋아하는 모양이다
이 몹쓸 사랑이 어차피 시한부라서
이별보다 더 어려운 게 잊는 거라서
# 단정,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