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으로서의 작별
누님, 보세요
매미의 처연한 울음들이 잦고 귀뚜라미의 장식음이 뒤덮는 계절
새벽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마지막 인사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어제는 마지막 장미를 한참 지켜보았고
배롱나무 끝에는 호수를 매달기도 하였습니다
석별의 정만큼 아쉬운 이야기도 더는 믿지 않기로 해요
하물며 마지막 인사말이 차갑기만 하다면 후회스러울 뿐이죠
아쉬움인지 미련인지 모를 칼 끝의 말들도 모두 접어놓겠고요
미안하다는 감정이 더는 오래된 기억으로 머무르지 않기를
그리하여,
어느 날 문득 저녁 밥상에서 소주잔을 대신하지 않게 되기를
어느 밤 일기장 앞에서 어설픈 이름으로 곱씹지 않게 되기를
바랄 뿐이고요
누님, 보세요
그만한 연분도 제게는 과한 것이어서 늘상 생경하기만 했고
그만한 행운도 다시는 찾아오지 않으리란 걸 이미 잘 알았고
그래서 감사하다는 인사 역시 꼭 전하고픈 마음일 뿐이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였을 인연의 한 시절을 보내려 함은
그 다음 계절을 맞이하는 마음가짐만으로도 어쩔 수 없어 함은
가장 아름다웠던 계절에 대한 마지막 예의였기 때문일 거예요
사라져야만 할 소중할 나날을 더 오래 추억하려 함일 거예요
그게 최선이었을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