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모릅니다

by 단정

그대는 모릅니다

밤새 비가 내립니다

그대는 모릅니다

자정을 깨운 알람에 몇 마디 나눈 대화도

그대는 알 까닭이 없습니다

사랑은 늘 외롭기만 한 것이어서

외로움은 늘 알 수 없는 대화로 치장하고

각자의 고독이 갖는 무게를 모르기에

엇갈리고 지치고 어긋나기만 합니다

그대는 모릅니다

밤새 비가 내리는 이유를

지난 대화에서 굳이 했던 말들을

그렇게 까발려지고 짓이겨진 상흔을

그걸 덮는 데 걸렸던 시간들을

그 속사정을 도무지 알 턱이 없습니다

그래도 사랑합니다

사랑하는 이유를 모릅니다

알 까닭이 없기 때문입니다

원래 사랑은 그랬던 것처럼

늘 외롭고 쓸쓸하기만 한 것이어서

밤새 내리는 비도 그저 쓸쓸하여

밤을 지새운 곡조들도 고즈넉하여

혹여 잠이 설핏 깨기라도 할까 봐

조곤대는 속살거림처럼 노래가 흐르고

그대는 긴 잠 속에 파묻히기만 합니다

하여

그대는 모릅니다

모른 척만을 합니다

알 수 없는 사랑과 설렘의 감정을

그저 영원토록 재우고픈 마음일 겁니다

그래서 몰라도 좋습니다

그대는 모릅니다만 실은 압니다

# 단정,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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