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차오른다, 가자

by 단정


달이 차오른다, 가자

들으셨어요?

저녁은요? 맛있었나요

저번에 쓴 편지를 지우느라 힘들었어요

제 맘도 맘이지만 수줍어 하느라요

가을도 밤이 무르익으면 저절로

갈대처럼 흔들거리던 일상의 졸음도

난데없이 붉기만 한 단풍잎들도

고즈넉한 호수에 핀 아침 물안개도 다

차오르기만 할 뿐이에요, 주저함도 없이

들으셨나요? 간밤의 울음을요

저녁은요? 다행히 새벽까진 괜찮죠

새벽에 쓰던 편지는 아직도 미완성인 채

제 맘도 제 맘이지만 수줍기만 해서요

가을이 점점 더 새벽으로 기울면 저절로

갈대처럼 흔들리던 사랑의 설렘도

난데없이 붉어지기만 한 제 얼굴도

스산하게 불던 바람뿐인 새벽 공기도 다

두렵기만 할 뿐인 걸요, 한 줌 용기도 없이

그래서요

듣고 계시나요?

달 보러 가야죠

# 단정,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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