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역만리, 사랑과 별 이야기
이역만리라는 뜻이 물리적 거리만으론
도저히 다다를 수 없다는 걸 알았을 때
우리는 절망하지 않고 서로 기뻐했었지
사고를 칠 일이 아예 없지 뭐야,하면서
못내 아쉬울 법한 감정들은 또 무얼까
살 부벼대며 사랑할 찬스가 아예 없어
사랑한다랑 안녕하세요랑 동급이잖아,
가벼운 인사로도 웃을 수가 있어 좋아
내게 사랑을 가르쳐 줘,라고 물을 때면
그녀는 벙긋 웃으며 곧잘 말을 삼키다
이내 먼발치 별을 하나씩 가리키곤 해
저 별을 자세히 보아,
늦가을에만 볼 수 있는 밤하늘이니까
저기 별 세 개 나란히 있는 거 보이지?
오리온자리 중간에 있는 오리온벨트야
그 옆자리가 베텔게우스라는 별이야
난 거기서 왔어,하면서 그녀가 웃었고
하늘을 보던 나도 그녀를 보며 웃었고
조만간 폭발한다면서 자꾸 속삭이는데
내 인생 어쩌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
지금 내 옆에 앉아서 자꾸 속삭이는데
난 지금 그게 너무 행복한 것만 같아서
# 단정,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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