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
그랬나 보다
어둑해진 먼발치엔 구름들이 덮은
진회색 하늘 천둥으로 요란할 때도
하얗게 덮은 자국들 사이사이마다
그림자들이 언뜻 보이기도 했었다
그랬었나 보다
알 수 없는 사연들 틈바구니에서
도무지 모를 것 같던 표정을 읽고
어쩌면 조금은 알게도 되었던 순간
그 순간을 믿으려 애썼던 이야기들
그걸 잊으려나 보다
설경이 한 폭 그림이 된 채 저물고
우리 옛사랑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이윽고 남루한 눈밭으로만 남아서
맵고 짠 공기들로만 가득 채운 채
또 널 잊으려 했었나 보다
# 단정,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