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빛
좋은 시 한 편을 쓰기 위해
쓰면서도 눈물이 나야 하고
다 쓰고도 눈물이 난다던 시인의 말에
나는 그만 울어버리고 말았다
좋은 시를 쓴 시인의 말에 감복했는지
좋은 시를 쓸 자신이 정말 없어서인지
못난 시만 쓰는 내가 부끄러워서인지
좋은 시 한 편을 쓰기 위해
시인이 얼마나 큰 아픔을 손수 겪었을지
얼마나 크게 아픈 이들을 안아주었을지
얼마나 호된 채찍을 자기한테 가했을지
그 고단한 흔적을 이제사 느껴서인지
도저히 가늠하기조차 어려워서였는지
아득해서 또 울어버리고 말았다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던 참극들 앞에서
마주 보며 웃던 고인의 맑은 영정 앞에서
추억을 새기는 일만큼 굴욕인 게 있을까...
결코 자랑이 되지 못할 시는 어찌 썼을지
그저 오래된 빛,
맑은 순수함이 그립다던 시인의 말에
맑고 순수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을
한 줄기 위안, 용기를 불어넣는 작은 힘을
좋은 시 한 편을 쓰기 위해
그 오래된 빛을
# 단정,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