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학노트

상반기의 주말

나희덕, '차갑고 둥근 빛'

by 단정


차갑고 둥근 빛

에너지 없이도

스스로 빛을 내는 존재들이 있다

별이나 반딧불이 같은 것

어둠 속에서 짝을 찾기 위해

먹이를 찾기 위해

꽁지를 환하게 밝히는 발광생물들

그날의 바닷가를 기억한다

손바닥 위에 반딧불이들이 내려앉던 저녁

머리 위에, 어깨 위에 신발 위에, 소리 없이 모여들던

수천의 빛송이들을

차갑고 둥근 빛

별이 깜박이는 것도 마찬가지

1초에 79개의 별들이 타오르며 사라진다지

염포에 저녁이 오고

반딧불이들이 날아다니고

밤하늘에는 은하수가 물소리를 내고

바닷가에 서 있던 우리도

멀리서 보면 몇 개의 반댓불이처럼 보이지 않았을까

서로를 맴돌며 희미한 빛을 뿌리는

# 나희덕, 가능주의자 (문학동네, 2021)

...

상반기의 주말 :

작년도 대산문학상 수상자인 강은교 시인 생각을 잠시 했던 어제입니다. 여전히 그 권위를 잃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세간의 관심은 그다지 활발하지 못한 편이어서 이게 과연 시인의 매력에 관한 문제일지 아니면 독자들의 수수방관하는 태도들이 문제일지에 대해 선뜻 대답을 내놓기 어려운 탓인 듯합니다.

오늘 새벽에 꺼내보는 시집은 역시 대산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했고 황지우 시인에 이어 김수영문학상, 백석문학상, 현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그리고 이 대산문학상까지를 모두 다 수상하는 두 번째 기록을 남기게 된 나희덕 시인입니다. (처음 소개를 한 자리에서 이를 놓고 '그랜드슬램'이라고도 표현했을 정도의 큰 사건인데, 사실 의외로 아는 분들은 많지도 않습니다만)

시어들은 애잔하고 그윽하며 도도하고 의도적이기까지 합니다. 다만 툭 툭 던져놓는 풍경의 편린들이 짐짓 '희미한 빛' 사이로 끼어들 틈새를 찾아 분주해지려는 동안을 내내 기다리며 아마도 시인이 꿈꾸려 한 결말이 결코 현실이 못 됨을 예상하므로 더더욱 그런 느낌들을 가졌을까에 대해 스스로한테도 질문을 던져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벌써 유월도 세 번째 주말을 맞습니다. 다음 주가 월말이자 상반기의 마지막 주말인 만큼, 상반기까지의 주말인사는 되도록 오늘 해놓으려 합니다. 2025년의 반환점을 지나쳐야 하는 시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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