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감정을 완성하는 가장 고요한 방식
스타벅스 생크림 크레이프롤을 좋아한다. 한번씩 매장에 들리면 꼭 크레이프롤을 먹는데 오늘은 크레이프롤이 매진. 할수없이 스타벅스 진열대에 가득 놓였던 생크림 카스테라를 먹었다. 분명 달콤했는데, 내 마음은 끝내 생크림 크레이프롤을 향해 가 있었다. 그건 단순히 “허기를 달래는 빵”이 아니라, 나의 입맛에, 감각에, 순간의 기대에 꼭 맞아 떨어지는 단 하나의 존재였던 모양이다.
인간관계도 비슷하지 않을까. 누구나 ‘적당히 괜찮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사람들은 카스테라처럼 부드럽고 무난하게 마음을 채워주는 따뜻한 사람을 좋아한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곁에 있어도, 마음 한편에서는 크레이프롤 같이 나의 감각에, 순간의 기대에 꼭 맞아 떨어지는 단 하나의 존재도 필요할 때가 있다.
이러한 인간관계 속에서 찾아오는 사랑은 “찾아오면 감사히 맞이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가 맞닿지 않으면 끝내 도달할 수 없는 감각”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랑은 더 어렵고, 그래서 더 귀하다. 그리고 그리움이라는 그림자를 항상 달고 다니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사랑을 선택해야 한다면 사랑은 크레이프롤 같은 내가 원하는 단 하나의 맛일까? 아니면 카스테라처럼, 예상치 못한 순간에 천천히 스며드는 부드러움일 수도 있지 않을까?
둘 사이의 간극은 타협하기 힘든 어느 경계에 서서 긴장감을 준다.
마음속에 조용히 내리는 첫눈 처럼. 소리 없이 배어들고, 자극적이지 않지만 오래 가는. 익숙한 숨결처럼, 어느 날 문득 “아, 이 사람과 함께라면 괜찮겠구나” 하고 깨닫게 만드는 그런 감정이 주는 행복이 있는가 하면
운명처럼 강렬하고, 짧은데도 오래 남아. 손끝에 남은 달콤한 크림처럼 다시는 닿을 수 없는데도 그 질감이 잊히지 않기도 한다.
부드럽게 스며들되, 잊히지 않는 존재.
그리워하면서도 평온한 관계.
이루어지지 않아도 아름답고,
지나가도 남아 있는 감정
“내 마음이 원하는 것”과 “그 사람에게 좋은 것” 사이의 섬세한 줄타기 같은 것이다.
너무 자기중심적으로 기울면 집착이 되고,
너무 타인에게 맞추면 자신이 사라지게된다.
그래서 나는 사랑이야말로
성숙의 예술 이라 생각한다.
마음속에는 누구나 잊지 못한 ‘크레이프롤 하나쯤’이 남아 있지만, 그 기억을 다시 손에 쥐는 대신 —
그 향을 품은 채, 누군가를 다치게 하지 않는 쪽을 택하는 것.
그게 어쩌면 사랑을 완성하는 가장 고요한 방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