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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dante Jul 24. 2017

러시아에서만 찾을 수 있는 '이것'

테트리스 궁전과 에르미타쥬

러시아를 여행지로 선택한 것은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없는 딱 하나를 꼭 보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바로 테트리스 궁전!


모스크바 소재 바실리 성당
바실리 성당의 아름다움에 이 곳을 지나갈때 마다 셔터를 눌렀다


정말 똑같지 않은가? 

이 궁전을 보자마자 나는 코찔찔이 소년으로 돌아간다. 유년시절을 보냈던 서울 그랜드백화점 뒷골목의 오락실에서 처음 테트리스를 접했었는데, 아직도 '띠띠 띠리 리리 띠띠띠'라는 음악이 귓가에 선하다. 아마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가톨릭 스타일의 성당도 정말 아름답다.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모범생이 생각나는 모습을 하고 있는 가톨릭 성당에 반해 바실리 성당은 캐주얼하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아는 멋쟁이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소재 피의 사원


상트 페테르부르크 소재 피의 사원
멀리서 본 피의 사원

이 건물의 정식 이름은 '피의 사원'으로 러시아 정교회 스타일의 성당이다. 역시나 지붕 끝 특유의 아이스크림 모양으로 다른 성당들과 구분이 가능하다. 먼저 올렸던 바실리 성당과 모양이 유사한데 실제로 건물을 만들 때 바실리 성당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이름에 '피'가 들어가서 좀 무시무시한 느낌이 있다. 러시아의 황제 알렉산드르 2세가 테러를 당하여 사망한 곳에 건물을 지었기 때문이 이런 이름이 되었다. 


바실리 성당은 모스크바에 있고, 피의 사원은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있다. 각자 러시아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다. 다른 성당 하고도 특출 나게 달라서 구분이 가능하다. 색감은 바실리 성당이 다양한 색을 사용하여 더 좋아 보이는데, 규모를 비교하면 피의 사원이 더 크기는 하다. 실제로 봤을 때는 피의 사원이 좀 더 압도하는 느낌이 있었다. 


정교회(Ecclesia Orthodoxa)라는 단어가 낯설어서 찾아봤는데 동서교회가 분열되면서 생긴 종파를 일컫는 단어라고 한다. 당시에 동쪽에 있던 교회가 정교 회고, 서쪽에 있던 교회가 가톨릭으로 갈라져 나왔다. 서방의 가톨릭에 비해서 거의 변하지 않고, 초기 교회의 직계 후손이라는 의미에서 사용되는 단어라고 한다. 정교회는 러시아 외에도 그리스 루마니아 세르비아 등에도 존재하는 종파이다. 


그리고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가지는 에르미타쥬 박물관이다. 

에르미타쥬 박물관 ( 건물이 하나라고 생각하면 경기도 오산)
에르미타쥬 박물관을 뒤에서 보면 이러하다

에르미타쥬는 다른 박물관과는 다르게 소장품들은 대부분 직접 '구매'했다는 점이 기억에 남는다. 러시아 제국 황제였던 예카테리나 2세가 한두 개씩 사모았던 물건들이 다른 러시아 제국 소유의 물건들과 합쳐지며 전시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박물관의 경우 전시규모가 270만 점으로 실로 엄청나다. 전체를 다 본다는 것은 욕심이고, 10분의 1이라도 감상하면 다행이다. 사진 속에 있는 건물 외에도 양옆에 별관이 있다. 신 에르미타쥬, 구 에르미타쥬, 겨울 궁전 등 건물이 여러 개고, 그 건물에 전시품들이 가득하다. 


이 박물관에서는 꼭 오디오 가이드를 해볼 만한데, '손숙'과 '김성주'가 해주기 때문이다. 꽤 많은 작품들에 대해 오디오 가이드를 제공한다. 


이 박물관에서 유명한 명화들이 몇 개 있는데 대표적으로 마티스의 춤이 있다. 아. 그런데 이런 작품을 보면 나는 현대미술을 이해하기에는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강강술래 하는 거 같기는 한데, 흠 그 이상의 기교나 아름다움을 느끼지는 못했다. 

마티스의 '춤'

또한 이 박물관에서 유명한 물건으로는 황금나무와 공작새가 있다. 예카테리나 황제에게 선물한 거라는데 특정 시간이 되면 운다고 한다. 공작새 내부가 아주 정교하게 기계적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뻐꾸기시계처럼 운다고 한다. 사람들이 너무나 모여 있어서 답답함에 실제로 울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었다. 


황금나무와 공작새


이곳에서 또 가장 유명한 작품 중에 하나인 램브란트의 탕자의 귀향!!

이 작품의 옆에는 사람들이 하루 종일 많고 시끄러워서 조용히 감상할 여유 따윈 없다. 

램브란트 '탕자의 귀향'

사람들 때문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서 힘들어한 참에 낭만이 살아 있는 이 박물관의 한편에서는 아름다운 노랫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알고 보면 졸전의 역사로 가득하지만 승전의 역사를 기록하기 좋아하는 러시아는 이번에도 나폴레옹 전쟁과의 승리를 기념한 홀을 만들었다. 아래 사진의 중앙에 있는 그림이 나폴레옹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알렉산드르 1세이다. 그리고 나머지 작은 사진들은 그 전쟁에서 공을 세운 장군들. 


작품에서 신고전주의 느낌이 ..

그림들뿐만 아니라 제정 러시아 시대의 다양한 의복들도 엿볼 수 있다. 

감옥에 갇힌 아버지에게 음식을 전달해 줄 수 없자 자신의 모유를 수유하는 딸의 이야기를 그린 그림



러시아에 대한 유럽의 빠심은 박물관에서도 엿볼 수 있는데 박물관의 일부 통로는 '바티칸 박물관'을 연상시킨다. 

에르미타쥬의 복도
바티칸 박물관의 지도전시실. 정말 비슷하다.


이렇게 큰 박물관을 오게 되면 검색을 해서 항상 사람들이 꼭 봐야 한다는 물건들을 보게 되는데, 사실 그런 작품들이 내 취향과 딱 맞지 않는 경우도 많다. 사실 그냥 훌륭하니까 가치가 있다라니까 속는 셈 치고 보기는 보는데 이렇다 할 감동이 없기도 하다. (마티스의 춤 같은 경우가 대표적.. 마티스 님 미안해요.) 


오히려 에르미타쥬(Эрмитаж / hermitage / 은둔지 ) 박물관에서 기억에 남는 건 다른 작품에 밀려 주목받지 못하는 은둔지에 있는 작품들이었다. 가령, 전시실에 한편에 모여있는 초상화가 대표적이었다. 이 초상화들은 보통 귀족들이 돈을 대서 자신들의 모습을 그린 건데, 정말 그 시대에 살아있는 사람같이 생겼다. 뽀샵 처리도 거의 안되어있었고, 얼굴의 하나하나에서 실제 사람이 느껴져서 더 좋았다. 사람은 '가짜'보다는 '진짜'에 더 열광하지 않는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매력적인 외모의 귀족여성


머리 벗겨진것도 리얼하고 옷이 한쪽에 걸쳐있는 것도 리얼하다.

에르미타쥬에 오면 꼭 '마티스의 그림', '황금나무와 공작새'는 봐야지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많다. 나도 그런 얘기들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역시 한 번씩은 보고 지나 갔는데, 큰 감동을 얻기는 쉽지 않았다. 전시품 근처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집중이 안 됐을 수도 있을 것이다. 반면에, 사람들이 한적한 전시실도 많았는데 오히려 그런 곳에 있던 작품들 속에서 큰 감동을 얻기도 했다. 아무리 주목받지 못하는 작품이라고 해도 내가 느끼는 감정이 중요한 거니까. 그러고 보면 세상만사 다 그런 게 아닐까. 남들이 뭐라던 내가 느끼는 게 중요한 게 아닐까.


러시아에 갔을 때가 백야가 있는 6월이었다. 야경을 너무 보고 싶어서 하루 시간을 내어 12시까지 시내를 활보해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트의 시내는 야속하게도 무척이나 밝더라. 그나마 조명들이 하나둘씩 나타나며 우리들을 위로해주었다. 


다리와 조명은 찰떡궁합이다.
에르미타쥬 박물관이 조명을 받으면 건물도 예술품이 되버린다.

밤이 되면 건물들은 다시 새 옷으로 갈아입어 놓쳤던 부분들을 재발견할 수 있게 해준다. 여름에는 야경을 제대로 즐길 수 없기에 어떤 이는 야경을 보러 일부러 겨울에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온다고들 한다.


밤거리를 지나며 나만의 컬렉션을 수집해본다. 아 저 기념품은 정말 커서 비싸긴 하겠지만 참 탐이 났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언맨 대형 피겨만큼이나 말이다. 저 기사를 사다가 우리 집 앞에 놓고 수호상으로 쓰고 싶다. 도둑들이 우리 집을 털려고 하다가도 이 수호상이 귀여워서 발길을 돌리지 않을까? 


하루가 가고 다음날이 왔다. 

오늘은 나만의 코스를 가봤다. 그곳은 St. Petersburg ITMO라는 대학교(한국으로 치면 KAIST에 해당되는 학교라고 보면 된다. )이다. 10년 전에 프로그래밍 대회에 한참 빠져 있었던 시절에 대회에서 우승하던 학교여서 궁금했었다. 어떤 곳에서 컴퓨터 괴물들을 만들어내는지가 궁금했다. 뼛속까지 공돌이인 나에게는 스티브 잡스의 생가만큼이나 특별한 곳이었던 거다. (스티브 잡스 생가는 실제로 방문했었다 히히


대학교에 도착했는데 그 건물의 사이즈가 초라하게 짝이 없었다. 심지어 건물의 일부는 공사 중이었다. 이렇게 초라한 곳에서 세계적인 인재가 길러진다니 어이가 없을 따름이었다. 나중에 다루겠지만, 러시아 최고 대학인 모스크바 국립대학교와는 더욱더 비교가 되었다. 


그나마 이 대학이 IT 쪽으로 명문대라는 걸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작은 현수막뿐이었다. 마침(?) 2017년 올해도 이 대학은 국제 대학교 프로그래밍 경시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2017년 기준으로 이 대회 참가 대학생은 30만 명이다 ㄷㄷㄷ. 30만 명의 학생들이 각 지역에서 예선을 통과(예선에서 1-2등 정도 해야 가능)해야 결선에 참가가 가능하다. 전산과 학생들에겐 이 대회의 결선까지 가는 것만으로도 가문의 경사. 


저 사진속에 대머리 코치는 15년전에도 저 학교 프로그래밍 팀 코치(아마도 교수님?) 였다. 

이 대학교를 방문하다 보니 코스가 좀 꼬여서 오래 걸었는데 오래 걷다 보니 예상하지 못한 의외의 관광지에 갈 수 있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시의 랜드마크가 작은 사이즈로 모여있는 공원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작은 선물에 뛸 듯이 기뻤던 기억이 지금도 난다. 크기만 작을 뿐 그들의 위치는 실제 위치에 맞춰져 있어서 어느 건물이 어느 건물보다 북쪽에 있는지 혹은 남쪽에 있는지 가까운지 먼지를 알 수 있었다. 



아래 사진은 내가 사랑하는 테트리스 궁전의 미니어처 버전! 


이것이 바로 테트리스 궁전! 
글의 서두에서 언급했던 에르미타쥬 박물관의 미니버전

러시아의 유럽적인 면만 기억하고 있다면 우리는 러시아를 반만 아는 것이다. 러시아는 한때 소비에트 연방의 중심에 있었던 곳이다. 우리가 무조건 주적이라고만 배웠던 공산주의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러시아인데, 그 모습은 다음 글에서에 선보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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