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dante Jul 11. 2017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여름 궁전

공돌이 러시아 여행기

내가 만난 러시아는 두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유럽의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소련의 모습인데, 오늘은 유럽의 모습을 가진 러시아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한다. 


지금의 러시아가 있게 했던 표트르 1세! 키가 2m가 넘었다고 한다.

러시아가 유럽의 모습을 띄게 된 것은 아무래도 표트르 1세( Peter Alexeyevich  /Пётр  Алексеевич / 1672- 1725)의 영향이 클 것이다. 그는 어린 시절 유럽에 유학을 다니며 유럽에 많은 감명을 받아 유럽의 느낌이 물씬 나는 도시를 만들었는데, 그 도시가 상트 페테르부르크(St. Petersburg/ Санкт-Петербу́рг)이다. 겉으로는 성자 피터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고 말하는데, 피터라는 글자가 도시 이름에 왜 들어갔는지는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는 다른 황제들과 다르게 부하들에게 시키기보다는 직접 해보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유럽 유학시절 황제의 신분을 숨긴 채 직접 대포 조작 기술을 배우고, 조선 기술, 의학 등을 익혔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사람라는 점에서 표트르 1세는 참 매력적인 리더이다. 


위 지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친유럽파 황제가 건설한 도시였기에,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의 가장 서쪽에 유럽과 아주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계획도시로 만들어져서 도로가 일직선으로 되어있고, 베네치아의 영향을 받아 운하도 많다. 


도시에 대한 설명은 이만 줄이고, 가장 인상 깊은 여름궁전부터 얘기해보려고 한다.

여름궁전! 아름다운 분수와 수많은 관광객들이 있다.
건물위에서 분수쪽을 바라보면 이러하다
어느각도에서 찍어도 여름궁전의 메인분수는 아름답다


유럽 같은 러시아의 백미는 단연코 '여름궁전'이라고 생각한다. 러시아에서 오직 한 가지만 봐야 하는데 무엇을 봐야 하는지 나에게 묻는다면, 주저 없이 여름궁전이라고 대답할 거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건물은 원래 여름에 기거하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황제의 별장이다. 유럽 유학시절 베르사이유 궁전을 직접 보고 왔던 표트르 1세는 비슷한 것을 만들기 위해 넓은 땅 위에 말도 안 되는 규모로 만들어 놓았다. 이런 스케일을 볼 때면 러시아는 중국의 느낌이난다.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메인 분수를 자세히 보면 삼손(일반적으로 헤라클레스라고 생각하지만, 분수 설명에 따르면 헤라클레스가 아니고 삼손!!)이 사자를 죽이는 모습이 보이는데, 사자는 스웨덴을 상징한다고 한다. 표트르 1세가 스웨덴과의 승리를 상징하는 의미에서 만든 거라고 한다. 여행 내내 승전을 기념하는 많은 조형물들이 보였었다. 그래서 러시아 군대는 정말 강했구나라고 생각했는데 한국 돌아와서 러시아 군대에 대해서 찾아봤더니 졸전의 역사도 참 많다. 특히 핀란드와의 겨울전쟁이 대표적이고, 독소전쟁 초반에서도 독일한테 완전히 밀리기도 했다.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고 싶은 러시아 사람들. 오히려 패배를 기록하고 그것을 기념했으면 더욱 대인배로 보이지 않았을까? 전국시대의 패자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대패를 했을 때 화공을 불러 당시의 모습을 그리게 했었다.


분수 옆에 조각 하나 하나 디테일이 살아있다
깍두기같은 나무들


신전 모양의 분수
이곳의 명물중 하나인 체스 분수


여름궁전도 2차대전때 어느정도 피해를 입었으나  러시아 국민들의 힘으로 많은 부분 복원했다.


여기를 보면 양재 시민의 숲같기도 하다 ㅋ


정원의 북쪽 끝에는 핀란드 만이 있다. 다시 말해 바다!
정원에 꽃이 빠질 수 없지!
이름을 알 수 없는 분수들


정원 스케일이 무지막지하게 커서 정원사들은 매일 나무잎을 정돈하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다.
나뭇가지들 외에도 크고 작은 분수가 이곳에는 100여개가 넘는다

여름 궁전 사진을 더 올리고 싶지만, 그것을 여기다 올리기에는 지면이 부족하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이 곳은 분수도 100여 개가 넘게 있는데, 분수가 전기를 이용해서 돌아가는 게 아니고 고저차를 이용해서 전기 없이 친환경(?)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우리 집 전기세도 아낄 겸 좀 더 궁금해서 검색을 해봤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원리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여름궁전이기에 여름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겨울이 되고 나면 분수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이 곳은 앙꼬 없는 찐빵이 된다. 


우리 가족은 여름궁전을 반나절 동안 빠르게 구경을 했다. 정원만 구경해도 지쳐서 안에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안내서에서도 궁전 내는 좀 별로라고 하기도 했고. 베르사이유를 가보진 않았지만 정원만큼은 절대 뒤지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혹시 베르사이유 궁전과 여름궁전 모두 가보신 분들 있으면 의견주세요.)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어서 이렇게 후세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해줌에는 무척 감사하지만, 이 궁전을 짓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다고 한다. 표트르 1세를 결코 좋게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래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대한 모든 포스팅을 올리려고 했는데, 여름궁전만 써도 힘이 다 빠져버려서 여기까지.. 헥헥.. 

작가의 이전글 공돌이가 러시아 여행 (모스크바, 상트) 준비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