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이 글은 여러분의 삶에 전혀 도움이 안 될 것입니다.
이 글을 보자마자 여러분들은 시간낭비 하신겁니다. 더 시간을 허비하기전에 어서 back button 을 누르세요. 삶이 더 좋아지지도 않을거고, 삶은 그저 무의미하다는 것만을 깨달을 것입니다. 그리고 누구나 언젠가 죽을거라는 것을 다시 확인시켜드릴 거에요.
얼마전에 알랭드보통이라는 작가에 꽂혀서 youtube 를 검색하다가 재미있는 강연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알랭드 보통이 '비관주의'(pessimism)에 관한 강연을 했는데요. 이 강연이 너무 재미있어서 이 강연에 대한 내용을 짤막하게 써보려고 합니다.
보통은 우리들이 생각하는 정상이 '비정상'일수도 있다고 얘기합니다.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모든 일은 잘 풀려야 된다라고 얘기하지만, 모든 일이 잘 풀리는게 자연의 섭리일까요? 아니 어떻게 모든 일이 다 잘 될 수 있습니까? 뉴스를 보면, 특정인의 죽음이나 살인사건이나 질병등의 위기가 아주 특이한 일인것 처럼 나오는데, 사실 인류역사에서 언제나 발생해왔던 일인거죠.
우리의 고통이나 근심이 그러한 일들이 절대 일어나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때문에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가 '타락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떨까요? 이 생각이 출발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사람과 사람의 관계도 우리가 정상적인 존재가 아니기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게 어렵고, 그것이 당연한거 아닐까요?
보통은 과감하게 발기부전을 대화의 소재로도 삼는데요. 침대 위에서 남자들은 자신의 퍼포먼스(?)에 대해 과도하게 기대하는 경우가 많고, 그것이 발기부전으로 이어진느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실제로 16세기의 프랑스의 작가인 Montaigne는 발기부전에 대한 에세이를 썼는데요. 그 에세이의 내용이 참 재미있는데요. 남자들은 침대에서 최대한 기대를 낮추고, 항상 관계가 제대로 안될거라 생각해야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생각을 하는 것이 오히려 부담을 줄여서 더 좋은 관계를 맺는데에 도움이 되니까요.
비관주의를 갖는것은 행복하지 않다는 것과는 다르다고 선을 긋습니다. 오히려 최악의 상황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이 글을 쓰면서도 이 글이 망해버릴거라고 생각을 해보는 겁니다. 사실 뭐 망할 수도 있겠죠. 막상 망한다고 생각을 해봤는데, 사실 별로 제 인생에서 큰 변화가 없는거죠. 이 글이 망한들 제가 굶어죽는것도 아니잖아요? 이렇게 생각을 해보니 저도 이 글을 쓰는 마음이 편해집니다. 그렇다고 이 글을 대충 쓰겠다라는 것은 아니에요. 대충주의와는 분명한 거리를 두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대중앞에서 얘기하는 것을 즐기는 편인데, 그것도 생각해보면 계기가 있었어요. 중학교때 웅변대회 반대표로 나가게 됐었는데요. 우리반 애들 앞에서는 무난하게 발표했었는데, 수천명 전교생 앞에서 웅변을 하려니 정말 한마디도 못하겠는거에요. 원고는 하나도 기억이 안나서 사람들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원고를 그냥 읽었어요. 그렇게 해서 내려왔는데, 막상 내려오고나니까 아무일도 없는거에요. 그전까지는 웅변을 망하면 인생이 끝날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막상 망하고 나서도 별 일 없는거죠.
하지만 정말 당연히 인생에서 누구나 겪게 되는 극단적인 상황(특히 죽음이나 병)에서 이런 것은 당연히 삶에서 언젠가 일어나는 것이야 라고 쉽게 받아들일수는 없습니다. 아직 저의 수련이 부족한 거기도 하겠죠. 아니 수련을 해도 평생 못 받아들일거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단적인 상황들을 제외하고서는 이렇게 비관적으로 생각하는게 의외로 삶을 잘 살아나가는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