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dante Jan 25. 2016

꽃보다 공돌이 - 헬싱키에서 키틸라로

텐 브레인 북극권 진입!!!

나와 같은 공돌이에게 핀란드라는 나라는 리눅스를 만든 리누스 토발즈나 클래시 오브 클랜의 슈퍼셀로 기억되는 도시다. 이 나라에 잠깐 있어보니 왜 IT 산업이 발전했는지 알거 같았다. 


정말이지 너무 춥다


너무 추워서 밖에 나갈 수 없다. 그런 상황에는 사무실이나 집에 틀어박혀 컴퓨터와 씨름하는게 자연스러울 것이다. 날씨가 친절하여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볼 시간이 없는 남부 유럽 나라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하늘에서 바라본 핀란드! 겨울왕국이 바로 여기!

7000km를 날아서 드디어 헬싱키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헬싱키의 가정집의 느낌을 알고자 Airbnb로 숙박을 구했다. 집의 위치는 헬싱키 중앙역에서 약 도보로 12분 정도여서 갈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흔한 헬싱키의 눈덮인 거리


헬싱키의 거리가 위와 같았다. 도로는 물론 인도도 눈에 다 뒤덮였다. 날씨도 춥지만 그냥 걷기조차도 힘들었다. 걷는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든데 그 와중에 캐리어도 끌고 가야 했다. 일부 눈이 깊숙히 쌓인 곳에선 캐리어를 끌어도 꿈적하지 않아서 그냥 들고 움직이기도 했었다. 결국 역에서 숙소까지 한 30분 걸렸다;;; 구글맵에 나온 도보 정보를 눈 오는 헬싱키에서는 믿을 수 없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여러분 핀란드에서 숙소가 역에서 걸어서 10분 이상이면 우버 타세요. 두번 타세요. 

헬싱키의 가정집은 무척 평범했다. 딱 한 가지 사실만 제외하고는.


집에 사우나가 있었다.(우리가 빌린 집이 그렇게 큰 집도 아니었다. 한 10여 평정도!?) 알고 보니 핀란드는 사우나에 열광하는 나라다.  Sauna라는 단어가 핀란드어로 '목욕탕'을 의미하니 더 이상의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핀란드의 인구 5백만 명인데, 사우나는 1백만 개가 있다. 거의 모든 집에 하나 이상 사우나가 있다. 그런 얘기를 듣고나서 여행 기간내에 한번쯤은 사우나를 해보고 싶었는데 여유가 나지 않아서 해보지 못했다. 아쉽다.


숙소에 짐을 풀고 나서 미처 사지 못한 물건들이 있어서 헬싱키 중앙역 근처로 다시 나갔다. 중심가 구경도 할 겸. 많은 유럽 나라들처럼 헬싱키도 오후 7시 넘어가면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는데 다행히도 STOCKMANN 백화점은 오후 9시까지 영업했다. 알고보니 이 백화점이 핀란드에서 가장 큰 백화점이고 유럽내에서도 규모가 손꼽히는 수준이라고 한다.

이 백화점에서 패딩 바지와 따뜻한 모자를 구입했다. 헬싱키에서 하룻밤 하고 바로 저희의 목적지 레비에 가장 가까운 공항인 키틸라 공항으로 넘어갔다. 

저 무시무시한 온도 보이는가...

헬싱키까지는 사실 영하 10도 전후인데 키틸라로 넘어가면서 그 추위의 정도가 확 바뀐다. 키틸라는 헬싱키에서 800킬로미터 북쪽으로 가면 있다. 위도만 보면 아이슬란드나 노르웨이의 대부분의 지역보다도 북쪽에 있다.


Finland 글자 바로 밑에 보이는 별표가 헬싱키

키틸라에선 하루종일 해가 떠 있기도 혹은 하루 종일 해가 지지 않기도 한다. 이 현상이 일어나는 북위 66도보다 북쪽에 위치한 지역을 북극권(Artic Circle) 이라고 한다. 핀란드 북부 지역 이외에도 알래스카, 캐나다, 러시아,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북부지역이 이 곳에 해당된다.

북극권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신비로운 일이기에 아래와 같은 기념품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키틸라 공항은 큰 공항은 아니지만 아주 특색 있게 만들어졌다. 확실히 북유럽 나라들은 인테리어에 공들인다. 이 공항은 '눈'으로 딱 콘셉트를 잡았다.



키틸라 공항부터는 우리들도 좀 안도할 수 있었는데, 약 4박 5일 동안은 Porsche Driving Experience Winter 에 참가하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공항에 도착하니 마침 직원들이 마중 나와 있었다.


P사의 담당자 두분 실제론 더 미인이시다..

키틸라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우리들의 목적지인  Levi로 이동했다.


버스 안에서 아름다운 키틸라의 거리를 구경했다. 아름다운 경치를 볼 때면 당장이고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밖은 영하  30도였다.


두텁게 쌓인 눈이 나무에게는 너무 무거운 짐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아름다운 설원위에서는 잠시 표지판을 안 보셔도 됩니다. 어차피 안 보이거든요. 

굽이굽이 돌아 저희의 숙소인 Hotel Panorama Levi에 도착했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여권, 면허증 등을 제출하며 체크인을 했다.


체크인후에는 호텔방으로 들어갔는데, 물과 행사 브로셔, 앞으로 요긴하게 쓰일 얇은 패딩을 받았다.


체크인을 하고 나니 자연히 배가 고파졌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호텔 식당에서 간단히 식사를 했다.중간에 보이는 고기가 핀란드의 대표적인 특산물(?)중 하나인 순록 고기이다. 



배가 두둑해지니 몸이 근질근질해져서 근처에 나가 놀았다. 호텔 주변에는 온통 눈뿐이고, 그나마 가까운 중심가(?)가 Levi City 였는데 곤돌라로 연결되어 있었다. 


Levi City 와 Panorama Hotel 을 연결해주는 곤돌라


또 재미있는점은 이 호텔 바로옆이 스키 슬로프라는 것이다. 스키 슬로프의 중간에 호텔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방에서 바로 창문을 통해서 사람들이 스키를 타고 있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오른쪽에 보이는 건물이 호텔건물입니다.

렌탈 샵에 들어가서 스키를 타려다가 둘러보니 Fat Bike 라는게 눈에 들어왔다. 이게 먼가 싶어서 호기심에 해봤다. 우리나라에서는 본적이 없는데 요즘 우리나라 스키장에는 있는지 모르겠다. 아래 사진으로 보시다시피 Fat Bike 는 일반 바이크보다 좀 더 바퀴의 두께가 두껍다는 특징이 있다.


바이크를 타니 그냥 걷는것보다는 더 멀리 나갈 수 있었는데 문제는 밖의 온도가 영하30도라는 것이었다. 정말 너무 추웠다. 특히 부츠와 울양말을 신었는데도 발가락이 너무 시려웠다. 정말 나중에는 문제 생기는거 아닌가 싶을정도로 걱정이 됐다. 그래도 그 고생을 한 보람이 있는 사람의 손떼가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설경을 느낄 수 있었다.


눈의 요정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이 곳에 살 거 같다.
파노라마 사진으로도 이 신비함을 다 담을수는 없다.


경치에 정신이 팔려 신나게 놀다보니 몸의 구석구석이 이상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너무 추운 날씨 때문이다. 이미 내 아이폰은 먹통이 된지 오래다. 부츠와 울양말을 신었음에도 내 발가락은 춥다며, 계속 이런 상태로 두면 얼어버릴거라고 아우성이었다.  Fat Bike 를 타고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왜 이런 고생을 사서할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내가 선택한 Fat Bike 는 뒷바퀴 바람이 많이 빠져서 제대로 페달질도 안됐다. 안그래도 눈길을 가기가 쉽지 않은데 바람이 빠져서 페달질을 해도 헛돌면서 힘만 더 들었다.


이렇게 여행을 하다보면 이처럼 가끔 울컥할때가 있다. 사람이 참 간사한게 여행에서 돌아와 따뜻한 집에 앉아 이렇게 과거의 일을 정리하다보면 아프고 힘들었던 기억들은 눈녹듯이 사라진다. 신비로웠던 눈의 나라의 아름다움만이 선명할 뿐이다. 그래서 고생할거 알면서도 또 여행을 간다.


짧은 설원 여행을 마무리하고 숙소에 들어왔다. 밖에 보이는 아름다운 설경을 뒤로하며, 친구들과 다같이 한방에 모여 카드 게임 한판으로 오후 일정을 마무리 했다. 


저녁에는 드라이빙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모두 모이는 Welcome Dinner 가 있다. 드라이빙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본격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작가의 이전글 겨울왕국에 가기 전에 미리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