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책 도전기

5. 긍정적인 생각 습관

by 김용희

책을 기획했으면 책 구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하는데 내가 가진 콘텐츠가 그리 많진 않았다. 평소 좋아하고 자주 가는 장소, 익숙해서 작은 것이라도 세세히 알고 있는 장소가 재미있을 것 같았다. 일단은 익숙하고 동물도 많이 보았던 5개 장소를 빠르게 확정했다. '삼의악의 노루', '사라봉의 토끼', '거문오름의 달팽이', '소산오름의 딱따구리', '제대 근방의 꿩'.


기획안을 바탕으로 다음 주 월요일 수업에 가서 발표할 자료도 미리 만들었다. 콘셉트가 좀 난해할 것도 같아 사진을 첨부하기로 했다.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발표내용도 미리 한 번 생각해 두었다.

발표는 생각보다 유머러스하게 잘 진행되었고 사람들은 내 콘텐츠가 재밌다고 말했다. 발표가 끝난 후 나는 사람들의 응원에 많은 용기를 얻었다.


'그래, 혹시 좋은 책이 나올지도 모르잖아.'

현장의 분위기가 좋아 나는 약간의 기대를 하게 되었다.


발표를 하면서 사람들에게 추가로 동물을 취재할 수 있는 곳을 추천해 달라고 청했는데 제일 먼저 "도두봉에 가면 닭이 있어요."라는 말이 나왔다. 나는 수업이 끝난 후 바로 도두봉으로 향했다.


닭을 찾으러 오름으로 가는 경험은 처음이라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지 막막했다. 닭을 찾을 때까지 안 내려갈 작정을 하고 관광객들에게 사진을 찍어 주며 느긋한 시간을 보냈다. 관광객들과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여행지를 추천해 주는 것도 재미있었다. 사람들은 도두봉에 와서 닭을 찾는 도민인 나를 더 재미있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관광객들과 헤어지고 닭을 찾으러 내려가는 길에 귀여운 '뱀 주의' 표지판 앞에 멈춰 섰다. 제주의 표지판들은 동물이 주인공인 경우가 많다. 뱀을 주의하라고 할 때는 뱀 그림이 그려져 있거나 노루를 보호하라고 할 때는 노루 증명사진을 쓰는 방식이다. 나는 이런 부분이 '제주 특유의 유머러스함'이라고 생각해 표지판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어디서 지나쳐 갔는지 잘 생각이 안 나서 속상하던 차였다. 그런데 이곳 도두봉에서 만나다니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라 생각했다.


표지판 사진을 다 찍고도 닭을 찾을 방법이 없어 도두봉 중턱에 붙박이처럼 서 있는데 닭이 어딘지 안 다는 귀인을 만났다. 나는 그분을 <도두봉에서 만난 이>라 칭하기로 했다. 나는 그분 덕분에 도두봉 닭도 찾고 해안도로 관광 안내도 받았다. <도두봉에서 만난 이>는 일 년에 100번 정도 배낚시를 나간다고 하셨는데, 젊었을 때 벌어놓은 돈으로 여유로운 생활이 가능하다고 하셨다. 낚시를 즐긴다는 말과 온화한 미소 덕분에 나는 이분이 '도두봉에 사는 신선'처럼 느껴졌다. 정말 신선을 만났다고 생각하고 평소 궁금한 것들을 질문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평소 궁금하던 3가지의 개인적인 질문을 했다.

"저기 제가 정말 하기 싫은 일이 있는데요. 저의 커리어를 생각하면 꼭 해야 하는 일인데 이럴 땐 어떻게 하는 게 좋아요?"

"하기 싫은 건 다 이유가 있을 텐데요. 억지로 하려고 하면 탈이 나죠."


"그럼, 새로 하는 일이 익숙하지 않아 끝까지 완주하지 못할까 봐 두려울 때는요?"

"끈기를 가지고 하면 못할 것도 없지요."


"이런 일은 이런 점 때문에 못 할 것 같고, 저런 일은 저런 점 때문에 못 할 것 같을 때는요?"

"너무 어려워하지 말고, 차근차근하다 보면 다 될 거예요."


이 분과 대화하는 내내 나는 책을 쓰는 작업을 하면서 '세상의 요구에 너무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도두봉에서 만난 이>는 나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 이 분은 어떤 질문에도 부정적인 대답을 하지 않았다. 부정적인 대답을 해야 하는 상황에는 말을 아끼고 아예 침묵했다. 이 분과 걷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마음이 좀 평온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부정적인 감정에 마음이 붙어서 뭔가 조급해지지만,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감정과 좀 떨어지게 되어 자신을 더 잘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은데?'
긍정적인 사람과 함께 있으니 마음이 더 평온해지고 자신의 감정과 떨어져서 많은 것들을 중립적으로 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도두봉에서 만난 이>와 헤어지면 나는 내가 어떻게 해서 이 길로 들어오게 됐던 지와 상관없이 어찌 됐든 책을 쓰는 모험을 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앞으로는 이 여정에서 좀 더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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