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독립출판물이 많은 등대카페
제주에는 사라봉이 있다. 사라봉은 별도봉과 붙어 있어 사라봉에서는 산을 즐기고 별도봉에서는 바다를 즐기기에 좋다. 나는 이곳에서 운동하는 걸 좋아해서, 갈 때마다 등대를 보긴 했지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건 몰랐었다.
어느 날 친한 H 언니가 나에게 말했다.
"자기야, 사라봉 등대 가봤어?"
"아니오. 그 앞까지 가봤는데, 거기 들어갈 수 있는 거였어요?"
그렇게 나는 H 언니를 따라 사라봉 등대를 방문하게 되었다.
등대는 파란 바다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하얗게 서 있었기 때문에 외국에 온 것 같은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등대 아래쪽으로 보이는 제주항도 운치를 더해 주었다. 우리는 ‘산지등대 갤러리’를 구경한 뒤 바로 옆 카페로 들어갔다. 카페는 독립 서적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우리는 커피를 주문한 뒤 바다가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언니 여기 독립출판물 전시되어 있어요. 구경 좀 할까요? 저 책 쓰려고 하는데.”
“자기 책 쓰게? 그럼 작가로, 데뷔하는 거야?”
“작가는 좀 거창하고... 그냥 소소하게 경험한 일을 글로 한 번 써보려고요.”
“그렇구나. 여기 독립출판물 많던데. 평소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지나쳐 갔지만... 온 김에 같이 한 번 볼까?”
나는 언니와 책장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자기야. 이거 봐. 메탈리카 관련 책이야. 나 메탈리카 좋아했었는데. ”
"언니 헤비메탈 좋아해요?"
나는 언니의 차분하고 부드러운 말투가 헤비메탈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질문했다.
"정말 전설적인 밴드였지. 책만 봐도 추억 돋는다. 이런 주제로도 책을 쓸 수 있구나."
“언니 이것도 특이해요. 『지극히 개인적인 20대』. 디자인 참 예쁜데요? 이분 디자이너라고 소개되어 있네요. 만약 책을 쓴다면 이런 콘셉트로 쓰고 싶다. 여기 자기가 여행하면서 구매한 티켓도 많은 데 검정 바탕에 넣으니까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주네요.”
"그러네. 다른 책에서는 좀 안 예쁜 것도 많았는데 이렇게 하니까 감성 돋는다."
“난 이거 맘에 드는데. 『선화네 민박』."
"언니 이렇게 글 많은 것도 사람들이 구매해서 읽을까요?"
"음, 내가 제주 살고 있으니까 한 번쯤은 관심 있게 읽어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같은 소재인데 여기 있는 이 흑백으로 인쇄된 책은 안 읽을 것 같고."
“언니, 이 책은 『경찰관 속으로』라는 책이에요. 언니가 경찰인데 동생이 편지 쓰는 내용이네요. 콘셉트 참 특이하다. 내용은 경찰의 일상을 담은 것이라 좀 힘든 내용도 들어 있네요?"
우린 한동안 책에 푹 빠졌다. 독립출판 책을 한 참 둘러보고 내린 결론은
「소장하고 싶은 책을 만들 것.
귀엽거나 멋지거나.
아니면 읽을 만한 좋은 글이 많거나.
글자는 너무 빡빡하지 않게
글씨체는 읽기 편하게 독자를 배려할 것.
내지는 흑백보단 컬러가 좋음.
가장 중요한 것 - 표지를 예쁘게 만들 것」
이었다.
이후 나는 제주대학교 도서관을 방문해서 사라봉 등대 카페에서 본 『경찰관 속으로』라는 책이 있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 나는 독립출판물은 독립출판물로 끝나는 거로 생각했었는데 어쩌면 새로운 경험을 하는 하나의 과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