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책 도전기

7. 일러스트 그리기 도전

by 김용희

완성되어 가는 원고를 보니 처음 기획에서는 조금 멀어진 형태로 여행지 정보가 1장 있었고 그 여행지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시가 많았다.


'처음 기획에서는 좀 벗어나긴 했지만, 그리 나쁘지 않은걸. 시집처럼 완성될 것 같은데...'


난 시집 콘셉트로 책을 만들기로 하고 도서관에서 요즘 인기 있는 시집들을 확인했다. 흑백으로 인쇄된 시집은 너무 진지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아 책의 콘셉트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시와 수채화 혹은 색연필 일러스트가 어우러진 책들이 마음에 들었다.


나는 그림을 한 번도 그려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주변에 많은 사람에게 그림을 그려줄 수 있는지 물었다. 친한 사람들이 이런저런 그림을 보내주었지만 그렇게 아름아름 작업해 보다가 알게 된 사실은 다음과 같았다.


「그림이 좋아도 책의 콘셉트와 맞지 않으면 쓰기 어렵다는 점


글에도 문체가 있는 것처럼 그림체가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게

정돈되어 보이는 데 작가가 다 다르면 일관되어 보이지 않는다는 점


유명작가에게 페이지마다 일러스트를 부탁하기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점」


'결국 그림은 그냥 내가 그려야 될 것 같은데...'


이런저런 생각 끝에 내가 그리기로 하고, 집에 있는 연습장을 꺼내서 수성펜으로 선을 그리고 색연필로 색칠해 보았다. 일러스트는 나름대로 귀여운 것 같았지만 이걸 컴퓨터로 옮겨서 책에 넣는 게 가능할지는 미지수였다. 게다가 이 일러스트가 책 내용과 어우러질지는 더 의문이었다. 그림을 그리면 그릴수록 의문이 쌓여갔지만 지금 단계에서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냥 일단 해보자. 경험이 없으니 예측 불가능하잖아.'


나는 주말 내내 열심히 일러스트를 그렸다. 문구나 생활용품에 그려진 그림을 참고하면 그리기가 좀 더 수월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완성된 그림을 가지고 월요일 수업에서 S 선생님께 여쭤보았다.


"선생님, 이 일러스트 책에 넣을 수 있나요?"

"네. 가능해요. 작가들이 쓰는 좋은 스캐너가 없을 바에는 이렇게 핸드폰으로 찍어서

포토샵으로 작업하는 게 나아요."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핸드폰으로 그림 잘 찍는 법, 포토샵에서 편집 후 png 파일로 만들어 내보내는 법, 그리고 그렇게 만든 파일을 다시 인디자인에 넣는 법을 알려주셨다. 일러스트를 그리면서도 기술적인 부분을 이렇게 할지 저렇게 할지 고민이 많던 나는 한결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좋았어. 까짓것 한 번 해보는 거지, 뭐."

그 뒤로 나는 좀 더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고 싶어졌다. 처음에는 사이펜으로 스케치하고 수채 색연필로 칠하는 방법으로 그렸는데, 다른 도구들은 어떤 느낌을 낼지 자못 궁금했기 때문이다. 일단 그림 도구를 잘 모르기 때문에 무작정 화방으로 향했다.




"저... 이런 책에 일러스트를 그리려고 하는데요. 사진 찍으면 좀 나올 만한 그런 도구가 있을까요?"

화방을 지키는 청년은 고맙게도 생초보인 나를 성심성의껏 도와주었다.

"음... 제 생각에는요. 쨍한 색감이 좀 필요하실 것 같아서 P 물감 아니면 포스터칼라를 사용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P 물감도 한번 해보고 싶었지만 가격이 비싸서 고심 끝에 포스터컬러를 사기로 했다.


"붓은 어떻게 하죠?"

"붓은 많이 쓰는 브랜드 12호 정도로 그리시고, 나머지는 세필 몇 개를 활용하면 될 것 같은데요."


"저기 그러면 종이는 어떻게 하나요? 스캐너가 없어서 하얗고 좀 반들반들한 면이 있는 종이면, 사진 찍고 편집하기에 좋을 것 같은데요."

"그러면 엽서 크기의 세목스케치북을 한 번 써보세요."


필요한 도구 구매 후 집에 온 나는 제일 먼저 사라봉의 토끼를 그렸다. 사라봉의 풍경과 토끼가 뛰어노는 장면이 예쁘게 완성되면 좋을 것 같단 생각 때문이었다. 스케치까지는 가능했으나, 채색은 지금 실력으론 불가능했다.


'이거 참 쉬운 일이 아니네.'

나는 배경과 일러스트를 따로 그리는 방법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포스터 칼라로 배경을 그리고, 다른 종이에 수채색연필 일러스트를 그린 뒤 모든 그림을 컴퓨터에 옮겨 각각의 일러스트를 하나의 그림으로 조합하는 방식을 선택하기로 했다.


'꽤 괜찮은 것 같은데...'

비록 시간도 오래 걸리고 힘도 들었지만, 이 방법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하지만 하나 걸리는 점은 이 일러스트를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할까 하는 부분이었다. 나는 돌아오는 월요일 수업에 사람들의 의견을 물어봐서 개선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수업에서 우리는 '책 표지' 만드는 법을 배웠다. 나는 미리 그려간 그림 파일을 활용해 표지를 만들기로 했다. 파란 하늘에 하트 구름이 떠 있는 사진을 배경으로 삼아, 포스터컬러로 그린 풀밭 레이어를 깔고 그 위에 동물들을 얹히는 방법으로 표지를 완성했다. 다른 동물들은 모두 색연필 화였지만 평대리 당근, 어미 말과 망아지는 실사를 활용했다. 포토샵에서 사진 배경을 지우고 당근과 말을 오려서 표지에 붙였다.


'다 됐다.'


"굉장히 특이하네요. 책 내용과도 어울리고요. 전 괜찮은 것 같은데요."

S 선생님이 말했다.


"저도 예쁜 것 같아요."

옆에서 <수업을 같이 듣는 어떤 분>이 말했다.


"그리고 저는 일러스트들이 다 귀엽고 예쁜 것 같아요. 이런 그림은 책갈피를 만들어 봐도 예쁘겠는데요..."

그분이 내 수채화 일러스트를 가리키며, 덧붙여 말했다.


"감사합니다. 저도 괜찮은 것 같아요. 표지는 한 번 이렇게 해볼게요."

나는 선생님과 그분께 인사를 하고 표지를 확정했다.

그렇게 나의 책 표지가 완성되었다.




책의 진도는 어느덧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간 나는 글도 많이 쓰고 일러스트도 활발하게 그렸다. 나는 N 언니에게 어느 정도 정리된 원고 파일을 보냈다. N 언니는 예고를 나와 미대를 졸업한 나의 지인으로 틈틈이 나에게 디자인 조언을 해주고 있었다. 나는 그림을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내 일러스트에 어떤 부족한 부분을 N 언니가 찾아주면 좋을 거로 생각했다.


"용희 씨, 저번보다 훨씬 좋네요. 저는 일러스트가 용희 씨 글이랑 분위기가 잘 맞아서 좋아요. 자신만의 색깔이 잘 표현된 것 같아요."

"저의 색이 잘 드러난다고요?"

"네, 그림은 자신의 색이 잘 드러나면 좋은 그림이에요."


나는 평소에 그림은 늘 특별한 사람들이 그리는 것으로 생각했고 내가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걸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누군가와 비슷한 방식으로 그려야 잘 그리는 거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만의 색이 잘 드러나면 좋은 그림이 된다니... 정말 생각도 못 한 관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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