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글쓰기 플랫폼 도전
한동안 나는 내가 한글 파일에 쓴 글들을 프린트해서 가방에 넣고 다녔다. 책을 쓰겠다는 열정을 계속 유지하려는 나 자신을 위해서이기도 했고, 간혹 이야기하다가 아직 출간되지 않은 책의 내용을 궁금해하는 지인들이 있으면 바로 보여주고 그대로 대화를 이어 나가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사람들이 나의 원고를 볼 때 나는 그분들을 본다. 누구나 저마다 익숙한 방식으로 반응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약간 티가 난다. 먼저 두꺼운 원고에 부담이 없고, 웃는 얼굴로 정성스레 글을 읽는다. 글을 빠르게 읽어나가면서 내게 필요한 조언도 잊지 않는다. 나는 그분들의 빠른 속도와 꼼꼼함이 모두 사랑스럽다. 그래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언제부터 책을 좋아했는지 그것부터 물어본다.
예술가들은 조금 성향이 다르다. 창작의 고통이 얼마나 힘든지 알아서일까? 간혹 내가 실수한 부분이 있어 나에게 조언하고자 할 때도 가급적 마음이 다치지 않게 조심해서 피드백을 해준다. 부정적 에너지는 예술가의 영감을 막을 수 있어서일까? 나는 마음이 통하는 예술가들과 배려하며 대화하는 걸 즐긴다.
나는 그렇게 일상에서 사람들과 직접 만나는 걸 좋아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주고받는 생생한 날것의 에너지가 즐겁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온라인 글쓰기 플랫폼과 SNS는 나와는 좀 다른 세상이야기이기도 했다.
'당신만의 책 만들기' 수업의 마지막 날 S 선생님은 나에게 말씀하셨다.
"용희 님, 요즘에는 B 플랫폼에 글도 많이 올려요. 용희 님도 한 번 도전해 보는 게 어때요?"
"그런가요?"
나는 선생님의 말씀을 귀담아들었지만, 온라인 플랫폼에 익숙하지 않아 선뜻 시작할 엄두는 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 K 언니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용희 님도 B 플랫폼 한 번 이용해 보세요. 저도 거기 작가예요. 사람들은 몹시 어렵다고 하지만 막상 해보면 생각보다는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
"어머? 언니도 글을 쓰고 계셨어요? 저는 언니가 글을 쓰고 계신 줄 몰랐어요."
"저도 종종 글을 쓰고 있는데, 저는 조금 느리게 가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천천히 하려고 해요."
"저는 인터넷 플랫폼에 익숙하지 않은데, 사용하기 어렵진 않아요?"
"저도 그렇게 익숙한 사람은 아닌데, 쓰기 어렵지 않던데요... 한 번 도전해 봐요."
나는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어차피 그간 정리해 놓은 원고는 있었고, 프린트를 들고 다니나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대중에 공개하나 방식의 차이일 뿐 결과에서 특별한 큰 차이는 없을 것 같았다.
나는 출판업계를 잘 몰라 글을 올리기 전 S 선생님께 질문을 드렸다. 나는 전자책과 종이책의 관계, B 플랫폼과 독립출판의 관계가 궁금했다.
"선생님, 혹시 지금 쓰고 있는 책을 출판하고 나서 그걸 B 플랫폼에 올려도 되는 건가요? 아니면 지금 쓰는 책 말고 새로운 내용을 B 플랫폼에 올려야 하는 건가요?"
"관계없을 거예요. B 플랫폼에 쓴 걸 모아서 독립출판 하기도 하니까요."
'그래 뭐. 그럼 한 번 해보자. 원고를 묵혀두면 뭐 하겠어? 과감히 공개해 보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지도 모르잖아.'
나는 B 플랫폼에 가입하고 그간 작성한 원고를 모두 빠르게 올렸다.
B 플랫폼에 글을 공개하기 위해서는 자체 심사를 거친 작가 승인을 받아야 한다. 나는 SNS를 하지 않아 게시판 글만으로 심사를 넣었다. 심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몰랐지만 B 플랫폼 게시판이 꽤 쓰기 편하단 사실에 위안을 얻었다. 무엇보다 글을 쓰면서 맞춤법 검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될지 안 될지는 몰라도 시간 절약도 되고 쓰기도 편하네.'
나는 금요일 저녁에 B 플랫폼을 시작했기 때문에 주말이 지나 봐야 결과를 알 수 있을 거로 생각하고 마음을 편히 먹기로 했다.
제주에는 D 책방이 있다. 마지막 '당신만의 책 만들기' 수업에서 S 선생님은 우리에게 '출판 후 서점에 입고 메일 쓰는 법'과 '전국 유명 독립서점'을 소개해 주셨는데, 그때 나는 D 책방의 존재를 알았다. D 책방에서도 '책 만들기' 수업이 진행하고 있었고, 수업에서 만든 책을 제주 도내 유명 서점에 납품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눈에 띈 것은 이곳에서 나오는 책이 콘셉트가 좀 재밌다는 것.
'도서관에서만 책 만들기 수업을 하는 줄 알았는데, 독립서점에서도 수업하는구나. 갈 수 있으면 한 번 가볼까? 어쩌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을지 모르잖아.'
비가 내리는 화요일 아침 나는 1시간을 달려 D 책방으로 향했다.
'그런데 막상 가서 무슨 말을 할까?'
달리는 차 안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어서 오세요."
나를 반갑게 맞아주는 <D 책방 선생님>을 보고 낯선 장소에 대한 긴장은 스르르 풀렸다. 나는 재빨리 서점을 둘러본 뒤 평소 사고 싶었던 독립출판물을 골라 카운터로 갔다.
"여기 책 만들기 수업도 한다고 하던데, 다음번 책 만들기 수업 모집은 언제인가요?"
"10월쯤에 할 예정이에요. '북페어'가 봄에 열리니까요. 저희는 10월에 수강생을 모집하고 '북페어'에 참여하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어요. 그래서 지금은 다들 자신의 글을 쓰는 시간을 보내지요. 선생님도 혹시 글을 쓰시나요?"
"저는 한라도서관에서 하는 책 만들기 수업을 들었는데요. 이제 수업이 끝나서 혼자 하려니 가슴속에 담긴 열정이 식을 까봐 한 번 와봤습니다. 글은 다시 쓰고 있긴 하지만 원고는 있습니다... 그래서 바로 시작하는 수업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저희도 수업 일정은 좀 고민하는데요... 아직 스케줄 나온 건 없고, 혹시 연락처를 남기시면 강좌가 있을 때 문자 드릴게요."
나는 <D 책방 선생님>이 내민 작은 메모지에 내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고 서점을 나왔다.
책방을 나오는 데 B 플랫폼에서 알림이 왔다.
"B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글 발행에 앞서 프로필에 '작가 소개를 추가해 주세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한걸.'
나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B 플랫폼에 간단히 작가 소개를 작성한 뒤 주말 동안 작성했던 비공개 원고를 모두 오픈했다.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좋아요' 숫자가 올라갔다.
'이거 좀 재밌는데. e-book 만들기도 한 번 도전해 볼까?'
나는 B 플랫폼을 좀 더 활용해 보면 좋을 것 같다고 판단하고 빠르게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