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승마

3. 몽골 초원을 말 타고 달린다고요?

by 김용희

두 번째 수업에 가기 전, 아무래도 난 내가 살기 위해 승마 보험에 꼭 가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센터에서 받은 오리엔테이션 자료에 나와 있는 번호로 전화해 근처 축협으로 가면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고 안내받았다.


축협에 도착해서 나는 오리엔테이션 자료를 <창구 직원분>에게 보여주며, 여차저차해서 승마 보험에 가입하러 왔다고 했다. 직원분은 서류를 찬찬히 살펴본 뒤 내게 물었다.


"전에는 센터에서 단체로 보험을 들어줬었는데, 개인적으로 들고 오라고 하시던가요?"라고 했다.

"네. 이 자료가 센터에서 받은 거예요."

"저도 승마 보험은 오랜만에 취급하는 거예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창구 직원분>은 다른 지점에 문의해서 나에게 적당한 상품을 추천해 주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옛 생각이나 즐거웠는지, 곧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아. 고객님 저도 말을 탔었는데. 오래전 20대 때였지만요.”

“말을 타셨다고요? 그때 어떠셨어요? 저는 오늘이 두 번째인데 지금 너무 무서워요."

"물론 무섭죠. 그래도 재밌어요."

"말이 너무 크지 않아요? 혹시 말에서도 막 떨어지고 그러나요?”

“그럼요. 낙마는 일상이죠.”

<창구 직원분>은 낙마에 대해서 별다른 이슈가 아니란 듯 쿨하게 말씀하셨다.


‘아. 일상이라니. 이제 난 어떻게 할 건가.’ 역시 걱정부터 앞섰다.


<창구 직원분>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


“좋으시겠다. 전에 말 한창 탈 때는 외승을 많이 나갔어요."

"외승이 뭐예요?"

"승마장 밖 야외에서 말 타는 걸 말해요. 바닷가에서 성산일출봉 쪽으로 말 타고 달리면 정말 시원하죠. 산으로도 달릴 수 있고요. 한창 말 탈 땐 몽골에도 갔었어요. 푸른 초원을 빠르게 달렸죠. 정말 좋은 시절이었는데..."

<창구 직원분>은 잠시 추억에 젖었다가 뭔가 생각난 듯 말씀을 이어갔다.


"생각해 보니 몽골에서도 낙마했었네요. 역시 승마에서 낙마는 일상이에요.”

“몽골 초원을 말 타고 달린다고요?”

나는 낙마보다도 몽골초원이 더 귀에 꽂혔다.


“그럼요. 골프에도 원정 골프가 있듯, 승마에도 원정 승마가 있는 법. 몽골로 다 같이 떠나는 거예요. 정말 재밌어요.”

“신기하네요. 그런 생각은 전혀 못 해 봤는데요.”


“어디 보자. 아 지금은 제대 승마 아카데미에서 배우시는구나. 나중에 잘 타게 되셔서 동호회에 가입하고 싶으시면 말씀하세요. 제가 동호회도 연결해 드릴게요. 제가 여기서 말 보험도 취급하고 있어서 마주 분들도 잘 알거든요.”


승마보험에 가입하고 나오면서 나는 머릿속에 ‘몽골, 몽골’ 이 생각만 들었다.


‘나의 마음이 열리면 나도 몽골 초원을 시원하게 달릴 수 있으려나?’


지금은 무서워 죽겠지만, 말을 타고 초원을 달리는 상상을 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선생님 말씀대로 아마도 어쩌면 언젠가 내 맘이 열리면, 나도 몽골에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전에 책에서 우연히 몽골 소년과 말이 나눈 우정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는데, 어쩌면 나도 그런 좋은 말을 만나 우정을 나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날 난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잔뜩 기대에 부풀어 축협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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