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승마

4. 말, 아찔한 당신과의 첫 접촉

by 김용희

축협을 나오며 나는 처음 나에게 승마를 추천했던 K 님께 전화를 걸었다.


"K 님, 허리 다 나으셨어요?"

"아이고, 용희 님 아직도 아파요."

"저런, 빨리 나으셔야 할 텐데 오래가네요... 다름이 아니라 센터에 갔는데 말이 너무 무섭게 느껴져요. 말이 원래 이렇게 큰가요?"

"아마 입문반은 센터에서 가장 작은 말을 줄 텐데요."

"작은 말을 줘요? 작은 말도 있어요?"

"네. 작은 말을 배정해 줘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두 번째 수업이 시작되고 우리 반은 제임스 선생님과 처음으로 만났다. 선생님은 호리호리한 몸매에 눈매가 부드러우면서도 눈빛이 날카롭고 말을 재밌게 하는 분이었다. 수업 분위기가 좋아 나는 두려움이 조금씩 가시는 것 같았다.


제임스 선생님과의 첫 수업은 마구간 문을 열고, 건초를 먹고 있는 말 입에 마방굴레를 씌운 뒤 끌고 나오는 거였다. 선생님은 먼저 시범을 보여주시고 2인 1조로 말을 끌고 나오게 했다. 우리 반은 부부가 2쌍 있기 때문에 나는 자연스럽게 N 언니와 짝꿍이 되었다.


"용희 님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나 외로울 뻔했다"

털털한 성격의 N 언니는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요."

나는 언니와 말을 더하고 싶긴 했지만, K 님 말씀과 다르게 배정받은 작은 말은 내가 생각한 포니 사이즈가 아니었다.


낑낑대며 말을 끌고 나가는 우리를 보며 선생님은 소리쳤다.

"발 조심! 밟히면 발 부러질 수 있어요. 말 옆에 너무 붙지 말고. 말이 450kg라는 걸 잊지 말아요."


간신히 말을 마구간에서 나오게 하고 말 옆에 선 우리는 말을 빗질하는 법부터 배웠다.

“말을 빗기실 때는 쓸어내리듯이 뒤쪽으로 솔을 쓱쓱 이렇게 밀어주는 방식으로 하면 돼요.”


선생님의 시연에 따라 나도 용기를 내어 솔을 들고 말 옆에 섰다. 일단 가까이 다가가기 힘들었지만, 말 뒤쪽만 안 가면 뒷발로 차일 염려는 없다는 선생님 말씀에 용기를 내서 몸 중간쯤으로 다가갔다.


빗질을 시작하자 지푸라기들이 말 등을 따라 확 쓸려 내려가는 그 감촉이 너무 시원하고 생생하고 좋았다. 나는 신기해서 계속 빗질했고 선생님은 말했다.


“잘하시네요.”


말과의 첫 접촉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아무리 두려운 것이라도 살짝씩 접촉해 봐야 조금씩 익숙해지는 것 같았다.


지난 수업에서 들었던 대로 N 언니가 깍둑썰기한 무를 가져왔다. 언니가 가져온 무는 치킨 무를 닮았지만, 간을 하지 않은 생무라서 맛은 밍밍하다고 했다.


‘이걸 말이 먹는다고? 너무 작은데?’

"이거 어떻게 주면 돼요?"

우린 선생님께 여쭤보았다.


"손바닥을 쫙 펴고 무를 손바닥에 놓고 말 입 쪽으로 가져가면 돼요."

나는 손을 펴고 작은 무를 손바닥 한가운데에 놓고 말 입에 가져갔다.


'얘 초식동물이잖아. 근데 설마 말도 사람을 무나?'

나는 갑자기 근원적인 질문이 떠올랐다.


무는 너무 작았고 무엇보다 말의 큰 입 때문에 손이 먹힐까 봐 긴장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선생님의 말슴대로 손바닥에 무를 놓고 말 앞으로 내밀었다. 무를 향한 말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뜨거웠다.


“용희 씨. 여기 봐요. 사진 찍어 줄게요.”

저마다 말먹이 주기를 즐기는 사이 N 언니는 사람들의 사진을 찍었다.


이럴 땐 말에게 손을 내밀고 자연스럽게 웃으며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앞에 있는 말은 무에 너무 진심이었고 사진이 찍히는 찰나 크게 벌리는 말에 놀란 나는 무를 먹이통에 던져버렸다.


'아... 이게 아닌데...'

나는 N 언니를 보며 멋쩍게 웃었다.


'왠지 멋져 보이려다가 말에게 손을 씹히는 것보다 낫잖아. 뭐.'

나는 씁쓸하게 내 자신을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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