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승마

5. 사랑하는 그대, 이름은 말

by 김용희

우리 센터에는 입문반에 배정되는 3마리 말이 있는데 이름은 '소만이', '처서', '동지'이다. 센터에서는 말 이름을 짓기 위해 고심하는 수고를 덜기 위해, 우리의 24절기를 차용해서 이름을 지었다고 했다. 얘들의 품종은 '한라마'. K 님이 전화로 내가 말했던 작은 말을 말하는 데, 흔히 승마계의 포니라 불린다. 여기서 중요한 건 진짜 포니가 아니고 승마계의 포니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제주마는 옛날부터 농사에 사용되던 제주 재래종 조랑말을 말하는 데, 한라마는 이 제주마와, 경주마인 서러브레드 등등과 교잡한 종을 일컫는다. 그래서 한라마는 제주마에 비해서 크기가 크고, 경주마에 비해서 크기가 작다. 흔히 한라마는 우리나라 사람 체형에 적당한 크기라고 말하는 데, 내가 생각하는 그 적당한 크기와 승마계에서 생각하는 그 적당한 크기가 너무 차이 난다는 점이 승마 수업이 가진 가장 큰 문제이다.


제일 어려운 건 커다란 말 얼굴을 붙잡고, 고삐를 채우는 일이다. 고삐를 채우기 위해서는 말 얼굴을 오른팔로 감싸고, 말 입을 벌리게 해야 하는데, 얘들이 인간과 교감 능력이 뛰어난 만큼 초보자를 귀신같이 알아서 절대로 입을 벌리지 않는다. 말을 끌어안고 벌벌 떨고 있으면, 바로 밑에 있는 잡초를 뜯어먹어 버리거나, 갑자기 목마른 듯 어딘가의 관을 타고 흐르는 물을 먹어버리는 식이다. 그러다 제임스 선생님이 오면 바로 차렷 자세로 다소곳이 입을 벌린다.


'소만이', '처서', '동지'는 각각의 캐릭터가 확실하다. '소만이'는 자신이 말이라는 운명을 다 받아들인 아이로, 일단 10살이 넘고 온순하고 협조적이다. 말을 탈 때도 기수가 특별한 잘 못을 안 하면 별다른 문제없이 계속 잘 달려준다. 사람에게 비유하자면 약간 노인의 향기가 난다. 마구간에서 말에게 마방굴레를 채우려면 그 안에 말 얼굴을 넣기 위해, 말 얼굴을 밀고, 당기고, 해야 하는데, '처서'는 옆에 가서 '마방굴레'를 벌리면 자기가 얼굴을 그 속으로 들이민다.


반면 '처서'는 이 구역의 악동으로 일단 다 물어 버리고, 수틀리면 달리다가 침도 뱉는다. 사람으로 표현하면 삐뚤어진 사춘기 청소년. 걸음도 겅중겅중해서 상체를 고정할 수 없기 때문에 '처서'를 타면 마치 로데오를 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동지'는 이 둘의 중간쯤 되는 난이도를 가진 말로, 딱 5~6살 남자아이 같은 느낌이다. 사람을 물지는 않으니까, 재갈을 물리는 것까진 비교적 수월한데, 타다가 틀리면 서 버리고, 재갈 물기 싫으면 딴청 피우고, 못 타는 기수가 타면 절대 안 간다. N 언니와 나는 어쩌다 보니 난이도 중급인 '동지'를 주로 타게 되었고, 다른 2쌍의 부부팀이 '처서'와 '소만이'를 번갈아 가며 탔다.


“얘들도 알아요. 다가오는 사람이 초자 인지 아닌지. 우리 같은 코치들이 가면 바로 말을 잘 듣죠. 입을 안 벌릴 때는 여기 입 뒤쪽에 손을 넣고 이렇게 꾹 눌러주면 벌려요.”

선생님은 능숙하게 시연을 보여주셨지만, 나는 아직 커다란 말 입에 손을 넣는다는 건 상상도 못 하겠다.


우리는 입문반이어서 말에 친숙해지는 데에 3주를 할애했다. 즉 우리는 3주간 말을 못 타고, 기승 준비하는 것을 배웠다. 말과 좀 친숙해진 4주 차가 되었을 때 비로소 말 등에 오를 수 있었다. 나 같이 겁에 질려 있는 사람에게는 기승 준비하는 3주가 꿈같은 시간이었고, 4주부터 본격적으로 지옥의 문이 열렸다.


처음 말을 타 본 날, 내 눈앞에는 말 갈퀴만 휙휙 날아다녔다. 원래 말을 탈 때는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의 살짝 위쪽으로 시선을 줘야 하는데, 말 갈퀴를 보거나 땅을 보면 말 목이 계속 바닥으로 처박힌다. 그럼, 말이 그대로 그 자리에 서버린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말 등에서 무게 중심을 어디에 둬야 하는지 감이 안 오기 때문이었다. 발을 등자에 올리고, 몸이 말 등 위에 앉아 있는 상태는 손잡이 없는 움직이는 허공에 몸이 떠 있는 느낌이 든다. 고삐를 잡고 있지만 고삐를 손잡이가 아니라 중심 잡는 데 사용할 수 없다. 고삐를 당겨 의지하려고 하면 말이 멈추라는 신호인 줄 알고 그대로 서버리기 때문에.


'승마가 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어디를 의지해서 타야 하는 거야? 손잡이가 없는데?'

정신이 혼미해질 때쯤 선생님은 계속 말씀하신다.


“주먹을 앞으로.”


'저 저기요. 선생님. 그러면 제 주먹과 몸이 다 움직이는 허공에 있는데요. 만약 떨어지면 어디를 잡아요?’

이렇게라도 묻고 싶지만 막상 말 등에 있으면 중심을 잡기 위해 다른 것은 생각할 겨를도 없고 말문도 계속 막혀 왔다.


그러면 아래쪽에서 선생님이 소리친다.

"블랙아웃 되면 안 돼. 내 소리 들려요? 정신 차려요."


'아, 어쩌다 내가 이렇게 말 등에 앉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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