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승마

2. 내겐 너무 높고 너무 큰 당신, 그대 이름은 말

by 김용희

첫 학기 우리 반은 총 6명이다. J 님, J 님 남편, M 언니, M 언니 남편, N 언니와 그리고 제일 겁 많은 나. 첫 수업은 오리엔테이션으로 마구간을 돌면서 말들과 인사를 나누고, 앞으로 우리가 수업 때 어떻게 말을 준비하면 되는지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나는 저 멀리 들판에서 말이 풀 뜯는 모습만 보다가, 마구간에서 직접 ‘까꿍’하는 모습을 보니, 기절초풍할 지경이었다. 말은 생각보다 너무 높고 너무 컸다.


“아, 아무래도 저 여기 잘 못 온 것 같아요. 저 큰 말을 탄다는 건가요? 아, 나 진짜 잘 못 온 것 같은데. 작은 말은 없나요?”

오늘 초면이었지만 마치 오래된 사이처럼 옆에 있는 J 님에게 말을 걸었다. 큰 말이 너무 무서워서 그냥 아무 말이 계속 나왔다. 착한 J 님은 그래도 내 말에 일일이 친절하게 반응해 주었다.


“저도 무서워요.”


첫날은 우리 수업의 강사이신 제임스 선생님이 대회에 나가서 <오늘의 선생님>이 대신 오리엔테이션을 해주셨다. 첫 수업은 마구간을 돌아보고, 필요 장비가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고, 앞으로 어떤 것들을 배울지 듣는 시간이었다. 다른 센터에서는 수업 전 말 준비는 센터에서 다 해주고, 수강생들은 계속 말만 타면 된다던데, 우리는 말 입에 마방굴레를 채우고, 말을 마구간에서 끌고 나와 고삐를 채운 뒤 안장을 얹히고, 말을 마장으로 끌고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그게 지금 가능해? 말에 손도 못 댈 것 같은데...'

나는 그냥 정말 잘 못 왔다는 생각 밖에,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고요. 혹시 궁금한 것 있으신 분은 물어보세요.”

<오늘의 선생님>이 말했다.


“옷은 어떤 걸 준비해서 오면 되나요?”

M 언니가 물었다.


“옷은 면바지 같은 걸 입으면 말 털이 많이 붙으니까, 청바지를 입고 오시고요. 다리나 발목 같은 데가 쓸릴 수 있으니, 양말은 긴 것을 신고 오시면 되고요. 장갑은 자주 잃어버리니까 저렴한 공구용 장갑을 사 오시면 돼요. 헬멧은 여기 센터에 비치되어 있는데, 저희가 자주 소독해도 냄새가 날 수 있으니 자전거 헬멧 있으신 분들은 챙겨 오세요. 없으면 손수건 같은 걸로 머리를 감싸고 헬멧을 쓰면 좀 괜찮을 거예요.”

사람들이 저마다 궁금한 점을 물어본 뒤 나도 손을 들었다.


“저 혹시 저 오늘 처음 왔는데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말을 잘 타게 되기까지 얼마나 걸려요?”

나는 말에 대한 공포가 다음 시간에는 없어지길 바라며, 떨리는 마음으로 질문했다.


“음... 말에게 맘이 열릴 때까지요. 마음이 열리면 누구나 잘 탈 수 있어요. 우리 센터에서 가장 나이가 많으신 분이 69세인데 말도 잘 타시고 인생을 정말 신나게 사시죠. 마음이 열리면 여러분도 나이 불문하고 곧 잘 타실 수 있을 거예요.”


‘아... 나의 맘은 언제 열리려나. 아무래도 난 오래 걸릴 것 같은데...'

첫 수업부터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그리고 여러분! 승마는 낙마 사고가 일어날 수 있으니까, 보험에 가입하고 오셔야 해요. 승마 보험은 스포츠 안전재단과 농협에서 가입하실 수 있고요. 나눠드린 오리엔테이션 자료를 보시면 자세한 안내 사항과 전화번호가 나와 있어요. 머리를 다칠 수 있으니, 헬멧은 꼭 쓰셔야 하고요.


아 맞다. 말들은 각설탕이나 무, 당근을 좋아해요. 데리고 나가기 전에 뇌물을 주면 말을 좀 더 잘 들으니까요, 다음 시간에 혹시 주고 싶으신 분들 있으면 깍둑썰기로 썰어서 오시면 됩니다. 오늘은 이만 수업을 마칠게요.”


수업이 끝나고도 계속 나는 말이 너무 커 보였고 너무 높아 보였고 이 큰 말을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타는가 싶었다.


“아 아무래도 나 잘 못 온 것 같은데...”

안절부절못하는 내게 착한 J 님이 말했다.

“아마, 잘 못 온 건 아닐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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