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승마

11. 승마, 당신을 앞으로 어찌 할까요?

by 김용희

'짐볼? 짐볼.'

나는 오래전에 창고에 넣어 둔 짐볼을 꺼냈다. 바람 넣을 때 필요한 펌프는 이미 부서진 뒤였다.


'이건 입으로 불 수도 없잖아.'

나는 창고를 다시 뒤져 타이어에 바람 넣을 때 쓰는 '디지털 에어 컴프레셔'를 꺼냈다.


'이거라도, 가져다 해보지, 뭐. 이걸 쓰면 짐볼 터지는 거 아냐?'

불안하긴 했지만 나는 컴프레셔와 짐볼을 들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DC 12V 소켓에 플러그를 꽂고 전원을 켰는데, 소리가 온 주차장을 울렸다. 나는 빠르게 짐볼을 꺼내서 짐볼에 바람을 넣었다.


'뭐, 되긴 되는 데?'

나는 짐볼이 터지기 전에 빠르게 마무리하고, 완성된 짐볼과 컴프레셔를 들고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용희, 안녕?"

이웃 언니가 날 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언니"

"뭐 했어? 웬 짐볼을 들고 다녀?"

"주차장에서 타이어 바람 넣는 걸로 바람 넣었어요."

"원래 그걸로도 되는 거야?"

언니는 눈이 동그래져서 물었다.

"그러게요, 해보니까 되네요."

나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나는 집에 돌아와 짐볼을 탔다. 약간 느낌은 어린 시절 탔던 고무 말을 타는 느낌이 났다.

'오, 이거 기마자세보다 훨씬 쉽고 편하네.'

나는 그 후로 시간이 날 때마다 짐볼을 탔다. 다음 시간 제임스 선생님이 돌아오면, 더 이상 혼나지 않길 바라며.


드디어 수업이 시작되었고 어느덧 우리 반은 방향 전환과 S자 타기가 가능할 수준으로 발전되어 있었다.

"뭐야, 승마가 이렇게 금방 배우는 거였어요?"

나는 J 님에게 말했다.

"다들 일취월장하셨네요."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휴, 오늘도 떨린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동지'를 탔다. 긴장은 됐지만 집에서 나름대로 훈련을 했기 때문에 이 번에는 좀 나을지도 몰랐다. 말이 곧 출발했고, 나는 힘껏 버틴 채 말 등에서 무릎을 굽혔다 폈다를 반복했다.


"오? 용희 씨도 저번 보다 늘었네? 저번 시간에는 힐링승마했잖아."

M 언니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근데 저번에 말 위에서 그냥 쉬었잖아. 그런 시간도 효과가 있나? 말이 이젠 좀 덜 무섭네. 말이랑 좀 친숙해진 것 같은데. 저번 시간 <오늘의 선생님>께 배운 특훈도 확실히 효과가 있네.'

나는 이번 학기 처음으로 승마가 안 무서워졌다.


하지만 이번에도 제임스 선생님은 밑에서 계속 소리쳤다.

"팔 벌리면 안 돼요. 팔꿈치 모아요."

"어디로 가. 어디로 가요? 바깥쪽으로 바깥쪽으로 타요."


나는 최대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데, 선생님이 보시기엔 계속 부족해 보였나 보다.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열심히 타다 보니, 오른쪽 발목이 아파져 왔다. 심각할 정도는 아닌데 안 쓰던 근육을 계속 쓰니까, 근육통이 왔다.


'말 등에서 근육이 아플 땐 어떻게 쉬는 거야?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했대?'

의문에 의문을 더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소리치셨다.


"동지, 이쪽 소화전 앞에서 방향 전환."

나는 소화전까지 달려 선생님 앞으로 말을 몰았다.


"언니, 조심해요. 나는 하마터면 M 언니랑 부딪힐 뻔했다."

"정신 차려요."

선생님이 소리쳤다.


정신없이 말을 타고 어느덧 수업이 끝났다.


"용희 씨, 그래도 오늘은 저번보다 훨씬 나았어."

많이 늘었어. 사람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나는 나의 승마가 뭐가 문젠지 궁금해서 선생님께 여쭤보았다.


"선생님, 저, 그래도 이번에는 괜찮지 않았어요? 이번 학기 처음으로 말이 안 무서웠는데."

"하하하하하"

선생님은 마장이 떠나가라 웃었다. 제대로 마상을 입었다.


민망해진 짝꿍 N 언니가 한마디 했다.

"선생님, 선생님은 너무 칭찬에 인색하세요."


집에 와서 사람들이 보내준 동영상을 보니, 말 등에서의 느낌으로는 동작이 큰 것 같았는데, 실제로 보니 깔짝깔짝 약간씩만 움직이는 것으로 보였다. 아. 승마여. 진정 강한 자들의 스포츠.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 승마. 제가 이걸 왜 시작해서..."

나는 절친 H 언니와 K 언니를 만나서 속상함을 털어놨다.

"용희 님, 저도 말만 타면 쭈그리가 된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은 다 되는 데 저만 안되고 자꾸 앞으로 꼬꾸라져서요. 승마는 참 쭈그리가 되기 쉬운 운동이죠."

K 언니가 말했다.

"자기야, '탐라문화제' 알지? K 언니 거기서 거리 퍼레이드에 말도 타셨어."

옆에 있던 H 언니가 말했다.


「탐라문화제는 60년 이상 이어져 온 제주의 전통문화 축제로 매년 가을에 열리며, 다양한 공연과 퍼레이드, 제주어 축제와 체험행사도 열린다. 특히 1,500여 명이 1.7km를 행진하는 거리퍼레이드는 축제의 핵심으로 도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있다.」


"진짜예요? 무섭지 않으셨어요?"

"무서웠죠. 우리 승마장에서 다 같이 나간다고 해서 따라 나갔는데 첫 번째로 제일 잘 타는 사람이 타고 두 번째 순서에 제일 못하는 사람이 가요. 저는 두 번째로 탔죠."

"자기야, 자기도 만약에 거리퍼레이드 나가면 자기도 두 번째다."

H 언니가 놀렸다.

"두 번째가 아니라 전 퍼레이드도 아예 못 나갈걸요? 거기 아스팔트로 떨어지면 어떻게 해요?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거리 퍼레이드는 복장도 갖춰 입어야 하잖아요? 기수하고 말하고 모두 다 정신없어요. 특히 퍼레이드는 큰 깃발을 들고 가니까 잘 못하면 뒤따라오는 말이 놀랄 수도 있어서, 각별히 주의해야 하죠."

"진짜 고생하셨겠다."

"옆에서 사장님이 저 잡아 주고 걷다가 우리 팀 전체를 통솔해야 하는 입장이니까 다른 데로 가셨는데, 저쪽에서 저 때문에 사모님한테 계속 혼나시고. 그러게, 저는 왜 데리고 나왔냐고."

"아이고."

"그날 60대 할머니도 있으셨거든요. 말 몇십 년 타셨던. 그분이 저한테 오시더니, 하얀 말 선생님. 제 옆으로 절대 오지 마세요." 하고 가셨어요.

"헐. 그거 진짜 제대로 마상이다."

나는 이날 H 언니와 K 언니의 위로 덕분에 기분이 다시 좋아졌지만, 앞으로의 승마는 대체 어찌할 건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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